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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기 중학교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매력에 빠지다!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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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교 방문기]

 

  소노기 중학교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매력에 빠지다! 

 

  일본에서의 여정 중에 나와 아이들에게 가장 가슴 설레게 했던 것이 바로 일본의 중학교 방문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일반인들이 일본의 공립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음에도 거의 기적적으로 우리가 방문할 수 있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가 방문한‘소노기 중학교’는 나가사키 현 동부의 오무라 만에 있는 히가시(동東)소노기에 위치한 공립학교입니다. 한국의 제주도나 경남권에서나 볼 수 있는 야자수가 곳곳에 높이 솟아있었고, 철길을 건너 나가사키 특유의 구름들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더 높은 하늘과 바다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 작고 아담한 시골학교였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방문을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밝고 명랑하게 인사를 건넵니다.“곤니치와~ ^^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그렇게 인사를 합니다. 외부인들, 특히 외국인들과의 만남이 없었던지, 이 학교의 아이들도 낯설지만 특별한 경험으로 들떠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처음 일본을 여행하면서 다른 것보다, 내 자녀들과 같은 또래 아이들의 생활과 삶의 태도, 어떻게 공부를 하며, 무엇을 좋아하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여러 가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만난 아이들이 일본의 아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껏 일본의 모든 것을 싸잡아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것에서 한국의 경쟁 국가로 여겨왔던 단순무식한 생각과 판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 아이들과 똑같아 보이는 이들의 천진한 모습에 그만 푹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이번 소노기 중학교 방문은 서로에게 특별한 만남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일본의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며, 서로 경쟁하며 함께 가야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노기의 수업시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없었으나 - 중학생이라서 그럴 겁니다 - 수업시간 중에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자유로운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영어, 수학시간, 자유로움 속에서 하나둘씩 생각을 표현해 내는 미술시간, 그리고 체육시간을 차례로 참관했지요. 일본 아이들의 기초체력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키도 작은 녀석들이 높이뛰기도 곧 잘하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는데 그렇게 자유롭던 아이들이 식사하기 전 마스크를 끼고 차분하게 앉아 감사 기도를 드리고, 정해진 10분 정도의 시간 안에 조용한 소리로 대화하며 즐겁게 식사를 합니다. 그날 나온 음식은 쓰레기 빼고 깨끗하게 다~ 먹은 후, 빵 봉지를 아주 작은 세모 모양으로 접어서 모으고, 우유팩은 깨끗하게 헹구어 쓰레기 분리까지 철저하게 합니다. 순간 한국에서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 급식 참관을 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기본적인 급식 태도보다는 음식의 영양, 위생만 따질 때가 더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식습관이나 식사(예절)교육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었는데, 그들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달랐지요. 음식에 대한 고마움, 쓰레기 하나도 그냥 버리지 않는, 작지만 철저한 교육이 지금 일본의 모습을 낳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오랜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온 좋은 생활 습관으로 인한 풍요를 느끼며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소노기 아이들은 모두 방과 후 2시간가량 클럽활동을 합니다(농구, 축구, 야구, 요리, 합창. 악기연습 등) 학교 곳곳에 있는 게시판에는 방과 후 활동을 소개하고 그 내용들을 게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에서도 학원가기 바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그룹 활동은 관심 밖이며, 함께 할 때 배울 수 있는 소속감, 책임감, 공동체성은 뒷전이 되어버린 한국의 학교 모습과는 너무나 크게 대조되었지요. 또한 시골학교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너무 놀랐죠. 그리고 설령 스마트폰이 있다 할지라도 학교에 가지고 올 수 있냐는 질문에 아이들의 반응은 상상할 수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No’라고 이야기했지요. 이 점은 가장 두드러진 한국과의 차이점이었습니다.

  며칠 전, 나가사키의 명소이며 네델란드 상관이 있었던‘데지마’出島에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아이에게 평소에 무엇을 가르치시나요? 라고 묻는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도 오래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삶과 예절을 가르친다’ 라고 바로 대답하던 것이 정말 실감이 났었지요. 소노기 중학교의 교훈은‘志을 세우며 힘쓰다’였습니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삶과 예절부터 가르치는 학교 교육과 집에서의 교육이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해서 남보다 잘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섬세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애쓰는 일본인을 만드는 저력은‘교육’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학부모 고명희

gosamo71@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2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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