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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화가의 ‘버려진 씨앗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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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화가의
‘버려진 씨앗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오기로, 태어나 처음으로 상을 받다
6학년 말, 졸업을 앞두고 그 흔한 정근상도 못 받고 졸업해야 하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마침 학교에서 매년 개최하는 불조심 그리기 대회가 열려,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추천이 끝났다고 하셨죠. 실망한 마음에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의 그림을 돌아봤는데, 그렇게 잘 그린 그림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더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실망이 컸지만 어떻게든 상을 받고 싶은 마음에 순천 KBS 방송국에서 ‘누가누가 잘하나’ 노래 경연대회에 신청을 했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오디션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그만 최고상까지 받은 거예요. 얼떨결에 받은 상이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덕분에 학교에선 영웅이 되었고요. 

미술에 점점 빠져들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한 가지씩 특별활동을 선택해야 했는데, 저는 미술부에 들어갔어요.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그림을 배우고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그리기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서울도 가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이 참 좋았죠. 합법적으로 학교에도 빠질 수 있었으니까요. 고등학교에서도 미술부 활동을 했지만, 저의 꿈은 육군사관학교에 가는 것이었어요. 그림은 어디까지나 취미활동이었죠.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말, 성적과 신체적 조건이 맞지 않은 저는 육군사관학교의 꿈을 접어야 했어요. 꿈이 사라진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미술대학 진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늦게 준비한 탓에 1년 재수한 끝에야 미술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죠.

동양인으로서 서양화 그리기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 미술을 지도해 주신 분들이 서양화를 전공하셨던 분이셨고, 입시준비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대학교 1학년 강의 시간에 동양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하얀 화선지 위의 먹 냄새가 너무 좋은 거예요. 화선지 위에 번져가는 느낌도 매력적이었고요. 서양화를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죠. 하지만 다시 전공을 바꾸는 것은 힘들었어요. 서양화를 전공했음에도 제 작품 속에 동양화적 요소가 다분히 드러나는 이유가 이러한 먹에 대한 매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내용에 있어서도 내 자신이 동양인이기에, 비록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여백과 여유를 드러내는 동양적 분위기가 많이 풍기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겠지요. 

씨앗을 통해 상실에서 희망으로!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보아주어야 그림은 생명력을 가지는 거지요. 많은 작가분들이 그렇겠지만, 저는 그림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그것을 통해 대화하고 싶어요. 그런 저의 마음을 가장 잘 담은 것이 ‘씨앗’이라는 오브제입니다. 처음 ‘씨앗’을 주제로 삼은 것은 맛있게 과일을 먹고 버려지는 씨앗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죠. 그래서‘버려진 것들에 생명 불어넣기’라는 주제로 버려진 씨앗과 나뭇가지, 그리고 우유팩과 천 조각 등 다양한 재료들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씨앗’이 점점 마음에 들었어요. 씨앗이 ‘나 자신’처럼 생각되기도 했고요. 사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관심은, 진로를 미술로 결정했을 때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받았던 부정적인 반응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엄청난 반대로 받았던 상실감과 한탄의 감정들을‘씨앗’과 같은 버려진 것들로 드러내려했던 것이죠. 그러면서 점차 씨앗은‘상실’이라는 부정적 면보다 ‘생명과 가능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캔버스라는 대지 위에 진짜 씨앗을 심는 작업을 통해, 씨앗이 잉태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더 나아가 씨앗에 오방색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우리 각자가 가진 꿈의 다양함을 드러내, 대중들에게 각자의 꿈을 인내를 통해 이루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죠. 

우공이산-1908,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19


재능은 내가 꿈꾸고 행하는 것이다
결국 ‘씨앗’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나 자신이 변화되었죠. 예술적 환경이 전혀 없는 가운데 자랐고, 내 스스로가 봐도 예술적 자질이 부족했고 천재는 아니었죠. 하지만 ‘오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넘어져도 좌절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그것이 저의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되어 갔던 것이죠. 그러기에 부족하다는 것은 오히려 축복이 아닐까 싶어요. 버려진 것들, 특별히 ‘씨앗’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것을 발견하고 생각이 바뀌어간 것이죠. 그리고 이제는 내가 꿈꾸고 행하면 나의 재능이 된다는 것을, 저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말하고 있는 셈이죠. 이렇게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이 솔직하게 드러날 때, 저도 감동하고 대중들도 감동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전시계약을 하고 작품 만들기
개인전을 20회 정도 가졌는데, 저는 주로 ‘제목과 주제’ 중심으로 작업을 합니다. 주제가 잡히지 않으면 작품을 하나도 할 수 없는 스타일이죠.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우공이산’, 최근의 ‘석과불식’과 같이 주제를 잡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이 주제를 잡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주제가 떠오를 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잖아요? 저는 제 자신이 내버려 두면 한 없이 느긋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먼저 전시장부터 계약해 놓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안에 나를 몰아가서 주제를 잡고 작품을 그리는 것이죠. 보통 작품이 모아지면 전시회를 하는데, 저는 정반대로 하는 거죠. 그리고 먼저 주제가 잡히지 않아도 전시장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공간의 규모에 맞는 작품을 구상하죠.

석과불식-1901, 가변설치, 180x200x230cm, Wire And Seeds, 2019


코로나19와 예술가
코로나19로 모든 분들이 어렵겠지만, 저와 같은 예술가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시회를 해야 작품이 거래되고 또 다른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저 같은 경우는 워낙 힘들게 작품활동을 해왔고, 성격이 워낙 여유로워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작업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작품을 구상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서 한편으로는 행복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떻게 하든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일은 예술가들의 책임라고 생각해요. 대중들과 더 가까워지고자 작업에 변화를 주어 평면에서 입체적 작업을 시도해 왔습니다. 이어서 더 나아가 영상작업을 통해 언제든지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도 시도하려고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간에서, 더 많은 작가들과
전시회를 하면서 절실하게 알게 된 것은 전시공간의 중요성입니다.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전시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와 함께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 중에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됩니다. 저보다 더 재능있는 많은 예술가들이 재정적 어려움 속에 예술가의 길을 떠났지요. 저는 유능한 재원들이 붓을 놓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뜻있는 분들과 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좋은 작품으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할 텐데,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이전에 그랬듯이 꿈꾸고 행하는 자세로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김 동 석 KIM DONG SEOK
●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 개인전 20회 (서울, 순천, 부산, LA, 북경, 원주) 
● 아트페어 25회 (서울, 부산, 대구, 청주, 광주, 상하이, 북경, 홍콩)
●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 500여회 참가
● 현: 송파미술가협회 회장, (사)한국미술협회 송파지부장, 국제저작권자협회 회원(©ADAGP), 누리무리 회원

 

경기도 하남시 고골로 242번길 196 
김동석 010-8778-1376

budding45@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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