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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작가들을 품은 나가사키현 미술관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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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탐방]

  지역 작가들을 품은 나가사키현술관

 

 

  시골에 위치한 숙소에서 나가사키 시내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습니다. 자동차로는 1시간안에 갈 수 있지만, 잔잔한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리는 기차의 낭만과 일본인들의 평소 모습을 접해보고 싶은 마음에 기차를 선택했습니다. 기차에 승차하니 2인석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의자에는 한 명씩만 앉아있고, 여러 사람들이 곳곳에 그냥 서서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차는 좁은 통로 뿐 아니라 마주 앉는 좌석 사이도 좁아서 앉아가는 내내 앞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다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가야했습니다. 부동자세로 2시간을 가려니 다리가 저려와 무릎을 주무르고 쩍 몸을 옆으로 돌려 한발씩이라도 잠시나마 뻗어보려 애쓰는 저와는 달리 일본인들은 불편함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가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장에 뜯어 고쳤을 것 같은 스레트로 된 지붕과 벽으로 만든 정류장, 1980년대 비둘기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양쪽 손잡이를 꾹 눌러 들어 올려야 하는 기차의 창문,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눈에 많이 띄는 폴더폰, 일본인들은 오래되었어도 깨끗하고 쓸 만한 물건들은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라는 부자이지만 근검절약정신이 생활 속에 깊이 배어 있나봅니다.

 

  기차 종점인 나가사키 기차역에 내린 후, 중심로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니 작은 공원과 바닷가 앞에 자리 잡은 2층의 나가사키현 미술관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이곳은 미술관이라는 틀을 뛰어넘어‘자연과 호흡하는 미술관’이라는 관점으로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쿠마 켄고’가 지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바다로 통하는 운하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입구와 뮤지엄 숍과 카페 등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쉴 수 있고, 동쪽으로는 전시실과 사무실이 있어서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1층은 각 건물이 분리되어 있지만 2층 내부에는 두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지요. 동쪽과 서쪽 건물 모두 내부에서 옥상 정원으로 통하도록 설계를 하여 녹음의 푸르름과 바닷가의 푸른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가사키현 미술관은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받은 스페인 미술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는 곳으로 동양 유수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0년부터 1946년까지 스페인의 특명 전권 공사로 부임했던 '스마 야키치로(須磨 彌吉郞)’가 재임 기간 중에 수집한 미술품이 ‘스마 콜렉션’으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전시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것은 나가사키현 출신 미술가들의 작품과 메이지 시대 이후 나가사키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야마시타 난푸(山下南風)작가의 paper cutting이었습니다. 야마시타 난푸는 쇼와昭和시대 초기에 나가사키다운 점들이 사라지는 것에 큰 위기감을 느껴, 일본인의 특성을 따라서 쇼와 10년 전후의 풍경을 사진으로 취재하며 자료로 남기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계획을 진행하려던 사람들에게 옛 것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고, 자신의 작품에 나가사키의 풍경을 담았다고 하네요. 종이를 오려내어 섬세하게 만든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나가사키의 옛 모습을 지키길 원했는지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고향 나가사키를 아끼는 작가들을 귀히 여기며 그들의 작품을 소중히 보관하고 전시하는 미술관! 일본인들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보다는 자신이 속한 현, 지방 공동체를 더 본질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과 작가들을 통해 일본인들이 과연 누구인지 더 궁금해져갔습니다. 

 

고은정

joyfuloil@empas.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92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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