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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자전거 펑크에 입문하다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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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자전거 펑크에 입문하다

 

 로드자전거, 넌 나랑 안맞아
 3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통번역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하고, 뒤늦은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원 1학년을 마쳤습니다. 2학년을 다녀야 하는 올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휴학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부터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이 들더군요. 근 2년간 일도 병행하며 하루에 눈 떠 있는 시간은 계속 책상에 앉아 집중하고, 빠른 반응속도를 내기 위해 긴장하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너 지금 쉬고 있으니 자전거 가지고 와”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저의 MTB 자전거를 가지고 갔던 곳은, 전직 로드 자전거 국가대표 선수이자, 경륜자전거 프로를 20년 넘게 하셨던 분이 계신 곳이었어요. 당시, ‘이왕 왔으니 훈련이나 한 번 받고 가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얼떨결에 훈련장의 로드 자전거를 빌려 스마트 고정 로라를 탔습니다. 로드자전거가 뭔지 전혀 모른채로 말이죠. 그 후, 내게 맞는 로드자전거를 구입하고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자전거를 타고 처음 밖으로 나간 날, 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우선, 너무 불편했답니다. 도로 노면의 충격이 거의 온 몸에 전달되더군요. 작은 턱, 인도의 타일, 그 모든 작은 진동까지도 온 몸에 전달이 되면서, 제 입에서는 ‘어! 어! 헉!’의 연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에 타던 MTB는 충격흡수가 되어 자갈밭을 지나가더라도 통~통~ 튀어 올라오는 재미와 함께 안정감이 있었는데 말이죠. 
둘째, 로드자전거의 바퀴는 너무나도 얇아서, 처음 탈 때 초긴장을 했어요. 계속 집중해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바로 균형을 잃어 넘어질 것 같았죠.


 셋째, 제 마음과는 다르게 자전거가 너무 빠르다는 거였어요. 제 마음은 준비가 아직 안 되었는데 한 발 구를 때 마다 슈~웅, 슈~웅 하며 제가 예측한 속도보다 더 빨리 나가 당혹스러웠어요.
 마음속으로 ‘이게 뭐지? 이건 아니다. 나랑 정말 안 맞는 자전거다. 괜히 시작했구나’라는 푸념을 하며 저희 집인 잠실에서 광나루까지 겨우겨우 갔답니다. 되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편안함을 거스르고, ‘집중과 빠름’을 배울 수 있는 운동이 될 수도 있겠다. ’통번역을 하기 위해 바로 내가 훈련해야 하는 것들인데, 심지어 이러한 성향이 길러지면 좋겠다라는 소망까지 생겼답니다. 그 후 주 3회 이상 집에 있는 스마트로라를 타고, 야외 라이딩도 참여하며 나름 성실히 훈련했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올해 추석 연휴가 있던 주간, 동해안 자전거 종주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자전거 종주를 내가 간다고? 처음에는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막상 날짜가 결정되고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튜브 교체하는 것도 배우고 새 튜브도 사 놓고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가 강원도의 길을 달리고 있더군요.

 

 

감동의 튜브교체
 강원도 종주 둘째날, 새벽 간식으로 배를 간단히 채우고 라이딩을 시작했지요. 숙소에서 자전거 도로로 가는 길에 신호등도 건너야 했고, 높고 낮은 턱들이 꽤 있었어요. 원래 턱을 지나갈 때, 로드 자전거 타이어가 얇아서, 엉덩이를 들면서 가볍게 넘어가야 하는데, 유독 그날은 간식만으로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앞 자전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꽤 큰 턱을 만났고, 저의 생각과 달리 엉덩이를 미처 들지 못해, 자전거에 몸무게가 모두 실리면서 뒷 타이어가 그만 펑크가 났지 뭐에요. 
 순간, 큰 일 났다!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어요. 저 때문에 같이 라이딩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강원도 종주를 준비하며,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내 몸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고 왔기에, 마음이 급해지고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가슴이 쿵당쿵당 했지만, 어딘선가 들려오는 “괜찮아”라는 소리에, 정신 줄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제 비상튜브를 꺼내려는 순간, 아차! 이게 왠 일입니까? 전날 네 개의 산을 넘느라 비상튜브가 든 제 짐 바구니를 써포터카에 넣어 두었지 뭡니까. 그때, 이번에 함께 로드자전거에 입문한 친구가 자신의 튜브를 내어주고, 펌프도 빌려주었어요. 


 저는 고맙게 튜브를 받아 들고는 튜브 교체 연습 했던 내용을 상기하며, 바로 타이어의 밸브를 풀고, 튜브를 빼려고 타이어를 만지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기 장갑 있어”라는 소리와 함께 장갑이 날라오더군요. 눈 앞에 투욱~ 하고 떨어진 장갑을 집어 두 손에 끼고는 다시 타이어를 잡고 힘겹게 튜브를 빼려고 하는 순간, 제 두 손으로 잡고 있던 타이어 위에 갑자기 여덟 개의 손이 놓여지더니, 쓰윽~뚝딱! 하고 튜브가 빠지는 거에요. 타이어에 구멍이 났는지 살피고, 새 튜브를 끼려는데, 타이어 위에 또 다시 여덟 손가락이 놓이더니 쓰윽~ 뚝딱! 하고 끼워지더군요. 그리고는 끝 부분 밸브가 잘 안 끼워져 애를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큰 두 손이 오더니 툭툭! 마지막으로 타이어를 스프라깃에 연결하려는데 마음도 급하고, 연습했던 것이 가물가물하여 잘 안 들어가는 찰나에 또 어디선가 두 손이 왔다 가더니 투~둑~! 타이어 결합완료!!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바로 출발하여 첫 번째 산을 넘고, 식당에 도착하여 아침밥을 먹고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또르륵… 허기지고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서러운 감정이 드는 한편, 타이어를 교체할 때 오케스트라 합주와 같이 여기저기서 여러 손들이 바삐 움직여 연주곡이 완성되는 것처럼 자전거 펑크 수리가 완성된 것이 연상되면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큰 감동이 오더군요. 통번역은 보통 혼자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협업이라는 것이 거의 없어요. 이런 제게 함께하는 손들이 만든 ‘튜브교체 완성’은 큰 감동이 되었답니다. 

 이번 동해안 자전거 종주를 준비하면서, 코로나와 공부로 지쳐있던 제 마음과 몸이 많이 회복되고, 또 열정도 조금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학업 그리고 일과 함께 앞으로의 40, 50, 60대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중국어 통번역사 김송희

zulu7909@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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