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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제 뭐하고 놀아요?” “우리 뭐하고 놀지?”

2018년 5월호(제10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5. 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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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3]

 

“선생님, 이제 뭐하고 놀아요?”

“우리 뭐하고 놀지?”

 


1983년 5월의 어느 날,

 “혹시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비가 조금 오면 비옷이라도 입고 갈까?”

 “엄마, 김동완 아저씨가 내일 비 온데?”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대공원으로 봄 소풍을 가기 전날 입니다. 그 때는 그랬어요.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밤새 마음을 졸이고 동생에게는 ‘소풍’ 간다고 자랑하던 그때, 남산타워가 너무 가까이 보여 친구들과 함께 무모하게 찾아 나섰던 탐험대의 추억, 한강의 맞은편 사람들이 뭐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고, 아버지와 한강에서 물수제비하며 놀던 때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너무 옛날이야기인가요?

 2018년 4월 9일, 6학년 둘째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온 문자입니다. “오늘 황룡산 야외수업은 미세먼지가 나쁨일 경우, 1블록은 국어, 2블록은 사회로 대체 합니다.”

다행히 미세먼지가 ‘보통’이라, 황룡산에서 즐거운 야외수업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현실의 흔한 이야기 입니다. 얼마 전, 스마트러닝센터의 에듀케어 회원 아이들과 가까운 호수공원으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그 날의 저녁은 마침 주먹밥이었고,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봄 햇살과 파란 하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서둘러 아이들 부모님들께 야외활동 동의를 받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4인 텐트 2개, 바닥매트, 담요 10장, 주먹밥, 따뜻한 보리차 그리고 과자와 음료수 등 간식을 챙겨 호수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의 외출은 소중한 것을 깨닫게 해준 너무 뜻깊은 소풍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도착 전부터 들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는 차 안은 아이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가득 찼고,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네비게이션의 안내 멘트와 함께 아이들은 즐거운 함성을 질렀습니다. 넓고 고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텐트와 바닥에 매트를 깔고 저녁에 먹을 주먹밥과 간식, 담요 등을 두 개의 텐트로 나누어 자리를 잡은 후,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아이들에게 두꺼운 외투를 입히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제 신나게 놀아. 얘들아!”, “맘껏 뛰어 놀아”, “놀다가 목마르면 선생님들에게 따뜻한 보리차 달라고 하고~” 역시 아이들은 처음 눈을 맞는 새끼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고, 뒹굴고, 까르르 웃음소리까지. 보고 있는 선생님들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허나, 불과 20분도 채 되기 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와~ 신나게 뛰어 놀자” 그리고 곧 이어지는 말 “선생님, 이제 뭐하고 놀아요?”, “우리 뭐하고 놀지?” 아이들이 노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아직까지 이렇게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놀아 본 적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친구들과 아파트나 동네 놀이터에서만 함께 놀아본 경험이 전부였고, 이런 공원에서는 가족들과만 함께 노는 경험이 전부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소풍도 가면 밖에서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배울 수 있겠지만, 그 날의 우리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술래잡기, 다방구, 비석치기, 땅따먹기, 우리집에 왜 왔니? 등 지금 생각해도 몇 가지는 기억이 날 정도로 놀이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그 명맥은 끊어질 듯해 보입니다. 동네마다 함께 놀았던 형들과 언니들이 동생들에게 알려주고, 그 동생들이 다시 동생들에게 알려주어 전해졌던 놀이였는데, 이제 이러한 문화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놀이 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분명 그 시대와 환경에 맞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침 부터 저녁 먹을 때까지 ‘오늘밖에 없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놀았던 어릴 적 행복했던 놀이가 지금 아이들에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잘 놀기 위해서는 정말 머리를 잘 써야 합니다. 같이 놀 친구에게 함께 할 놀이에 대해서 재미있어 보이도록 설명(Presentation)을 해야 하고, 또 다른 친구의 놀이와 함께 하기 위해 협상(Negotiation) 해야 하며, 그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거래(Deal)도 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PT능력의 향상과 거래의 규칙, 협상의 요령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함께 살고 있는 내 친구, 내 이웃과의 조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들이 비즈니스의 기본이고 인적 네트워크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예전 어른들이 하신 말이 생각납니다. “잘 노는 애들이 일도 잘하지”라고 하시던 말씀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훨씬 재미있는 오늘을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았던 그때의 아이들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더욱더 치열하게 열심히 놀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바로 아이들 자신들이 스스로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과 이를 통한 미래의 꿈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낸 다양한 창의적 놀이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소풍’을 지금 이 시대에 맞도록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늦은 시간까지 학원과 학원 버스 안에서 자그마한 손바닥 스마트폰 세상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는 소중한 우리아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추신: 1980년대 미세먼지 측정치를 보면 지금보다 나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속에는 그 시절을 앞이 뿌연 도시와 회색하늘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깨끗한 컬러사진처럼 지금도 머릿속에 남산타워와 한강, 또 한강의 다리들은 너무나 선명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크래들코리아 ‘책읽어주는 도서관’ 조한상 부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197

일산스마트러닝센터(S.L.C.)2F

070-4610-1959/010-5388-0828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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