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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닷마을 신남항 옛살비 팬션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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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기업 스토리]

 

조용한 바닷마을
신남항 옛살비 팬션

 

‘5박 6일동안 12명이 편히 쉴 수 있는, 하지만 너무 비싸지 않은 숙소를 찾아라!’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며 제가 맨 처음 해야할 특명이었습니다. 5일 동안 연속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을 유지하려면,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울진, 삼척, 동해, 양양, 고성의 숙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바로 둘째날 숙박했던 삼척 신남항에 자리잡은 ‘옛살비펜션’을 소개합니다. (‘옛살비’는 ‘고향’의 순 우리말)


시부모님의 부모님 때부터 살아온 신남항.
신남항에 산지도 벌써 40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신남은 시부모님이 사시던 본가에요. 시부모님의 부모님도 사셨고, 시댁이 대대로 살아오던 곳이죠. 1980년대 즈음 신남에 놀러왔다가 우리 아저씨에게 잡혀서 이렇게 되었죠.(웃음) 이 집은 처음부터 펜션 용도로 지은 것이 아니라 10년 전에 시부모님이 사시던 집터에 있던 흙벽집을 부수고 두 분이 편하게 지내시라고 새로 지은 집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 집에 정작 2년 정도 살다가 두 분 다 한 해에 돌아가셨어요. 한 분은 벚꽃 필 때, 한분은 아카시아 필 때. 그 후 1년 정도 비워두었다가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민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집을 오픈하면서 민박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삼척 시내에 살다가 3년 전, 아저씨가 돌아가시면서 공기좋고 바다도 좋은 신남에 있는 이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평소엔 제가 지내다가 민박이 들어오면 집을 비워주고 저는 삼척에 나가서 지내고 있습니다.
신남은 아주 자그마한 포구가 있는 마을로 80호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장호항, 임원항에 비해 정말 작고 조용하지요. ‘신남’이라는 이름보다는 해신당공원이 있는 ‘해신당마을’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해신당공원에는 꽃도 많이 심어놓고 나무도 예쁘게 꾸며놓아서 봄이면 꽃구경, 가을이면 단풍구경이 너무 아름답지요. 그 공원에서 신남항을 내려다보면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바다를 둘러싸고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참 평화롭고 예쁘답니다. 
지금은 방파제를 만들면서 모래사장이 많이 없어졌는데, 방파제가 생기기 전에는 바닷가가 다 모래사장이라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옛날, 동력없이 배를 노저어 다니던 시절에는 배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방파제면 충분했었는데, 동력배가 생긴 이후로는 어촌마을이다보니 풍파에 배를 보호하기 위해 방파제를 넓히고 있습니다. 예쁜 모래사장을 그냥 놔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큰 방파제가 없었던 때에는 파도가 많이 치고 위험한 날이면 배를 보호하기 위해 임원항 등 다른 곳으로 배를 대피시켜야만 했었기에, 지금의 신남항에 방파제는 꼭 필요한 상황이지요.


내 마음에 자리잡은 민박 손님들
저희 펜션은 오시던 분들이 계속 찾아오는 편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5~6년 전 자전거를 타고 온 한 젊은 청년입니다. 그날은 제가 저녁을 먹고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청년 한 명이 “제가 빨래를 좀 하고 하루를 묵으려고 하는데요. 혹시 세탁기가 있는 민박집이 있을까요?”라고 물으며 숙소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우리 아저씨도 같이 있었을 때라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죠. 하루밤 재워주고, 옷 빨래해서 다 말려주고 아침밥을 먹여서 보냈었습니다. 왜 혼자 다니냐고 물어보니, 곧 군입대를 앞두고 땅 끝 해남 집에서 떠나 이곳 강원도 삼척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집 떠난지는 꽤 되었다고 했었는데 군대는 잘 다녀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서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집을 참 깔끔하게 써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있습니다. 청주에서 자주 우리집에 놀러오시는 대가족인데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 모시고 애기들까지 같이 오는데, 집을 쓰고 나면 수건까지 세탁기 돌려서 옷걸이에 다 널어주고 가는 분들입니다. 저도 그 마음씀에 감사해서 여름에 애기들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코로나로 힘든 올 한해
그동안 펜션을 하면서 딱히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굳이 하나 꼽자면 여름에 예약이 꽉 차있을 때 애기들을 데리고 오시는 경우 체크아웃 준비가 마음처럼 안되니 나가는 분은 늦어지고, 청소하고 다음 게스트를 받을 준비를 할 시간이 촉박하거나 시간이 안맞을 때가 곤란한 정도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좀 힘들죠. 혹시 모를 위험으로 처음 예약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예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항상 오시던 분들이 오시겠다고 하면 모셨지요. 그리고 그 분들이라도 한 번 왔다 가면, 수저부터 식기, 베갯잇, 이불 다 빨고 소독하느라 얼마나 바쁜지 모릅니다. 다음에 오시는 분들에게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되니까요. 

신남항에 한번 놀러오세요.
신남항은 아직까지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게 오셔서 쉬고 가시는 분들에게 딱 맞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신남은 자연산 돌미역이 참 유명합니다. 지금도 마을에 70~80대 해녀들이 몇 분 사시는데, 그 분들은 수영을 해서 그런지 허리가 꼬부라지거나 그런거 전혀 없이 건강하게 다니시며, 바다 깊이 돌에 뿌리박고 크는 미역들을 따오십니다. 공해가 없으니 깨끗하고요. 양식 미역처럼 줄에 미역씨앗을 뿌려 물 표면에 키우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신선하고 맛이 남다릅니다. 미역철인 4~5월 봄에 오시면 미역발에 미역을 널어놓은 풍경이 장관이랍니다. 

강원 삼척시 원덕읍 신남1길 14-9
010-6375-4242
옛살비펜션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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