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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사람이 나이든 사람에게

2020년 2월호(12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3.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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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세대가 자기 세대에게(하는 교훈)]

 

나이든 사람이 나이든 사람에게

 

이 새로운 칼럼은 점점 남으로부터 귀 기울여 배우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을 고집하는 시대정신에 저항하려고 만들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승에게서 영원히 졸업하여 마치 성숙한, 완전한 사람이 된 착각, 환상을 얼마나 많이 가지나요? 평생 동안 스승으로 삼을 분이 없다면 이미 죽은 옛사람과 책이라도 스승으로 삼을 노력을 해야 하는데, 늘 가르치려드는 가르침쟁이들, 남의 말 절대 듣지 않는 똥고집쟁이들이 세대를 막론하고 너무나 많아지는 것이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칼럼은 그 치료책으로 같은 해들에 태어난 사람들이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하는 교훈은 적어도 받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으로 생각해 낸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세기의 어느 영국문학가가 나이 들었을 때를 대비하여 스스로 정해놓고 자신을 다스려간 계명들을 읽고 충격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거울삼아 21세기 한국사회에 필요한 교훈을 계명처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처럼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교훈들을 한번 스스로 만들어 프린트해서 책상 앞에 두고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자고 권고하고 싶군요. 이미 지난 선대에 부끄러움이 없고, 후대에 미안하거나 창피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생애를 마감하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1. 과거 이야기 하지 말자   
나이든 이가 과거 이야기를 한다면 자기 업적과 자랑 외에는 없을 것이다. 말하고 싶어서 입이 정말 근질거린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자.
첫째, 내가 잘못한 과거를 일체의 변명없이 확실한 반성을 담아 성의껏 고백하자.
둘째, 잘한 것이 엄청나게 많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요구가 있지 않는 한 철저히 침묵하자.
셋째, 구체적으로 계획한 나의 미래를 위하여 내가 지금 무엇을 실제로 행하는가를 말하자.
넷째, 그런 미래의 일이라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임에서 듣기를 9할, 말하기를 1할을 차지하게 하자.  

2. 젊은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자
우리가 과거에 그렇게 했듯이 젊은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한계, 약점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점검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한 훈수두거나 가르치려들지 말자. 은근슬쩍 귀띔이라도 하지말자. 정말 나쁘고 파괴적이고 악을 전염시키는 젊은 나부랭이들이라면 아주 절제된 가운데 불같이 일어나서 호령하며 교훈하자.  

3. 절대로 은퇴하지 말자 
은퇴는 바로 죽음이다. 은퇴라는 단어 자체가 죄악이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이 인생이다. 다른 사람이 창업한 사업장에서 혹은 공무원처럼 일하며 은퇴하지 말고 버티자는 말이 아니다. 사회가 나를 불필요하게 여기는 곳이라면 일초라도 버티는 수치를 겪지 말자. 차라리 내가 만든 작고 보잘 것 없는 직장과 일터에서라도 죽을 때까지 일하자. 힘이 부치면 일의 양을 줄여 가면 된다. 

4. 지하철, 공짜로 타지 말자 
나이가 더 들어 지하철을 비롯한 공적으로 주는 모든 혜택을 최대한 거부하자. 그 혜택을 누리는 순간 나는 이미 퇴물이며, 공짜 좋아하는 거지인생을 사는 비참한 존재로 스스로를 간주할 뿐이다. 공짜혜택을 거부하면 나 대신 다른 사람, 사회, 국가, 세계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또 어느 성인이 말한 것과 같이 과거에 내가 오른손으로 베푼 모든 혜택, 도움, 지원은 왼손이 모르게 하도록 하여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버리자. 

5. 손주들과 놀지 말자
아주 어린 세대나 귀여운 손주들은 잠시 보아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보아주거나 놀아주지 말자. 그들을 돌보는 것이 본업이 되어버리면, 나 스스로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삶을 포기한, 사실상 죽은 삶을 사는 것일 뿐이다. 자식들에게 아주 어릴 적부터 미래에 태어날 손주를 결코 보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해주자.

6.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말자
마찬가지로 자녀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부모가 베풀어 줄 수 있는 것은 좋은 교육 외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자. 그 어떤 물질적 유산을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하자. 결국 최고의 교육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스스로 큰 목적을 세우지만, 구체적인 작은 목표들과 세부적 방법을 개발하도록만 격려하고 조언하자. 내게 남은 모든 물질적, 정신적 자산은 정말 준비가 잘 되었고, 누가 판단해도 미래가 환한 다른 젊은이들에게 쏟자. 

7. 혼자 있음(고독)을 사랑하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지 말자. 그 두려움으로 쓸데없는 여행, 놀이친구들과 노닥거림, 그리고 카톡과 페이스북, SNS 등에‘좋아요’라는 허무한 반응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사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자. 누구에게나 열어놓아도 가치 있고, 방문하고 싶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 혼자 있음(고독)의 달인이 되자. 찾아오는 방문객과 어울리면서 인간적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극복하자. 

8. 가치를, 그것도 오래가고 영원한 가치를 끝까지 추구하자
외로움의 인간적 고통은 혼자 있음의 즐거움으로 바꾸는 길이 있다. 가치, 그것도 오래가고 영원한 가치를 홀로 추구하는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의 삶과 기록을 두고 후세대가 대화를 나눌 정도의 가치를 추구하려고 노력하자. 정말 지혜롭지 못하게도 우리는 젊은 시절 주워들었던 빈 껍질 같은 사상체계를 깊이 성찰하지 않고 쉽게 영향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가치를 추구해 왔던 오래된 건강한 종교와 전통들을 어리석게도 함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런 젊은 시절의 무식하고 무례한 교만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유지하는, 또 한 번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그렇지만 여러 종교들 중에 아무 것이나 선택해서 몸을 의탁하면 된다고 여기지 말자. 종교의 세계에서는 진짜는 정말 진짜이며 가짜는 정말 가짜다. 매우 세심하게 옥석을 가리고 진실되게 몸과 마음을 다하여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며 시간을 투자해 보자.

9. 나이가 들수록 이기적 습관을 끊어버리고, 이타적 습관으로 나를 중독시키자 
남에게 무관심하거나 남에게 해악까지 끼치는 모든 이기적 습관을 조그만 것이라도 끊어버리자. 대신 조금이라도 남을 이롭게 만드는 이타적 습관에 자신을 중독시키자. 
그 어떤 대가나 칭찬을 기대하지 않고, 심지어 욕까지 먹는다고 할지라도 그 좋은 습관을 밀어붙여보자. 종교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 외에는.    

10. 아름답고 또 영원한 이름 외에, 그 어떤 것도 남기지 말고 잘 죽자
임종이 가까워옴에 죽기 싫어서 악을 쓰는 추태를 부리지 말자. 대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아름답고 영원한 죽음을 죽을 것을 미리 준비하자. 하지만 아름다운 죽음만이라면 나만 좋게 여길 뿐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죽음을 준비하자. 인생이 만약 그저 던져진 존재라면, 이렇게도(선하게) 저렇게도(악하게) 살아도 되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가 될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나 스스로를 어떤 영원한 분의 지극한 관심 속에서 이 세상에 보내어진 존재로 간주한다면, 내 능력으로 내 생애동안 성취한 것을 그 분 앞에 엄중하게 계산해야 할 자신의 삶에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 사는 동안에 아름답고 영원한 이름 외에는 아무 것도 남기지 말자. 깨끗하게 잘 죽자.

 

서울시 노원구 이중구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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