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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모던 블락(LE MODERN BLOC) 디자이너 이진화를 만나다!

2019년 8월호(11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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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모던하고 간결한 삶, 그 안에 예술적 감성을 담아 디자인 하는 브랜드

르 모던 블락(LE MODERN BLOC) 디자이너 이진화를 만나다! 

 

 

아버님이 유명한 ‘이림’ 디자이너입니다. 2대에 걸쳐 이 길을 걷고 있는데요. 아버님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의상디자인을 1순위로 꿈꾸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아버지 매장에서 원단을 둘러보고, 가위로 잘라보며 천을 가지고 장난치며 놀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또 제가 3~4살 때쯤 어머니께서 외출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인형에 옷을 입히겠다며 가위로 커텐을 다 잘라 놓아 혼을 내셨다고 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낙서할 때도 옷과 신발을 그렸으니, 은연 중에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피아노를 해 보면 어떠냐고 하셨지요. 그래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피아노가 버겁기도 하고 흥미도 별로 없더라고요. 피아노를 그만 두겠다고 하자 아버지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그러다 고2 여름방학 때, 아버지께서 충북 예당의 한 폐교에 작업실이 있는 친구 화가분에게 저를 보내어 여름내내 그림을 그리게 하셨어요. 피아노 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조금씩 디자인, 인테리어, 건축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서양화과를 택한 것은 회화가 모든 디자인의 기초라고 생각했고, 이 기초를 잘 다지면 어떤 디자인 분야를 간다 해도 통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점차 인테리어로 방향을 정하려 던 차에 아버님께서 “진화야! 그 분야는 좀 힘들 것 같은데 디자인 계통인 의상분야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고민을 했지요. 하지만, 어떤 분야인지 한번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과 내가 직접 몸으로 경험해야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을 들여놓은 지 12년이 되어갑니다. 

의상 디자인 결정, 바로 미국 파슨스 유학길에 오르다
한국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8년 미국 뉴욕 파슨스(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패션 디자인 학사 2학년에 편입했습니다. 속으로 ‘이 분야는 잘 모르니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후, 나에게 맞으면 계속하되 만약 맞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리라!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한 인테리어와 건축을 하겠노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1년은 저의 높은 코가 엄청 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순수미술을 전공한 저는 감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상분야 친구들이 월등이 잘 하더라고요. 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오기가 생겼습니다.‘나도 내가 잘하는 것을 공유하고, 나의 한계치를 좀 더 끌어 올리고 싶다’고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도 점차 늘고 어느새 제가 디자인하는 것을 즐기고 있더군요. 파슨스에서 1년을 더 다니며 신발, 모자, 니트, 악세서리 디자인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에게 더 잘 맞는 디자인 범주가 있나 해서 말이죠. 이 길이 힘들 수 있지만 저의 에너지를 쏟겠다 생각하고 졸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인턴생활
파슨스 졸업 후, 인턴생활을 하며 다양한 디자인 회사를 경험했습니다. 대기업을 비롯해 캘빈크라인, 커머셜 한 디자인회사, 대중적으로 백화점에 납품하는 회사 등에서 일했고, 디자인이 세련된 중국계 데릭 렘(Derek Lam)디자이너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이즈(Narciso Rodriguez)라는 디자이너와도 일을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한국에 들어가 아버님을 도우며 제가 배운 것을 적용해보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아버님은 옷, 저는 가방으로 매치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배운 것 가지고는 가방이 생각만큼 디자인이 되지 않는 거예요. 가방은 옷하고 원단도 다르고 금속이 들어가는 하드웨어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런 쪽이 약하다보니 한두 개 샘플을 제작했지만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아직 너무 부족한데 섣불리 시도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두 번째 기회가 왔습니다.


또 다른 기회의 땅 프랑스 ‘리세 드 라 모드'(Lycée de la MODE)
2014년 프랑스 ‘리세 드 라 모드’(Lycée de la  MODE)의 학장과 부학장이 우리나라 창원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머무는 동안 한국의 옷 짓는 장인을 만나보고 싶어했는데, 수소문 끝에 저희 아버지와 연결이 된 겁니다. 그분들에게 아버지 매장을 보여드리며 ‘리세 드 라 모드’에 대해 듣고,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 하다 아버님과 제가 프랑스 원단박람회에 갈 때 학교를 방문해도 괜찮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얼마든지 좋다는 답변을 받고 프랑스에 가서 일을 마친 후, 곧바로 방문을 했습니다. 아! 그런데 학교가 너무 좋은 겁니다. 제가 딱 부족했던 가방의 모든 것을 다 가르치더라고요. 바로 그 학교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제품을 만드는 장인을 키워내는 곳이었습니다. 디자인 파트도 있지만 마이스터를 만드는 학교였지요. 한국으로 돌아와 5개월 준비 후, 프랑스로 곧장 날아갔습니다. (이거다 싶었군요!) 네! 하지만 고민도 많았죠. 그런 저에게 부모님께서는 “진화야, 일단 시도해봐! 경험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랑스에 도착 후, 첫날 수업 맨붕!!, 그러나 나를 붙잡아준 선생님의 말 한마디! 
“내가 잘 이끌어줄 수 있어”
첫날은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할 내용을 불어로 달달 외워서 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각자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저 때문에 수업이 지지부진해지고 방해되는 것 같아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인 엘로디에게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 저 때문에 힘들게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제가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제 손을 꼭 붙잡고 “진화야! 전혀 그렇지 않아, 부담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 이끌어줄 수 있어. 네가 말을 못해서 힘든 것은 아는데 영어할 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넌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네가 작업을 하면 언제든지 봐줄게. 내가 여기 있으니까”라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패션쇼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다
제가 다닌 학교는 프랑스의‘숄레’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은 저 혼자였지요. 2년의 베테에스 과정(가죽, 액세서리 디자인과정)을 마치자 숄레시에서 준비하는 패션쇼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학교에서의 지원은 물론이고 숄레시에서는 장소와 메이크업을, 헤어는 근처 학교에서 후원을 받아 정말 신기하게 패션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보 디자이너인 저를 한국에서도 잘 모르는데, 프랑스에서 누가 알겠습니까? 제 나름대로 구상을 가지고 관계자들을 만나 무대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메이컵과 케이터링은 어떻게 할지 등 미팅을 하는데 그분들은 제가 초보인지, 프로페셔널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표현을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 어디까지는 도와 줄 수 있고, 도와 줄 수 없는지, 내가 가진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위해 이런 점은 변경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등의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마치 저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간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일을 진행하며 서로 대화를 할 때는 약간의 위계질서로 “네가 아직 모르나본데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마음 편히 대화하며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여기 있는 친구들도 이런 면에서 부딪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패션쇼도 저에게 찾아온 기회였지만, 일을 진행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함을 배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유럽이나 미국의 접근방식이 저에게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방식을 잘 조율하며 터를 잡아가는 것이 저의 몫이겠지요. 
      
이진화 본인의 디자인 철학! 세련됨, 멋스러움, 단순함, 실용성
저희 회사 모토는 ‘르 모던 블락’(LE MODE-RN BLOC, 현대적 연합)입니다. 옷, 가방, 작은 지갑 등의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실용적이며 단순하고 세련된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예술적인 영감을 녹여낸 작품들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처음 프랑스에서 작업한 작품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하며 제가 받았던 영감을 작품 속에 모던하게 풀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점에 있어서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실크, 캐시미어는 제일 좋은 옷감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물빨래가 가능하고, 편하게 입어도 되는 부담 없는 옷감 소재를 주로 선택하는데, 프린트 옷감을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특별한 프린트가 들어가면서 재미를 주고, 예술적 감성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아버지 이림이 추구하는 것은‘우아함’인데 반해, 딸인 본인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함, 세련됨, 실용성으로 패션세계가 다릅니다. 부녀가 아닌 같은 길을 걷는 전문가로서의 대화가 궁금합니다.
아버지는 디자인이 여성적인데 반해 저는 중성적이고, 실용적이고, 남성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여성이 옷을 입을 때의 소재 선택과 아름다운 이미지, 우아함 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부분을 저에게도 많이 이야기 합니다. 저보다 더 오래 일을 하셨고, 당신이 맞춘 옷이 그 고객에 딱 맞았을 때 오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는데, 사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독립적으로 샵을 열고 운영을 하며 제 옷과 가방을 좋아하는 분들을 만날 때 상품 판매를 떠나 그 자체가 큰 기쁨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옷을 입었을 때 딱 퍼즐이 맞춰지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저와 손님이 똑같이 느낄 때 옷을 하는 사람으로서 큰 힘이 되고, ‘아~ 아버지께서 이런 원동력으로 오늘날까지 오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버지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며 추구하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도리어 이런 점이 대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직접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이즈’(Narciso Rodriguez)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나르시소 로드리게이즈’(Narciso Rodriguez)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의 작품은 제가 보기에 세련되고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인데도 굉장히 섬세했습니다. 특별히 영감을 일상적인 것에서 끌어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일례로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앞치마를 세련된 원피스로 바꾸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옷도 섬세하고 정제된 하이엔드(최상위)패션으로 승화시키더라고요. ‘이분과 꼭 한번 일 해 보고 싶다’생각하고 졸업 후, 문을 두드려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말씀도 없고 조용조용한 분이더군요. 어느 날, 인턴들이 일하는 테이블을 지나 본인방으로 걸어가다 잠깐 뒷걸음쳐 오더니 쓰레기통을 유심히 보더라고요. 어시스턴트 디자이너에게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이것 사진 찍고, 쓰레기통 내 방으로 가져와”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쓰레기통 안에 저희가 디자인 하다 버린 종이, 원단 자른 조각 등이 섞여 있는데 그게 굉장히 예뻤답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찾아내는 것을 직접 본 저는 충격이었습니다. 디자인 한다고 으스대는 게 아니라, 진짜 일상생활에 있는 것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는 게 디자이너구나! 이때 저는 ‘나도 디자인을 할 때 이분과 다른 색,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 주변의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생각했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프랑스에서 패션쇼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무엇을 주제로 정할 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주위 스텝들이“언제쯤 아웃라인이 나오느냐”하는데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성당에 앉아있는데 성당내부 창문 문양인 장미 꽃 모양과 보들레르 시인에 푹 빠져 있던 친구가 이야기한 보들레르 <<악의 꽃>> 시집 중,‘파리의 꿈’시 한 구절 -‘이 엄청난 풍경, 일찍이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이, 오늘 아침 여전한 이 이미지, 어렴풋하고 아련한, 나를 황홀하게 한다.’...- 이 떠오르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멀리 찾고 있었구나. 주위에 항상 있는 것을 간과하고 아름답다고만 했지, 끌어내고 풀어 낼 생각을 못했구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샵을 준비할 즈음, 몇 명의 프랑스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기욤’(Guilla-ume CARREY)이라는 신발을 만드는 친구는 한국의 ‘단청’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단청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었지만, 기욤을 통해 단청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또 가방을 만드는 ‘휴고’(Hugo VIGNON)와는 두 달 정도 가게 오픈 전에 작업을 같이하며 단청을 응용해 가방을 만들고, 옷도 단청무늬 중의 하나로 모던하게 디자인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민화 화가신데 전에는 어머니의 작품을 보며 나의 감상을 이야기했던 정도였지만, 민화를 재발견하여 ‘누군가의 열정’이라는 모티브로 새롭게 해석, 심플한 현대적 무늬로 가방에 담아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업디자이너로서 내가 보고 있는 주위에 아름다운 것을 지나치지 않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디자인과 전혀 다른 것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유롭게 이것저것 막 던져보며 시도하기도 하죠.

패션을 공부하는 프랑스인들이 본 한국
‘리세 드 라 모드’에서 같이 공부한 휴고, 마린, 기욤, 그리고 프랑스에서 저에게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엘로디 선생님과 남편분이 작년 한국에 놀러 왔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며 굉장히 트렌디하고 세련되었노라 하더군요. 그리고 한국에 큰 잠재력이 느껴진다며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또, 2018년 루이비통에서 한국에 전시회를 열었는데 루이비통의 장인 ‘자크 루와예’(Jacques ROYER)가 방문했지요. 제가 다닌 ‘리세 드 라 모드’ 학교와 연계해 수업을 진행한 분으로 한국 전시회에서 만나니 새롭기도 하고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자크 루와예 씨도 제 프랑스 친구들과 똑같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본인이 느끼기에 한국은 뭔가 용광로처럼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있다며 저에게 귓속말로“내가 조금 있으면 정년퇴직인데, 만일에 네가 큰 사업을 하고 싶다면 내가 한국에 올께! 여기는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아”라고 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희열
디자인 하는 과정 전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특히 완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제 공방에서 디자인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보고, 스케치하고, 샘플링하고, 수정도 5회 이상 거치며 마네킹에 입혀보는 드레핑 작업(입체패턴)을 하면서 상상했던 실루엣이 아름답게 똑 떨어져 나올 때, 그것도 아주 쉽게! 이때가 아주 기쁩니다. 제 스스로도 ‘아~ 뭐가 나오는구나!’하는 감이 오죠. 그런데 더 큰 기쁨은 고객이 제 의도를 읽고 “이것은 이래서 좋네”하며 이해해줄 때 아주 행복합니다. 말과 글이 아닌 바로 제 작품으로 소통이 되었다는 기쁨이죠. 아마 다른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르 모던 블록(LE MODERN BLOC)이 ‘현대적 연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듯이 이 일도 같이 협업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소규모지만, 후에 신진 디자이너들도 함께하는 큰 커뮤니티를 만들어 한국디자이너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샵을 오픈한지 1년 동안은 내부적으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지인 분들에게 알리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대내외적인 홍보와 SNS를 통한 대중적인 소통으로 고객들과 만나려 합니다. 지금은 여성복과 가방, 지갑 등이 있지만, 점차 남성복, 액세서리 등 토탈 패션을 보여줄 수 있는 규모까지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하는 동안 내내 이진화 디자이너의 진지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일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해도, 오직 이 일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조용하지만, 내적인 열정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훌륭한 동료들이 많은데 현실적 문제로 디자이너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샵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진화 디자이너 철학으로 만들어지는 이곳에서의 옷 한 벌 한 벌, 가방 하나 하나가 소중하게 고객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16 B1F
lemodernbloc@gmail.com | www.lemodernbloc.com
르 모던 블락(LE MODERN BLO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진화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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