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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치매 - 육체적 치매, 정신적 치매, 영적치매

2019년 8월호(11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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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치매에 대하여]

세 가지 치매 - 
육체적 치매, 정신적 치매, 영적치매

 

 치매 걸린 가족과 살아본 경험이 있나요? 
 치매 걸린 당사자도 힘들지만 그를 보호하는 가족도 괴로운데, 그 이유는 물리적 어려움보다는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사랑했던 가족이 이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어버린 사실이 가장 어렵습니다. 더 이상 나와 같이 현재의 삶을 살 수 없는 무 존재, 즉 ‘살아있으나 죽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마치 살아있지만 인격적 존재가 그냥 없어지고 소멸되어 버린, 사망선고를 받은 가족의 잃어버린 상실감은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하게 됩니다. 몸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의 상실감을 잘 느끼지는 못해도 이미 우리의 정신세계 속에서 ‘지나간 인물’로 여길 수밖에 없는 고통을 가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첫째 종류의 육체적 치매는 눈에 잘 띄고 직접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알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렵고 무서운 치매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정신적 치매’입니다. 정신적 치매란 인간의 정신적 활동에 대해 그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치매를 말합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인생이란 단순히 ‘먹고, 자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치매입니다. 
 그러니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정신활동에 대한 관심도 없고, 그런 활동도 하지 않아 그 어떤 정신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든 창조적이고 탁월한 가치에 대해 감탄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작업해서 만든 작품에 -그것이 자연물, 예술품, 생산물, 조직, 건물, 윤리적, 희생적 행위이든- 대해 아무 감동이 없는 경우이지요. 길면 100세 밖에 안 되는 유한한 인생이지만 그 인생의 한계를 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치매가 있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이나 영속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인생이 걸리는 치매입니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거나 미적인 만족을 주거나 윤리적 희생, 국가적 충성 등과 같이 사회적, 역사적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남동부의 가야국의 충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은 가야국에서는 충신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야국이 신라로 흡수되고, 그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하고, 다시 그 신라가 고려로, 그 고려가 조선으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이 충신의 행위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이럴 때에 인간은 영원한 가치를 따지게 되고, 그 대답은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에 의해서만 답이 주어지는 종교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질문이나 대답을 하지 않고 단지 현실만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걸리는, 셋째 치매가 바로 영적(종교적) 치매입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며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 이 땅에 있는 것은 좋습니다.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세상을 밝게 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분들이 많은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분들이라고 할지라도 죽고 난 뒤에도 내가 열심히 행동한 것에 영원한 가치를 남길 수 없다면 그동안 자신이 행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과연 ‘영원한 가치’란 없을까요? 만약 그런 가치가 정말 없다면, 내가 옳고 좋은 일을 지금 행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며, 심지어는 악한 일을 악이라고 말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올바른 윤리에 대한 기준 자체가 허물어지고 만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계시나요?

 

서울시 강동구 이영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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