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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과 해양의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을까?(2)

2018년 7월호(제10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7. 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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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동란을 생각하며]



대륙과 해양의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을까?(2)





 위의 제목으로 지난 6월호 글을 쓸 때에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자 김정은은 벌써 중국을 세 번이나 방문했으며, 문대통령은 러시아를 예방하였고, 일본은 셈법이 매우 복잡해졌으며, 트럼프와 미국의 변화에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빠르게 변화되는 이런 결과들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정전 이후 지금까지(1953-2018) 전쟁 없이 살다 보니, 한반도가 전쟁의 충격이 아예 없는 매우 평화로운 곳으로 착각하는 분이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3년 내내 이 반도에 일어난 한국동란의 처참한 흔적을 지니지 않은 가족은 우리 가운데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한민족이 이 땅에 살았다고 하는 5천년의 역사 중에 통계적으로 3년에 한 번 꼴로 외부의 침입을 당하였기에, 지난 65년 동안 우리가 누린 평화는 그야말로 예외 중의 예외며 하늘의 축복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평화로운 삶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한반도라는 매우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 늘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위의 사방과 그 넘어서 세계의 평화를 이루며 동시에 자주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런 문제를 위하여 이미 두 주제인 1. 대륙세력(중국, 러시아)과 해양세력(일본, 미국)이라는 외부로 눈돌리기, 2. 내부로 눈돌려 비판해 보기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7월호에는 다음의 두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

   3. 우리와 비슷한 지정학적 상황에 있는 외부(네덜란드, 로마, 이스라엘)로 눈돌려 살펴보기

   4. 우리에게 찾아온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 



3. 우리와 비슷한 지정학적 상황에 있는 외부 (로마, 네덜란드, 이스라엘)로 눈돌려 살펴보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면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세 민족 혹은 나라(로마, 네덜란드, 이스라엘)을 살피고 비교해보면 될 것입니다.

  1) 고대 유럽의 가장 강력한 패권과 천년 이상의 역사적 자취와 유럽에 지울 수 없는 문화, 문명적 흔적을 남긴 로마

  2) 패권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지는 가운데 그동안 지중해에서 좋은 위치를 점한 베네치아와 대서양에서 뻗어나가기에 좋은 스페인 두 나라가 모두 놓친 기회를 잡아 베네치아를 이어 둘째 패권을 이룬 네덜란드

  3) 수천 년간의 몰살당할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을 호령하며, 또 트루먼(미국)과 스탈린(소련)이 호의적으로 여긴, 단 한번 열린 기회의 창을 이용해 독립(1948)하여 수십대 일의 적들 앞에서 당당히 살고 있는 이스라엘 


  이 세 나라는 우리와 같이 크기도 작고 또 인구수도 적었으며, 심지어 자원도 우리보다 넉넉하지 못한 가운데 상황도 우리보다 훨씬 열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강하여 주위에서 넘볼 수 없는 역사를 이루었다는 것을 역사와 21세기 현재에도 끊임없이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 세 나라의 역사에는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들에게 잠시 기회의 창문이 열린 시기를 절대 놓치지 않고 활짝 열어서 세상 밖으로 나갔다는 겁니다. 하늘은 모든 민족과 나라에 골고루 한 번씩은 세상을 통치하면서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이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겁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서아시아에서 시작된 패권이 주로 서진하다가(수메르→앗시리아→바벨론→페르샤→그리스→로마→아랍제국), 유럽(베네치아→네덜란드→영국) 을 거쳐서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 지구를 서쪽으로 빙돌아 이제 동아시아에 도달할 때가 바로 우리가 사는 21세기입니다(아날학파, 브로덜-아리기). 우리의 바로 이웃에 있는 일본은 그 기회를 근현대에 부여받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서 78년(1868~1945)동안 아시아를 괴롭히고 2천만명의 동아사아인들을 죽이는 윤리적 죄악을 저질렀기 때문에 하늘은 다시는 독립적으로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기회의 창문이 열릴 21세기에 때를 놓치지 않고 활짝 열어서 세상 밖으로 다시 우주를 향하여 나갈 소망을 가지면 안될까요?




 고대 로마

  





로마는 카피톨리아 언덕의 작은 마을로 시작된, 그야말로 시작은 미미한 도시국가였습니다. 장화처럼 생긴 이태리 반도에서 이미 주위에 강대한 도시국가들을 형성해가고 있는 정중앙에 위치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또 로마가 놓인 이태리는 유럽대륙의 남부에 혹처럼 들어붙어서 북서에서 동남으로 길게 뻗어내린, 한반도와 크기가 거의 유사한 반도에 속합니다. 그런데 로마는 자신 위에 있는 거대한 유럽을 정복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우선 알프스라는 큰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또 남쪽인 지중해로 나가려면 농부들이며 보병 위주인 로마인들이 전혀 모르던 배타는 기술을 익혀서 뱃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런 모든 외적 난관을 극복하면서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과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와 남유럽 전체와 그 중간에 놓인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nos mare)라고 당당하게 부르며, 전 유럽의 지배권을 확립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도시국가 로마의 창건(BC 753)이후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 함락(AD 1453)까지 거의 2천년 이상 또 지금까지도 세계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나라가 되었는데, 우리가 조그맣게 시작한 도시국가 로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그리스에서 모든 것 배우고 베끼고 의존하고 극복하기

 그리스는 동방의 아시아 제국의 왕들이 폭정을 행하는 것을 혐오해서 공화정을 선호했습니다. 로마는 이것을 배워서 이미 있던 왕을 폐하고 공화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권력지향적인 욕망을 절제하는 정치적 방식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또 유럽 최초로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가 시도한 세계경영의 강점과 약점도 배워서, 알렉산더 이후 조각난 왕국으로 세계를 짧게 지배한 그리스와는 달리 로마는 매우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했습니다. 로마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철학, 문학, 예술 등은 그리스에서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2) 적에게서도 배우기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적에게서도 배우는 실용성을 가졌습니다. 농사꾼에다 보병인 로마인이 최초에 배를 탈 때 뱃사람이라면 도무지 생각하지도 못한 ‘까마귀’라는 갈고리를 뱃머리에 붙였습니다. 이것을 적군의 뱃머리에 내리쳐서 일종의 다리를 만들어 건너가 로마가 잘 하는 보병전을 하려는 의도에서 창조해낸 것이었습니다. 배우면서도 창조해낸 겁니다. 또 한니발에게서 처참하게 패배당한 이후, 스키피오는 적인 한니발에게 배운 전략을 한니발의 고향인 카르타고에 그대로 사용해 한니발을 패배시켰습니다. 반면에 로마는 자신의 장점(법,건축,전쟁)을 철저히 발전시켜 후대 유럽문명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 로마법은 지금도 세계법의 기초이며, 도시에 상수를 공급하기 위해 매우 튼튼하게 건설하여 지금도 서유럽과 아프리카 곳곳에 중요한 유적지로 남아있는 ‘수도교’(Aquaduct)는 백만이나 살았던 로마를 비롯한 수많은 로마도시들에 전염병 창궐을 근본적으로 막았던 셈이지요. 또 그리스가 자랑하는 밀집(창병)방어시스템인‘팔랑스’(Phalanx), 아시아의 막강한 전차부대, 아프리카의 코끼리부대를 깨트리는 보병전술도 각각 개발해 로마군대는 시저 이후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3) 방어적 성 대신 공격적 도로 건설하기

 전쟁이 일어나면 흔히 방어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성을 쌓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렇지만 로마는 그런 수동적이고 방어적 전략을 버리고, 바닥에 돌을 깔아 튼튼한 도로망을 설비하는 식으로 매우 공격적 전략을 택했습니다. 유명한 ‘아피아 가도’는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도로이며 지금도 비록 자동차가 덜컹거리기는 하지만 다닐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건설된 도로를 사용하여 적이 쉽사리 쳐들어오는 위험도 있지만, 그것을 감수하며 먼저 늘 각성해 있어야 하고 방어보다 빨리 이동공격하여 제압하겠다는 전략이 도로망 건설로 표출된 겁니다. 잘 발달된 도로를 통해 문화와 문명도 발달될 것을 고려한 것은 물론입니다.


4) 정치제도에서의 유연성 (라틴연합 만들기, 제국 경영방식 개발) 

 한니발이 스페인을 빙 돌아서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쳐들어왔을 때에 정복하기 불가능했던 것은 로마를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라틴연합’이라는 정치제제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었습니다. 로마는 주위의 삼니움족과 같은 강력한 이웃을 복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폭력적으로 지배한 것이 아니라 이들과 나란히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하였고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하였습니다. 로마가 모든 것을 다 잘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한니발이 강력한 군사력의 우위를 보이며 로마를 완전히 멸망시킬 것 같은 상황에서도 라틴연합은 견고하게 로마를 지지하는 세력이 되었던 겁니다. 또 시저시대가 되면 로마가 이태리 반도의 한계를 넘어서 유럽, 아프리카,소아시아 지역을 석권하면서,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왔던 1만명의 시민의 도시국가적 정치체제로는 맞지 않고 ‘제국’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비록 제국주의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가 점차로 하나가 되어갈 때에 어떤 나라인가는 헤게모니를 쥐고 세계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로마는 공화정을 포기하고 제국의 길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5세기에 멸망한 서로마와 15세기에 멸망한 동로마까지 다 고려한다면 그 정치적 정체성이 얼마나 탁월한지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황제가 되는 일에는 계급과 지위가 상관이 없었으며 심지어 노예출신 가운데도 황제가 된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속주나 노예 출신이 황제가 되면 로마에 적개심을 가지는 대신 자신을 그런 지위로 높여준 로마적 시스템과 정치체제의 우월성과 가치를 알아서 오히려 더 철저히 그것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 것은 정말 역설입니다.


5) 정치와 종교의 끊임없는 관계와 대화 역사

 정치에 있어서 공화정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집착하지 않고 제국의 길로 갔을 뿐 아니라 종교에 있어서도 고착화되지 않았습니다. 로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를 오랫동안 핍박했지만, 사실상 모든 계층이 기독교를 신봉하는 것을 알고 기독교를 공인(밀란 칙령 313)할 뿐 아니라, 기독교를 국교화(325)하기도 하는 순발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서로마는 교황주도 하에 기독교로서 서방교회(로마교, 개신교)가, 동로마인 콘스탄티노플에는 황제주도하의 기독교로서의 동방교회(그리스, 러시아정교)라는 다양한 전통이 만들어질 정도의 다원성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정치와 종교의 다양한 대화와 관계방식의 역사는 훗날 건강한 사회와 국가라면 이 둘이 적대적이지도 또 결합되지 않고도 매우 생산적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전부이거나 포스트이데올로기적 현대는 종교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잘못 간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공산주의나 좌파 이데올로기 자체 혹은 포스트이데올로기적 세속 사회 자체가 일종의 절대종교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어서 이런 세속화된 종교가 정치와 결합하여 법과 문명의 이름으로 그런 세속적 삶을 강요하면, 외부의 비판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비판력도 상실하게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네덜란드

 

라인강 하류의 ‘저지대’인 습지대를 꾸준히 개척해 경상남북도 합친 정도의 땅을 유지하는 나라가 네덜란드(‘저지국가들의 연합체’)입니다. 강력한 세 나라(영국, 프랑스, 독일)의 정중간에 끼어 있으면서도 결코 문화적, 정치적으로도 잠식되지 않고 창조적 독자성을 유지한 놀라운 나라입니다.








1) 패권 이동시에 기회를 잘 포착 

 콜롬버스의 아메리가 발견(1492)으로 지중해시대가 끝나고 대서양시대로 전환될 때에 베네치아가 가졌던 패권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이었습니다. 가장 가능성 많은 나라가 바로 지중해의 서쪽 끝인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있고, 드넓은 대서양이 시작되는 스페인이나 포르투칼이었습니다. 그런데 1492년을 단지 아메리카를 발견한 해로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스페인에서 소위 ‘재정복’(Reconquista)이 이루어져 이슬람의 무어인과 유대인을 스페인 땅에서 축출한 해라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발견 이후 금, 은과 같은 원재료들을 많이 가져오지만, 그것을 활용하여 확대재생산할 사람들인 유대인들이 모두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스페인의 운영은 단지 약탈경제에 의존할 뿐이었으니 오래가지 못할 것이 빤하였습니다. 쫓겨난 유대인들은 자신의 머리에 든 것(기술, 상업정신, 기업운영방식)과 함께 모든 물질적 보물들을 가지고 가장 자유를 많이 주는 나라인 네덜란드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유럽에 붙은 네덜란드는 당시에 스페인의 조그만 영토에 불과했습니다. 네덜란드에 마침 불어닥친 종교개혁의 여파로 개신교 중에서 생활과 종교의 일치를 강조하는 칼빈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로마교의 스페인에 대항하는 경향이 생기고 여기를 통치하는 오렌지 가문의 정치적 독립의지와 결합하게 됩니다. 즉 네덜란드는 이런 정치적, 종교적 기회를 가장 잘 포착해서 놀랍게도 식민지에서 독립할 뿐 아니라 패권을 가지고 유럽을 호령하는 나라가 된 겁니다.


2) 모든 피난민을 받아들이는 관용정신 

 이런 기초 위에 종교개혁과 상업적 변화의 바람을 타고 일어나는 수많은 이동 인구를 흡수하는 장치, 즉 관용정신과 그 정신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들을 강구했습니다. 유럽에서 정치적, 종교적 자유 뿐 아니라 상업적 자유를 가장 잘 누리는 사회구조를 만든 겁니다. 도시마다 시민자치가 중요한 도시정책결정의 핵심이었으며, 종교 간에 차이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박해하는 일은 없어졌고, 100년 혹은 30년을 끌어온 종교전쟁을 끝낸 웨스트파리아 조약(1648)의 내용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으니, 결국 그 조약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 유럽에서 온 창의적 인재들이 이 조그만 나라에 몰려들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미술가 렘브란트나 철학자 스피노자를 개인으로 아는 것도 좋지만 이들이 바로 이 창조적 폭발의 시점에 활동한 사람이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창조적 인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유대인이었고, 영국, 미국이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기 전까지 네덜란드는 이들에게 천국과 같았습니다. 네덜란드는 하녀라도 벌었던 적은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주식회사 시스템을 가진 유명한 동인도회사(1600)를 만들어 세계의 상업적 경영에 나서게 되었고 드디어 스페인을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로서, 세계를 경영하기에 딱 알맞은 영국이 전면에 등장하여 패권을 넘겨주기 전(1688)까지 세계패권을 지닌 나라가 된 겁니다.


3) 종교와 정치의 정상적 관계 발달 

 종교와 정치는 결탁되어 완전히 분리되어도 안되며 건강한 비판과 상호섬김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매우 균형있는 역사를 일구어 왔습니다. 영국의 정당은 주로 보수당과 노동당(이전 자유당)으로 단지 정치적 이념으로만 구별되는 긴 역사를 가집니다. 또 독일은 제대로 된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이루지 못했고 그 결과 교회가 건강한 비판을 정치를 향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치가 벌였던 1차대전과 2차대전의 폭주를 막지 못하였습니다. 반면에 네덜란드는 삶과 종교의 일치를 강조하는 일원론적 기독교인 칼빈주의의 경향 때문에 종교적 이념을 정치적으로 구현하는 기독교 정당들이 여럿이 있으며 이들이 서로 합종연횡을 하며 국가에 기여하는 정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피를 많이 흘리는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공산주의 같은 극단으로 흐르는 역사적 참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4) 근면하고 정직한 윤리적 삶 

 또 위에서 말한 삶과 종교의 일치를 강조하는 전통 때문에 네덜란드 사회 전체는 매우 근면하고 금욕적이며 정직한 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전통을 가집니다. 괘종시계는 반시간에도 종을 그만큼 울리도록 했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1시 반이면 2번 종이 울리도록 했는데, 그 이유는 2시가 곧 돌아오니 빨리 일하라는 겁니다. 전통적 기독교 집안에서는 음식도 집집마다 거의 차이가 없이 단순해서 빨리 식사할 수 있으며, 식후에 반드시 성경을 한 장씩 모든 가족이 읽습니다. 현재 거의 2/5의 네덜란드 땅이 개간지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이들이 부지런하게 땅을 개척해 나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의 후예들은 남아프리카, 수리남,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 흩어져 독자적 문화를 형성하면서 각 나라에 건강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나라를 빼앗기고 흩어져 거의 1800년 동안 온 세계를 방황하다가 기적적으로 옛 땅을 되찾아 다시 이룬 나라입니다. 지금도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백여년 전에 모든 소망을 나라의 재건에 걸고 뛰어들었던 세대들이 퇴조하면서 인재유출의 문제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전세계의 유대인은 이제 약 2천5백만 명으로 결코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1) 절대종교 중에서도 책, 토라의 종교를 가진 민족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종교는 단지 인간의 내면인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밖의 절대자와 관련되는 것입니다. 아시아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절대종교의 신이 준 계시인 ‘토라’가 가장 중요한 삶의 원리라는 전통을 가진 민족이 유대인입니다. 그 절대자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므로 절대자의 뜻이 담긴 토라에 대한 인간끼리의 토론이 매우 자유로운 것이 유대인의 전통입니다. 반면에 동아시아에서는 절대자가 없으므로 오히려 인간이 절대자나 전제군주로 나서며 법을 제시하고 강제하여 인간들은 다 그 밑에 복종하는 체제를 가지기 쉬워 토론문화가 죽을 수밖에 없는 역설이 숨어있습니다. 이스라엘 부모가 자녀에게 묻는 말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가 아니라“어떤 질문을 했니”인 전통은 여기서 왔습니다. 3500년 전에 주어진 ‘토라’는 누구나 읽어야 하는 종교적 의무였고, 그 때문에 생긴 문맹률 제로의 전통이 이렇게 오래된 민족은 아마 없을 겁니다. 종교는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정치, 문화의 문제여서 하나님에서부터 모든 사물, 사건, 사람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뜻을 토론하며 찾아나가는 전통이 사실상 지금의 유대인의 모든 것을 형성한 겁니다. 13세가 되면 남자아이가 어른들 앞에서 토라를 히브리어로 읽고 해석하는 것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증거하는 성인식을 가질 정도이니, 이들의 삶에서 얼마나 토라가 절대적 기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2) 감정, 경험보다 토라의 뜻이 더 중요

 대부분의 민족과 역사와 문명에 중요한 것은 감정과 경험입니다. 그러나 ‘내’가 아니라 내 밖의 계시인 ‘토라’를 모든 것의 본질로 생각하는 유대인은 감정과 경험이 아무리 좋고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 때에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상대화시키는 전통을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상황 속에서 공상에 빠지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원리를 찾는 전통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차대전 중에 죽음의 수용소에 있었던 유대인들의 자살률이 이들을 지배했던 독일인의 자살률보다 훨씬 낮았던 이유는 나의 고통스러운 감정, 경험보다 더 중요한, 이런 상황을 허락하신 신의 뜻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3) 세계최고가 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림 

 세계 최고의 지성과 성공하는 힘을 자랑하는 유대인의 지성과 육체 자체는 다른 민족과 차이가 없습니다. 유대인 중에서 가장 고통을 많이 겪었던 아쉬케나즈 유대인들의 IQ가 보통 민족보다 10점이나 높고, 정반대로 유대인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살았던 아프리카계통의 유대인은 10점이나 낮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아서 ‘살아야 한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되뇌면서 최강의 생존력을 발휘했던 아쉬케나즈 유대인들의 뇌가 그렇게 높은 IQ를 가지게 된 것은 역사적 결과라는 점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편안한 직업은 절대 가질 수 없었으며 정반대로 하기 싫어하는 고통스럽고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 해야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각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세계 최고가 되지 않으면 바로 죽음에 내몰리는 가운데 이런 최고의 결과를 성취하였을 뿐입니다. 음악, 학문, 사업 등의 영역에서 뿐 아니라 군대의 영역에서도 매우 독특한 지도자상을 가졌습니다. 지도자는 “돌격 앞으로!”라고 하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명하기 때문에, 엔테베공항의 인질을 구출한 선더볼트 작전(1976)에서 희생자가 주로 고급장교들 가운데서 나오는 매우 특수한 군대구조를 슬픔으로 감수하는 나라입니다. 또 학생들이 진학하기 원하는 최고가 서울대학교와 같은 일반대학이 아니라 탈피오트 부대와 같은 군대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19세의 소년이 그곳에서 중동의 현실 속으로 바로 들어갈 뿐 아니라 제대하고 나서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즉각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세가 되기 전의 중대장이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질문제를 정치가의 개입없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이런 살벌한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살아남도록 만든 겁니다.


4) 창업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나라 전체가 창업에 동참하는 그야말로 ‘창업국가’입니다. ([창업국가] 다할미디어). 전세계에서 창업기업의 숫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며 인구비례당으로는 어떤 나라라도 비교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창업을 하는 청년에게 딸을 주지 않아서 청년사장이 어쩔 수 없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멀쩡하게 잘 하던 창업을 접고 공무원으로 취직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우리 한국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의 세계최강의 대체 혹은 복사가 불가능한 플레트폼(platform)기업들은 모조리 유대인에 의해서 창업되었으며, 이들은 어디서 어떤 기업을 하든 이스라엘 국가와 명백한 연관을 가지며 늘 이스라엘을 후원하며 그런 창업가가 나올 것을 계속 격려하고 있습니다.



 4. 우리에게 찾아온 놓쳐서는 안될 절호의 기회


 지금은 신이 준 단 한 번의 기회가 한반도에 찾아오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 나라와 민족과 같이 비록 작다고 하더라도 온 세계를 통치하며 섬겼던 놀라운 기회 말입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G2로서 정치경제적으로 각축을 벌이며 세계를 주도해 가는 좁은 의미에서만 주어진 기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인 진시황 시절(BC 221)에 통일을 이룬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동아시아를 거시적 관점으로 보자면 공간적으로 어디에 뻗어나가지도 못하고 여기에만 머물렀습니다. 또 문화, 문명적으로 발전보다는 거의 의미없고 불행한 반복만이 이어진 우울한 잿빛 역사를 2천년동안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양의 음악과 미술은 대체로 우울합니다. 이제 유럽이 자발적으로 아시아에 찾아온 지 200년이 넘어가고 서세동점도 끝난 상황에서, 전세계사적으로 동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하고 섬길 기회가 이처럼 주어진 시기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이 기회에 아시아에 누적된 힘과 에너지를 유럽인들이 포악스럽게 휩쓸었던 방식으로 사용해 버린다면 지구 자체의 소망이 없을 것입니다. (동)아시아인으로서 특히 통일을 이룩한 한반도인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습니다.


1) 그동안 경험했던 상대종교와 제대로 알아가야 할 절대종교 

 문화, 문명의 출발은 종교에 대한 공정한 이해에 있습니다. 종교를 공박하는 좌파, 공산주의자, 무신론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이데올로기 자체가 하나의 종교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억지를 부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며 이들이 만든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며 윤리, 사회, 규범 자체를 결국 부인하는 식으로 인류를 막다른 골목으로 빠트리게 될 것입니다. 이는 유럽문명의 부산물에 불과한 현대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과는 달리 동양은 전통적으로 인간과 역사를 초월하는 종교의 힘과 그 문화창조의 능력을 본능적으로 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동양이 경험한 종교는 모든 존재를 신으로 섬기는 힌두교, 그 역으로서 인간이 신이 되기를 갈구하는 불교, 신의 세계보다 인간 세계만 중요했던 유교, 초월된 신선의 세계를 탐한 도교 등의 상대종교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유럽을 통해서 전달되는 3대 절대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피상적이 아닌 깊게 경험하고 대충이 아닌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또 알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절대종교의 장단점과 함께 우리가 이미 경험한 상대종교의 장단점을 제대로 구별하고, 아시아인과 유럽인이 아니라 지구인의 관점으로 종교의 상을 다시 정립할 기회가 온 겁니다. 이렇게 해서 종교와 문화, 문명과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지구 위에 번창하면서도 항구적 의미를 지니는 삶을 사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일 기회를 부여받은 겁니다.


2) 세계를 주도하고 섬기에 충분한 (동)아시아의 역량 

 중국과 인도의 인구(15-6억)만 합쳐도 세계의 인구(80억)의 1/3에 육박합니다. 기술문명이 극단적으로 발전하여 곧 다가올‘특이점’에 이르면 결국 문화, 문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물질적 자원이나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잘 교육되고 질적으로 개선된 절대적으로 많은 아시아전체와 문화, 문명이 가장 잘 꽃필 수 있는 온대지방에 속한 동아시아의 한중일의 역량이 연합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 연합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세계를 주도했고 획일화된 물질문명위주로 세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 유럽-아메리카의 연합보다도 훨씬 나은 방향으로 나가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때마침 찾아온 우주로 나갈 기회 

 이런 문화, 문명적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바로 이제 인류가 지구를 떠나서 우주로 나갈 기회가 열린 시점입니다. 이때가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과감하게 지구를 떠나서 광활하기 짝이 없는 그 넓은 우주로 퍼져나가 전혀 새로운 문화, 문명을 만드는 일을 할 때가 지금이라는 사실은 우연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곧 다가올 현실입니다. 비록 지금은 이슬람 난민이 유럽에 몰려들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유럽에 민족주의가 득세하며 트럼프,시진핑,푸틴 모두 자국 제일주의 쪽으로 선회하는 이상현상을 보이기는 합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21세기도 전쟁의 연속이라는 불행의 길로 들어서서 온 지구인이 하나가 되어 우주개발의 길로 나가는 것은 다음 세대,세기의 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부정적 현상은 역사에서 항상 있어왔던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1차대전 후에 만들어진 ‘국제연맹’이라는 이상주의적이고 무능한 단체를 극복하고, 2차대전이라는 엄청난 파멸을 경험한 뒤에 결국은 ‘국제연합’이라는 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단체를 만들어내었듯이, 새로운 시대에 더 새로운 그릇을 궁극적으로 만들고야 말 것입니다.


4) 아사비아의 역량이 분출할 가장 탁월한 지역 한반도 

 위의 세 나라(로마, 네덜란드, 이스라엘)은 모두 사방에서 힘들이 모아지는 중심점에 놓였지만 그 속에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문화문명 창조의 에너지인 ‘아사비아’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나라들입니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동서남북에서 에너지가 결집되고 있는 매우 놀라운 지정학적, 문화적 위치에 속한 나라입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힘들의 충돌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고 고통스러운 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생각하여 우리가 이 힘들을 전환시켜서 정상적이고 최고의 하나된 목표점으로 향하게 할 수 있는 역량과 지혜를 가졌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전무후무한 ‘아사비아’를 발휘할 땅이 한반도입니다. 신이 준 이런 놀라운 기회를 놓친다면 한 때 조선이 기회를 놓쳐서 일본의 속국이 되었던 것보다 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행복한 동네문화이야기 편집부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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