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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동해안길 300km 공동체 자전거 종주여행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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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동해안길 300km 
공동체 자전거 종주여행

 

 전세계가 우한폐렴이라는 된서리로 시작된 2020년은 슬프고,고통스럽고,우울하게 지나고 있습니다. 오타쿠만 ‘방콕’하는 줄 알았는데, ‘집콕’과 ‘방콕’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특출한 방어능력을 과시한 한국에 사는 우리는‘집콕’을 탈출할 매우 다행스러운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자전거여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공동체가 하는 여행으로 2016년(일본문화여행)과 2018년(중국문화여행)에 이어, 올해는 추석을 즈음해 유럽문화, 특히 르네상스문화를 위한 여행을 2년 전부터 기획했고, 르네상스의 출발지인 이태리의 다섯 개 도시(인물,역사)를 위한 팀을 구성해 사전연구여행까지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여기에 근세에 서양과 동양의 충돌점이었던 세 도시(마카오,홍콩,광둥)를 위한 팀도 만들어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게 되었고, 이것을 불행하게 생각하기보다 국내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전혀 색다른 경험을 위한 대안으로 만든 여정이 동해안길 300km 공동체 자전거종주여행이었습니다. 거의 10년 전에 244km의 제주도 자전거 순환여행을 공동체가 한 적이 있었기에 어렵게 여기지 않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남에서 북으로 진행한다는 목적 설정이 있었습니다. 물론 동해안을 종주할 때 고성에서 시작해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연이어 남해안과 서해안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남쪽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북으로 진행해, 한국인들에게 전쟁이 중지상태라는 현실을 늘 실감나게 만드는 휴전선을 코앞에 둔 남한의 북쪽 끝 고성에 도달하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거기서 자전거 방향을 돌려야만 했던 공동체 맴버들 각자는 죽 이어진 해안선은 그 넘어 원산을 거쳐 청진과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까지 이어져 있음에도, 더 이어 달려가지 못하는 역사적 고통 내지 아픔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둘째, 이번 여행이 ‘자전거 동호회가 하는 종주’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동해안 300km라는 목표를 통과하는 자전거종주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가 꾸려가고 있는 공동체의 사람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와 다양한 학력,경력,직업과 특히 자전거를 타고 다루는 능력에서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모두 달랐습니다. 동호회는 능력 있는 사람 위주이며 종주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러나 공동체가 하는 여행은 모두가 동의하고 참여하기로 결정한 만큼, 육체적,정신적 상태가 가장 낮은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했습니다. 아예 자전거를 타보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이전에 자전거를 탔었지만 시간이 흘러 육체가 무디어져 자전거에 상승과 하강 자체를 겁내는 나이든 사람, 기어 조작이 무서워서 고정한 채 타는 사람, 자전거의 구조뿐 아니라 펑크 난 자전거를 고치는 것도 몰랐던 이도 있었습니다. 물론 오랫동안 자전거를 탔던 사람, 허벅지가 외계인 수준의 여자, 근육 빵빵한 남자, 자전거사업을 하는 이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다 같이 성취하는 종주라는 선명하게 설정한 목표가 있는 만큼, 모두가 서로 도와서 다 같이 골인하는 목표를 이루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뒤에 쳐져서 다른 사람에게 어려움이 될까 하여 정신없이 달린 이들도 있었지만, 힘이 남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가면서도 환상적인 동해안의 풍경을 느끼며 가는 여유로움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훈련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조를 묶어서 실험하기도 했으며, 선두와 중간과 후미를 연결하여 낙오없이 도달하는 연습을 하곤 했죠. 
 선두는 항상 변화무쌍한 노면이나 길 상태를 점검하여 뒤편에 전달하기 위해, 고함을 치거나 기다렸다가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또 어려움이 생길 때를 대비하여 전기자전거 한 대를 준비하기도 했으며, 육체적으로 힘들어 300km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는, 결국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군수지원’, 즉 ‘보급’을 책임지는 막중한 사명을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공동체 성원은 ‘다른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참여하는 자전거여행’을 스스로 설정하여 색다른 방법으로 공동체적 여행을 완성해 모두를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셋째, 개인적 난관을 극복하고 공동체적 목표를 같이 이루는 것에 동참하는 여행이었습니다. 4개월 전부터 이 여행을 준비하며 많이들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손이나 다리가 다치는 것을 극복하는 것은 큰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두려움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드디어는 근육질 허벅지로 굽이굽이 고갯길에서 남자들을 제쳤던 스무 살 여학생, 서울 아줌마의 어설픈 운전으로 비싸게 구입한 카본 자전거와 함께 굴러 2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중년 아저씨, 저녁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가운데 바닥난 체력을 끌어올려야 했던, 또는 척추 뼈가 하나 더 있어서 늘 신경을 쓰며 달려야 했던 40대 초반 아가씨들, 사업이 잘 안 되어 돌아오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40대 총각, 여행 때문에 농사일을 4~5일씩 중지해야 해서‘머리가 어떻게 된 농부’라는 말을 들은 귀농한 50대 아저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전혀 새로운 사업형태를 구상하는 50대 청년, 1년 이상 암 투병 중의 남편을 간호하던 아줌마, 이들 모두는 각자의 힘든 여건을 극복하며 훈련과 준비에 동참한 후, 결국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행 같았지만 결국 행복이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보통 이른 새벽에 라이딩을 훈련했던 터라, 자전거에 있는 불 없는 불 다 켜고 심지어 번쩍번쩍 반사되는 반사 조끼까지 입고 달리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확인하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차로 인해 맴버들 중 한명이 사고를 당하고 말았지요. 반사조끼까지 입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고질적인 손목통증을 이겨내며 힘든 장거리 훈련을 통과하며 준비해왔던 터라, 아쉬움이 정말 컸죠. 이렇게 사고를 당한 50대 여성과 그 남편은 2~3개월의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자전거 여행 자체는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이 부부에게 ‘불행’(?)이 아니라, 그만큼 어떤 일에 대한 부담감도 공동체에 내려놓으며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엄청난 행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다섯 곳이나 뺑뺑이 도는 가운데도(한국의 병원 현실이 이렇게 비참한 것을 여러분은 잘 아시지요!), 같은 병실에 있던 분들이 이 부부의 모습에 놀랐다고 하네요. 어떤 결혼하지 않은 미스 할머니는 ‘저것이 결혼이라면 나도 하고 싶다’고 했고, 남편과 사별하고 18년전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때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여성은 ‘남편과 아내 사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았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있나요? ‘공동체’란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누구든 무엇이든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으며, 누구든 믿어줄 수 있으며, 누구든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품어주는 만남과 모임이 아닌가요? 실제로 대부분이 작은 범위의 가족 속에서 크거나 작게 체험하는 것같이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용서,믿음,소망을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 실제로 투사하려면, 본인 스스로가 절대하신 분으로부터 그것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어떤 성인이 “너희가 절대하신 분의 용서를 받았다면, 다른 사람을 일흔번씩 일곱 번(70x7=490번, 무한정)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한 것을 실천해야 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편집부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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