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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에 관한 몇 가지 선입견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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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문법, 요트이야기 11]

 

요트에 관한 몇 가지 선입견

 

모 부처 장관 남편의 요트 세계일주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출국으로, 첫 TV 요트 항해  프로그램의 도전 실패 등으로 지난 몇 주가 떠들썩했다. 요트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여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고 있는 요트에 대한 선입견들을 풀어줘야 할 것 같아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해 본다. 


요트는 크고 비싸다?
요트가 이런 오해를 자주 받는 이유는, 최고가가 30~40억 정도를 호가하는 자동차와 달리, 5~6미터의 작은 요트부터 수십 미터, 크게는 수백 미터 사이즈의 수천억에 이르는 수퍼 요트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차선이 있는 게 아니라서 배 사이즈부터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론에서 보곤 했던 요트들이 주로 수 백, 수천 억짜리 러시아, 중동의 석유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배 안에 수영장까지 달린 요트 사진들이 많아, 사람들은‘요트’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먼저‘비싸다, 고급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4인 기준의 한 가족이 편하게 타고 놀 수 있는 작은 5~6미터 사이즈의 세일보트들이나 파워보트들은 중고가격으로 백만 단위부터 시작한다. 물론 저렴한 가격만큼 연식이 있는 이런 배들은 정비 등으로 손이 많이 가고 에너지가 들 수 있다. 하지만 배는 자동차처럼 고출력의 복잡한 기관이 아니라서, 누구나 마음먹으면 자가 정비를 즐기는 요트 오너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요트는 상위의 소수만이 누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다?
아니다! 캐나다, 뉴질랜드는 두 집 당 한 대, 미국은 전체 인구 중 다섯 집에 한 집 정도는 한 대씩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에 접하고 있고 수려하고 넓은 강과 호수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여러 사정들로 이 스포츠의 발달이 늦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수준에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가 요트다.
또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서울, 경기 지역에는 서울 여의도, 경기 김포, 왕산, 전곡항 등의 여러 마리나들과 곳곳에 배를 댈 수 있는 임시 폰툰들이 한강과 바다 주변에 존재한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이면, 강과 바다에 접근해 바람으로 움직이는 세일보트와 고출력 모터를 동력으로 하는 파워 보트들을 충분히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요트 라이프는 우아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강과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람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한 감성의 배를 타고 저물어 빛나는 하루를 바라보는 일은 매우 특별하며 아름답고 즐겁고 또 우아한 일이다. 하지만 요트 수리나 관리에 관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에서 요트 오너들은‘요트 정비’라는 숙제를 함께 안고 있다. 2~3천만 원대의 중고 요트를 구매한 일반 요트 오너들은, 수요 자체가 적기에 공급이 부족하고 그 실력마저 확인되지 않은 요트 수리점에 큰 돈을 내고 배를 맡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웬만한 정비를 혼자 물어물어 독학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세일 요트의 경우 배는 크게 헐(몸체), 마스트, 엔진, 세일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기계적인 엔진과 헐과 세일, 마스트를 관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초보 선주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직접 동영상을 보며 엔진을 뜯고 헐의 파손된 부분을 고치고 페인트칠을 한다. 배를 다루는 일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정비가 절반이다. 1년 12달을 강한 자외선의 햇볕 아래 노출되어 있고 파도에 부딪히는 배에 생긴 문제들을 고치고 정비하는 일은, 결국 손에 기름을 묻히고 장비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리‘우아’하지만은 않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씬에서 탈출에 성공한 앤디는 바닷가에서 배를 고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호젓한 삶을 로망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초보 선주가 배에 대한 충분한 배움과 노하우, 경험을 쌓기 전까지 겪는 마음의 불안은, 요트와 요트 수리에 대한 인프라가 적은 한국에서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불편과 불안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요트 라이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또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일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 저 하늘과 바다, 강과 태양, 구름과 자연이 만드는 아름다움은 나로 하여금 그 무게를 기꺼이 견디게 하였고, 나는 세일링과 함께 여전히 즐겁다. 

 

임대균 (세일링서울요트클럽, 모아나호 선장)

keaton70@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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