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국교육 들여다보기

교육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7. 13:15

본문

[영국유학 스토리]

영국교육 들여다보기

 

 

  언제나 힘들었던 집안 형편 때문에 외고에 합격하고서도 비용이 부담스러워 집 근처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으며 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독서에 푹 빠져 있던 저는 수능성적이 좋지 않아 군대를 다녀온 후, 학원에 들어가 재수를 시작했지요. 고등학교 때 이과이면서도 그렇게 이해가 안 되고 재미없던 수학적 개념들이 재수 학원의 선생님을 통해 쉽게 이해가 되고 흥미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영어의 경우에도 학교와 달리 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다고, 듣기 실력 향상을 위해 말하기를 동시에 가르쳤습니다. 이 가르침이 진리인 것을, 영국에 만 10년 넘게 살고 있으면서 내가 말하지 못하는 발음과 문장은 결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열심히 재수를 준비했으나, 저는 시험 당일 쫓기듯 시험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시험장의 벽시계를 시험관이 치워버렸는데, 저는 손목시계를 가져가지 않아 시간조절을 할 수 없었지요. 평소 모의고사 보다 한 등급이 내려간 시험 결과를 받고, 저는 다시 삼수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겨울 열심히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을 때, 영국 어학연수를 400만원이면 갈수 있다는 광고 메일을 확인하고, 어차피 어학연수는 필수 스펙인 시대이니 대학 입학 전 갔다 오자라는 생각으로 2003년 초 영국유학 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생활은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2003년은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중국발 사스(SARS) 전염병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던 터라, 워낙 중국인과 흡사했던 저의 외모 탓에 일자리가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일자리 센터에서 군인을 모집하고 있어, 한국에서의 군복무 경력을 인정받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영국군으로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영연방 국가 사람이 아니고선 지원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 샌드위치공장에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대뜸 시범을 보이라고 하더군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에 옆 사람을 곁눈질해 가며 열심히 샌드위치를 쌌지만 결과는 탈락. 2시간이나 일했는데 샌드위치 하나도 안 주고.... 공장 문을 나오는데 왜 그렇게 서럽던지요.


  그렇게 넉 달을 일없이 지내다 보니, 남은 건 일주일간 버스를 탈수 있는 BUSPASS가 전부였습니다. 방세도 내지 못해 저는 일주일치 BUSPASS로 밤에는 버스 안에서 노숙하며 영어학원에 다녔습니다. 간신히 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탈리안 식당에서 접시닦는 일을 하게 된 저는 영국의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투잡을 뛰면서 IELTS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 들어가기에 학비가 너무 부담이 되어 좀 더 저렴한 곳을 찾던 중에 HND(Higher National Diploma) 라는 2년의 과정을 끝내고 일반대학 3학년으로 편입이 가능한 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어실력은 아직 부족했고 학비를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죠. 다행히 제법 큰 ‘TGI FRIDAY’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지만, 부족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워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는데, 졸음운전으로 넘어지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 죽을 뻔 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아침에 자명종이 울려도 일어나지 못해 연속 두 번 지각으로 두부공장에서 그만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사장님이 어느 정도의 퇴직금과 leaving party까지 해주셨는데, 정말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일본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살면서 알게 된 한국 교육과 영국 교육의 차이점을 몇 가지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영국에서는 만 3세 이상이 되면 Nursery라는, 하루 3시간 무료로 지내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가 사립 Nursery에 Full Time으로 보내기 원하면, 정부에서 비용의 절반 정도를 보조해 줍니다. 만 4세가 되어 갈 수 있는 Reception은 아침 8:30에 시작하여 오후 3:30에 마치니, 학부모의 부담이 훨씬 줍니다. 또 만 5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학교에서 오후 3:30분까지 교육을 책임집니다. 여기에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학교와 지방 자치구가 협의하여 만든 여러 가지 특별활동을 4:30까지 할 수 있고요. 뮤지컬, 각종 스포츠, 체스, 미술, 시 읽기반 등의 한국에서는 보통 사설 학원에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이루어집니다. 특이한 것은 한국의 과외 활동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 많은 반면, 영국은 신체 성장 발달과 인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과외로 채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영국의 초등학생이 아무런 시험 걱정 없이 중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립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갑자기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가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지는데, 좋은 Secondary School(중·고등학교가 합쳐진 학교로  school, college, grammar school, high school 등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에 진학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영국 중산층의 투자는 한국인 못지않게 강한데, 영국에는 같은 학맥으로 서로 자신의 직장으로 끌어 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대학은 3년제인데 반해, 중·고등학교는 최소 5년에서 7년을 다니기에 인맥을 더 쌓을 수 있는 것이죠. 대학에 진학하면 자국인 학생은 정부가 보증을 서 초저금리로 학과에 상관없이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이 학자금은 직장을 구한 후 연봉이 어느 정도 상한선을 넘으면, 보통 10년에서 20년에 걸쳐 천천히 갚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무조건 취업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어떤 학과를 얼마나 좋은 성적으로 졸업 했느냐, 또 어떤 중·고등학교를 졸업 했느냐와 실력에 따라 취업이 결정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과와 상관없이 10개 이상의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현실을 알려 주면, 영국 사람들은 상당히 놀랍니다. 영국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몇 가지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이죠. 우리 청소년이 자신이 하고 싶은 과목만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과목수를 대폭 줄이는 교육 개혁을 단행한다면, 현재 청소년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나항공(LHR공항서비스지점) 근무, 구민석
minseok80@flyasiana.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