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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커피, 단 커피! 이런 메뉴 보셨나요? 인지증 카페‘기억마루’

2019년 8월호(11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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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기억마루를 다녀와서]

쓴 커피, 단 커피! 이런 메뉴 보셨나요?
인지증 카페 ‘기억마루’

 

7월 10일 수요일, 특별한 카페를 간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서둘렀습니다. 무슨 특별한 카페냐고요? 바로 치매어르신들이 직접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하는 카페 ‘기억마루’랍니다. 어르신들이 어떻게 할까? 라는 궁금증으로 카페에 들어섰는데 유니폼을 깔끔하게 입은 어르신 3~4명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챙겨주는 ‘의왕시 치매안심센터’직원분과 함께 말이죠. 
 일단 의자에 앉아 주문을 했는데 여기 메뉴판은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쓴 커피(아메리카노), 단 커피(바닐라 라떼), 우유커피 등등 어르신은 약간 어눌한 목소리로 “무엇을 드릴까요?”하더군요. 냉큼 “단 커피요”하니 곧바로 나무로 만들어진 가벼운 잔에 커피가 정성스레 담겨져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죠. 그랬더니 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일 듯 말 듯 하며 입꼬리가 올라가더군요.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커피를 맛있게 마시며 카페 ‘기억마루’를 운영하는 김승호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어르신이 주문받는 모습

 일본에서 치매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점에서 서빙하는 모습을 모 일간지를 통해 보며, 우리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치매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을 때 아직 밖에 알리는 것을 꺼려 하니까요. 
 맞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말씀하신 대로 남이 알까 쉬쉬하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2017년 10월부터 카페 ‘기억마루’를 운영하며 예전에 가졌던 부정적인 치매에 대한 의식이 저부터 바뀌었고, 무엇보다 카페 ‘기억마루’에 오시는 어르신들 얼굴 표정이 처음에는 굳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일하러 처음에 카페에 오셔도 바로 주문을 받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강하게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점차 적응할 수 있도록 의왕시 관계자와 제가 함께 도우니 어느 순간 커피를 나르시더라고요. 대부분 치매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늦거나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가족들의 폐쇄성입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여기서 소통도 하고 무언가를 했다는 보람을 갖게 되면서 얼굴 표정이 밝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카페 ‘기억마루’를 하겠다고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발단은 호기심이었어요. 모 방송국에서 카페에서 일하는 치매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스타벅스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숍의 문을 두드렸지만, 다 거절하더랍니다. PD분이 치매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시를 찾던 중, 의왕시에서 치매가족들을 대상으로 취중진담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 의왕시와 연계해 방송 프로그램을 할 만한 카페를 수소문했는데 바로 저희 카페를 찾게 된 거죠. 그런데 저도 처음에는 막연하기도 했고, 손님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 염려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행하면서 점차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운영의 어려움은 있을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일반 카페처럼 운영하고, 카페 ‘기억마루’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12시에만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매번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라며 이야기들 하죠. 카페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인지증 카페인 치매 카페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처럼 매장을 운영하면서 1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가한 시간인 오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카페도 지역사회와 연계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있겠는데요?) 맞습니다. 
 카페도 지역사회, 시와 연결해서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시에서 어르신들이 나오실 수 있도록 가족들을 설득하고, 담당자분이 이 시간에 함께 도와주고 있답니다. 도리어 고령화 사회로 이런 인지증 카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치매 어르신에 대한 폐쇄적인 가족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카페 ‘기억마루’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요?) 지원해서 한 번 떨어졌지만 계속 지원할 생각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씩 소풍 간다는 생각으로 출근하는 어르신들 
 가족이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버스를 타거나 차로 모시고 출근을 합니다. 집에 가만히 계시기보다 버스 타는 것도 즐겨 하고, 카페에 와서 소통하는 것을 소풍간다 생각하며 나오신다고 해요. 어르신들도 엄연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니 의왕시 치매안심센터에서 알바 비용도 드립니다. 이제는 제법 알려져서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기억마루’카페가 열리는 시간에 방문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너무 수고하신다고 매장에 있는 분들에게 음료를 다 쏘기도 하죠.(웃음) 바쁠 때는 엄청 바쁘답니다. 

 2호점 카페 ‘기억마루’를 준비하고 있다고요?  
 8월8일 2호점이 의왕시 오전동에 오픈합니다. 여기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진성기업’이 이미 3년 전에 ‘손커피연구소’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죠. 6월 어느 날, 의왕시 보건소에서 혹시 2호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전화가 왔었습니다. 저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이야기한 후, 진성기업 대표에게도 말씀을 드려보겠노라 했죠. 그런데 웬걸, 대표의 어머님도 치매를 앓고 있다며 취지가 좋다고 적극 동참하면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2호점은 지금 이곳과는 다르게 운영해보려 합니다. 회사가 7군데 입점되어 있어 주로 직장인들이 오는 공간인데 한편으론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도리어 직원 가족들도 치매 어르신들이 있을 텐데 더 감동받지 않을까요?) 네~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페 기억마루처럼 치매 어르신과 함께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손커피연구소’가 처음이랍니다. 사회적기업을 넘어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기업으로까지 발전하는 카페 기억마루가 되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카페는 미술, 음악, 문학 등과 함께 콜라보 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고, 누구나 올 수 있는 게 카페의 힘이라며 카페 ‘기억마루’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김승호 대표는 이야기했습니다. 카페가 그저 예쁘고 멋스럽고 커피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잘 내리느냐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어르신들이 더 적응이 되면 커피 그라인딩과 추출하는 것도 가르치려 한다는 김승호 대표에게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습니다.  

 

경기 의왕시 부곡 중앙남 7길27, 손커피연구소
카페 ‘기억마루’ 매주 수요일 오전 10~12시 운영
김승호 대표 / 031-462-3582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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