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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란 도시이름으로 살아남은 부여의 역사

2018년 5월호(제10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5. 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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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역사칼럼 7]

 

‘부여’ 란 도시이름으로 살아남은 부여의 역사

 




고조선이 멸망한 후, 고조선을 이어서 들어선 나라가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구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만큼 부여는 그동안 잊혀진 나라였습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부여출신이라는 정도만 우리에게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부여는 현재 충청남도에 부여라는 도시로 남아있을 만큼 우리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입니다.

‘부여’ (扶餘)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중국의 오래된 책인「산해경」에 ‘부/불여’(不與)라는 나라가 보이고 사마천의「사기」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조선이 멸망한 후, 맨 처음 명함을 내민 나라는 부여입니다. 고조선이 멸망하기 전부터 이미 부여는 존재했지만, 그것은 고조선의 영역 안에 소속된 한 나라였습니다. 부여의 건국연대에 대해선 정확한 연대가 알려져 있지 않고, 서기전 2~3세기에 건국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여가 우리 관심을 끌지 못한 건 부여의 위치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역사상 부여는 우리가 세운 수많은 나라 가운데 가장 북쪽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우리 영역이 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중심지를 잡은 나라가 부여로, 부여가 세워진 곳은 송화강, 흑룡강 유역입니다. 부여는 가장 북쪽에서 건국되었지만, 부여가 멸망한 뒤 한반도 남쪽에서 새롭게 부활하였습니다. 백제 성왕은 538년 웅진에서 사비로 천도하면서 나라이름을 부여로 바꾸었지요. 부여는 시기를 달리하여 저 북쪽 송화강에서 한반도의 남쪽 금강까지 한국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부여는 역사상 북부여, 동부여, 졸본부여, 남부여 등 여러 가지 나라이름으로 영역과 시기를 달리하여 등장했습니다. 부여의 ‘해부루’ 왕이 동쪽으로 도읍을 옮겨 동부여가 되었고, 원 부여에는 새로 ‘해모수’ 세력이 들어섰습니다. 동쪽으로 옮겨 간 해부루의 부여를 ‘동부여’라고 하고 해모수가 들어선 원 부여를 ‘북부여’라고 하였습니다.
북부여 해모수의 아들이면서 동부여 금와왕(해부루의 아들)에 의해 키워진 주몽은 남쪽으로 내려와 졸본에 머무는 데 이곳을 ‘졸본부여’라고 불렀고, 백제 성왕이 사비로 천도하면서 국호를 바꾼 부여는 ‘남부여’가 된 것이죠.
고조선이 멸망한 후, 고조선을 계승한 나라가 여러 곳에서 들어섰습니다. 서로가 고조선의 적통계승자라고 주장했고, 시간적으로 가장 먼저 고조선을 계승한 나라는 부여였습니다. 한 기록에 의하면 해부루왕이 단군의 아들이라는 전승도 전하고 있지요. 고조선을 계승한 부여는 이후 고구려의 주몽, 백제의 온조로 이어지고, 나중에 백제는 남부여로 국호를 바꾸기도 합니다.

부여는 서기전 2~3세기에 세워져 494년 고구려에 의해 멸망했지만, 700여 년 동안이나 존속한 나라입니다. 또 494년 멸망했지만, 538년 백제에서 다시 부여로 부활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충청도의 부여로 남아 우리와 호흡하고 있습니다. 소위 고구려, 백제, 신라 위주의 ‘삼국시대’나 ‘삼국통일’에 입각한 역사 체계는 우리 역사에서 부여가 차지하는 위치를 망각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우리역사 최북단의 ‘부여’에서 한반도 남단의 ‘가야’까지 아우르는 한국의 고대사 체계를 다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포시 산본동, 명협 조경철 역사학자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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