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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효과 Reactance Effect “물건 싸게 사려고 애쓰지 맙시다”

2020년 2월호(12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3. 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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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심리 한 번 들여다볼까요? 9] 

 

반응효과 Reactance Effect
“물건 싸게 사려고 애쓰지 맙시다”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지작거리는(혹은 클릭하는) 나를 본 점원이(혹은 인터넷 기업의 AI가) 이런 말(제안)을 한 적이 있나요? “손님, 정말 안타깝게도 손님 치수에 맞는 옷(혹은 구두)은 딱 한 켤레 남았습니다!” 그 때 내 생각은 자동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그래, 내가 지금 사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거야. 그 때는 내가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그러면 내 지갑이 스르르 열리거나, 내 돈은 이미 다른 사람의 구좌로 홀라당 넘어가고 맙니다.
소위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를 그 판매원이 먼저 사용한 겁니다. 즉 사람들 사이의 거래나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그의 심리에 ‘닻’을 내리는 겁니다. 그러면 그 닻을 중심으로 한 플러스-마이너스 지점에서 합의(거래)가 성사되기 마련입니다. 자칭 협상의 달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많이 쓰는 방식이지만, 사실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악하고 이기적인 계획이 눈에 띄지 않게 포장되어 있을 뿐입니다.
물건 판매의 경우 판매자가 물건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닻내리기로 홍보하면(사실은 거짓일 경우가 많지만), 수동적 소비자는 단지 그가 먼저 그어놓은 선의 반경에서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은 희귀한 물질(경험, 지식, 관계)에 마법과 같이 홀리는데, 이것을 반응효과Reactance Effect라고 합니다. 가상으로 설정된 상실감에 인간이 발을 헛디뎌 풍덩 빠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누구나 원하지만 불충분한 물질(경험, 지식, 관계)일수록, 인간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안달복달합니다.   
이와 유사한 심리적 효과는 물건, 경험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발생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 존경하는 감정을 품게 하는)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그 사람을 조정(지배)하려드는 놈팡이, 꽃뱀이나 사이비(종교, 정치)지도자들이 활용하는 심리적 전략이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나는 그 사람에게 희귀한 존재가 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쓰는 겁니다.  

     


물론 이런 심리적 경향은 도덕적으로 특정(유일한)행동이 제한받을 때에도 발생합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일종의 심리적 저항(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인간은 금지된 유일한 것에는 오히려 굉장한 매력을 느끼고 윤리적 반성을 해 볼 겨를이 없이 거침없이 시행해버리지요. 마시멜로 심리학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달콤한 마시멜로를 아이들에게 주면서 지금 당장 먹지 않고 10분을 참으면 하나를 더 준다는 그 유명한 실험 아시지요? 당장 하나를 먹어버린 아이에 비해, 참았다가 하나를 더 먹은 아이들은, 20~30년 후에는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경우 인내하는 목적이 고작 마시멜로 하나라는 물질적 보상을 받는 것에 불과함에도 이런 커다란 차이를 보인 겁니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내가 지금 해버릴 수 있지만, 참으면 엄청난 정신적, 윤리적, 종교적 보상을 준다는 과제가 최초의 인간에게 주어졌습니다(창세기 3장). 유일하게 먹지 말아야 하는 선악과와, 선택할 수도 안할 수도 있지만 선택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과일 중에서, 인간은 반짝거리고 흥분하게 만드는 전자를 택한 겁니다. 마치 현대에서 어떻게 하든지 소비자의 지갑(구좌)에서 돈을 빼앗거나, 협상에서 어떻게하든지 내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판매자나 협상가와 유사한, 사탄의 말을 최초의 인간이 들은 겁니다.
다시 소비심리라는 주제에 돌아갑시다. 19세기에 다방면의 천재이자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사회를 윤리적으로 개혁하여 맑게 만들었던 존 러스킨John Ruskin(1819~1900)이 제시한 소비문화에 대한 엉뚱하리만치 혁신적 제안을 풀어 쓴 글에 귀 기울여 볼까요? 

이 세상에서 나쁜 짓을 조금이라고 하지 않고서는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란 거의 없다. 오직 낮은 가격만 염두에 두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하게 만드는 세상적 음모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물건의 가치에 비해 돈을 많이 지불했다면, 단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일 뿐인데 이는 그냥 돈을 허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건의 원래 가치에 비해 돈을 지나치게 적게 지불했다면, 이는 악한 행동일 것이다.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 (창조주 혹은 인간 동료가) 애써 부여한 가치를 내가 강제로 탈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시 윤기석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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