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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을 최고의 환경으로!

2019년 12월호(12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 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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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농부 이야기]

열악한 환경을 최고의 환경으로!

나이 50이 다되어 농부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 이곳은 평창의 해발 700m에 위치한 조금 추운 곳입니다. 겨울옷 몇 겹을 껴입어도 한 낮에 더운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지요. 봄기운이 살짝 비취던 지난 3월 말에 송화고 버섯(일명 ‘상상버섯’) 재배를 시작했는데 벌써 알싸한 겨울이 성큼 다가와 빠르게 흐른 시간을 체감하게 됩니다. 

지난 9개월의 시간동안 초보농부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매일매일 버섯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솎아주는 일에서부터, 버섯이 자라는 배지에 물을 주는 일, 탐스럽게 다 자란 버섯을 정성스레 수확하는 일, 그리고 흘린 땀의 결과물을 유통 및 판매하는 일 등. 이 많은 일들을 혼자 해 가면서 좌충우돌, 노심초사했던 일도 비일비재 했고, 다양한 인생을 살다 귀농한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근 마을에서 벌어진 귀농인과 원주민과의 심각한 갈등 문제들을 실제로 눈 앞에서 경험하는 등 귀로만 듣던 농촌의 실상과 문제들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일은 마을에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였습니다. 일을 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최저 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심지어 임금 체불로 인해 뜨내기처럼 이 마을 저 마을로 옮겨 다녀야만 하는 문제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다가 떠난 외국인 근로자들이 6명 정도 됩니다. 6명 중 3명은 3개월 만에, 나머지 3명은 7~8개월 정도 있다가 결국 다른 마을로 떠났습니다. 사실 6명의 젊은 근로자가 떠났다는 것은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붙잡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농촌의 ‘열악한(?) 재정 문제’라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직원을 둘 정도의 사업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내년 봄 즈음에는 직원을 고용해 사업 확장계획을 고민하는 지금, 외국인 직원의 처우문제는 더 이상 옆집 얘기가 아닙니다. 나는 그때쯤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어떤 처우를 할 것인가?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열악한 농촌 현실과 그럴듯한 상황핑계를 대며 이들 노동의 대가를 도둑질 할 것인가? 등의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단순히 일한 만큼 직원들을 대우해주는 차원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사장이 받는 월급의 수준도 직원들과 비슷하게 하고, 아예 직원들의 자녀 교육 및 가족까지 회사에서 책임져주어 더 이상 이 마을 저 마을로 옮겨다니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안 될까? 등의 질문과 함께요.

그래서 저는 작은 경험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재정원칙을 세워보고, 또 그대로 실천해 보려 합니다. 직원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사장, 직원들의 자녀 교육까지도 책임져 주는 회사부터 말이지요. 설령 함께 할 직원이 외국인 근로자라 해도 말입니다.   

 

상상팜 대표 한상기, 010-4592-3488
01sangsang@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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