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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새로운 삶을 찾아드립니다.

2020년 2월호(12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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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기업스토리]

3D프린터로 새로운 삶을 찾아드립니다
- 만드로 이상호 대표

이상호 대표를 처음 만난 때는 2014년 안양창조산업진흥원에서였습니다. 3D프린터로 직접 만든 플라스틱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던 이 대표는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단계였습니다. 3D 프린팅이 너무나 하고 싶어,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창업을 시작했다는 그의 말에는 열정이 가득했죠. 시간이 흘러 6년이 지난 지금 3D프린터로 만든 전자의수로 국내 뿐 아니라 중동의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만드로 이상호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하자
대학에서는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의 박사과정을 마친 후 한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회사 소속으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지내는 동안 3D프린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로 오랫동안 취미생활을 잊고 살다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에 저는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한 회사에 종속되어 있다 보니, 개인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싶은 열망도 있었고, 또 새로 시작한 3D프린터가 너무 좋아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은 젊고, 에너지가 가장 많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기에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설혹 사업을 하다 망하더라도 다시 직장에 들어가면 되니 1년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아내와 처가댁을 설득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처음에는 3D프린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3D프린팅 업계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D프린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저를 전자의수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했습니다. 
34살의 젊은 나이에 양손을 절단할 수밖에 없는 사고를 당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분이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자의수는 한 손에 4천만원 정도의 고가라 도저히 살 수 없어 포기를 했는데, 해외에서는 3D프린터로 손을 만들어 절단 장애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며 3D프린터로 손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글이었습니다. 절박한 그분의 사연에 달린 댓글은 해외 사례도 아직은 실험단계일 뿐이고 사용단계는 아니다, 3D프린터로 의수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등 모두 부정적인 답변이었습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서‘나와 동갑인 이 분을 돕고 싶다’,‘필요한데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자’라고 무언가 마음속에 움직이는 것이 있었습니다.‘제가 전자의수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달면서 그분과 만나 3D 프린팅 전자의수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몇 번을 만나고, 새로운 버전으로 계속 수정하면서 결국 1년 반 만에 완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중동지역으로 진출
의수를 한국에만 보급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기 때문에, 제품을 개발하면서부터 해외진출을 모색했습니다. 코이카에서‘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라는, 저개발국가에 도움을 주는 적정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중동의 요르단에 진출하였습니다. 요르단에는 국경을 맞닿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많아 전쟁으로 손을 잃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보다 10배 정도 되어 전자의수의 필요성이 절박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요르단에 매 달 출장을 다니며 사업에 집중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3D 프린터로 만든 전자의수를 받고 너무나 기뻐하며,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저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많은 피드백을 전달해 주었는데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참 고맙고 저희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2천 번 바꾼 전자의수 설계도
의수는 한 모델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손가락, 손의 일부, 손목, 아래팔, 팔꿈치, 위팔, 어깨 등 다양한 절단장애가 있고, 성인, 청소년, 아동, 노인, 남녀 등 선택지가 너무도 다양하고, 그에 따른 요구사항도 저마다 다릅니다. 개인에게 딱 맞는 전자의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회로, 소프트웨어, 맞춤형 제조 방법도 알아야 합니다. 부딪치는 사례들마다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관련 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하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이 실패의 연속이죠. 설계도를 바꾼 것만 2천 번이었습니다.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하니, 매번이 새로운 케이스이고 사용자와 함께 테스트를 하면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저희는 의수를 만들지만, 실생활에서 어느 정도까지 쓰이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의수를 사용하며 느끼시는 점이나 전자의수로 이제는 이런 것들도 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값지고 보람됩니다. 저희가 만들어 드린 전자의수로 연필 잡는 법을 체득하셨다며 가르쳐주신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 중동에서는 전쟁때문에 손이 있다가 갑자기 없어진 경우가 많아 누구보다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새로 생긴 의수로 실생활을 다시 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며 사용하실 때 참 보람을 느낍니다. 


사업을 하며 추구하는 가치
사람이 무슨 일을 하면 그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어렸을 적부터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조금 더 편한 방법이 없을까 찾아내고, 내가 무언가 기여하면서 동시에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남들이 하지는 않지만 가치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게는 전자의수가 딱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어떤 분들은 왜 손만 하냐? 다른 부위는 안 하느냐? 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저희는 손만 전문으로 하려고 합니다. 의수는 롱테일(long-tail) 제품입니다. 그 말은 그만큼 세부적인 사례들이 많고,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1차 목표는 의수가 비싸서 못 쓰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서 필요한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만들겠다는 처음의 저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죠. 3D프린팅 전자의수 제작을 위해 800명 정도의 사람들이 1,000만원을 후원해주었습니다. 이분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목표와 책임이 제게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안 하면 아무도 안하니까요. 
현재의 목표는 외력으로만 손이 움직이는 사람들, 즉 본인의 의지로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외골격 장갑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손을 넘어서 어깨 움직임까지 자유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을 장기 목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오늘도 힘껏 뛰고 있지요. 

만드로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상호
antiroot@gmail.com
070-4405-9995 / 010-9123-9995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198번길 18, 춘의테크노2차 202동 1211호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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