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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 영원한 유목민의 나라,카자흐스탄 미술 여행 <포커스 카자흐스탄:유라시안 유토피아> 

2019년 5월호(11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7. 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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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 영원한 유목민의 나라, 카자흐스탄 미술 여행 

<포커스 카자흐스탄:유라시안 유토피아> 미술 특별전을 다녀와서

 

 유럽 남동부에 맞닿은 흑해부터 중국 동쪽까지 이어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면적을 가진 나라 카자흐스탄. 카자흐(Kazakh)란 투르크어로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랑자’ 또는 ‘독립생활을 영위하는 용감한 자유인’을 뜻합니다. 그래서 ‘카자흐인이 되는 것은 유목민이 되는 것’이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로, 카자흐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유로운 유목생활을 해왔습니다. 
 전시회 작품들 속에도 이런 유목민의 삶과 기상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카자흐스탄 전통 스포츠인 ‘콕파르’를 그린 카나피아 벨자노프의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콕파르’는 카자흐스탄 유목민의 거칠고 용감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전통 마상 경기입니다. 작품 속 정중앙에 거친 호흡을 뿜어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말들의 역동성과 그 위에서 염소를 차지하려고 거칠게 경쟁하는 두 청년의 모습은 용맹스러움을 넘어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전시회 후반에서 ‘콕파르’의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수많은 말과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내뿜는 열기는 마치 그 옛날 유목민들의 전투를 보는 것처럼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카나피아 벨자노프, 콕파르

 여기서 잠깐 카자흐스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25년 소비에트 정권에 편입되면서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명목으로 강제 이주, 소비에트 집단화 정책으로 인해 끊임없는 내전을 겪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슬픔과 혼돈의 역사를 지나면서도 암울한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뎌온 모습들이 그림 속 인물들에 잘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1941년 대초원에서’라는 암두발리 쿠르칸바에프의 작품 속, 커다란 낙타를 뒤로하고 정면을 바라보는 여인들은 전쟁터로 가족을 떠나보내며 근심어린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울한 색채와 잿빛 얼굴은 역사의 암울함을 더 극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우케 아지에프의 ‘할머니와 손녀’에서 오랜 전쟁과 대재앙의 시기를 겪은 할머니는 세상을 향해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할  머니 품에 앉아 있는 어린 손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힘들고 슬픈 역사를 가졌지만 이제 새롭게 독립국으로 시작하는 카자흐스탄의 현실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어린 소녀가 할머니와 같은 역사를 다시는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우케 아지에프, 할머니와 손녀

 작품들은 다소 어둡게 표현된 부분도 있었지만 현실적이고, 주제가 선명한 작품들이 많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다민족 국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며 혼돈의 시기를 지나는 현재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도 좋았습니다. 같은 동양인으로서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는 비슷한 문화에서 느껴지는 친근함, 나라를 빼앗겼던 경험이 있는 고통스럽고 아픈 역사를 가진 것에 대한 동질감, 또 강제 이주를 당했던 우리 고려인의 삶과 맞물린 역사가 있기에 작품들에 더욱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디센스 편집디자이너 고은정
eunjungko.78@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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