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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목표를 이루어 간다는 것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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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목표를 이루어 간다는 것

 

 

자전거 대신 자동차 
 작년 여름, 자전거를 타다 심하게 넘어지면서 수술한 발목을 다시 다쳤습니다. 4주간 반깁스를 하며 열심히 치료했지만 한 번 다친 발목은 잘 회복되지 않았고, 발목과 무릎의 통증이 계속 되었죠. 결국 저는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는 대신 차량으로 이동하며 전체를 서포트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직접 자전거를 타며 나 자신의 한계를 돌파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혼자 보조역할을 하는 것에 속상하기도 했죠. 하지만, 팀 전체가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섬기는 것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 시간을 쪼개 4박 5일 일정에 맞춰 각 지역 자전거 도로 근처에 있는 식당들을 찾아 일일이 전화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매 끼마다 여유 있게 3~4개의 식당을 찾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죠. 연락이 안 되는 곳들은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고요. 또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자동차에 자전거를 장착하는 방법과 안전하게 주행하고 주차하는 방법을 따로 연습했습니다. 또 팀원들을 위해 튜브를 교체하는 방법까지 익혀두었죠. 부디 사고가 없기를 바라면서요. 

 드디어 실전!
하지만, 실전은 달랐죠. 상황에 따라 라이딩 시간이 달라져 예약한 곳을 급하게 취소하고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전화를 받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새벽에만 영업을 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을 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뒤에서 따라가며 운전 하는 것을 계획했는데, 실제 도로에 나와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선두의 앞으로 운전해 가서 도로상황을 뒤에 있는 팀원들에게 전달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기도 했죠. 한번은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도로를 막아놓아 더 이상 갈 수 없게 된 일이 있었는데,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좀 더 빠른 길이 있을까 싶어 동네 아저씨에게 길을 묻고, 재차 확인한 후 출발을 했습니다. 자전거 팀에 이 소식을 알리고, 아침 식사를 약속한 식당에 조금 늦는다는 전화를 하느라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바싹 붙어 계속 따라왔어요. 먼저 가라는 수신호를 주고, 한쪽으로 비켜 차를 세웠는데도 뒷 차가 가지 않고 제 차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저벅저벅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요. 내 차가 너무 늦게 달려서 따지러 오는 것 같아 한 소리 들을 각오로 하고 창문을 열었는데, ‘아까 설명 들으신 것 이해하셨어요? 잘 모르실 것 같아서요. 제가 그쪽 방향으로 가니 저를 따라오세요.’하는 게 아니겠어요. 덕분에 복잡한 길을 안전하고 빠르게 지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죠. 낯선 사람에게 베풀어준 친절이 너무 감사해서 명함을 하나 달라고 하니, 아니라고 쑥스러워 하시며 떠나셨던 그분께 정말 감사했죠.

 같은 목표를 위해 마음 맞추기
 맴버들이 줄지어 힘들게 언덕을 오를 때면 저만 편하게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함께 힘든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변속기가 고장난 팀원의 자전거를 자동차 거치대에 매달고 자전거 수리점으로 달려가 다시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간식으로 속초에서 유명한 닭강정을 보급해 팀원들이 맛나게 먹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죠. 한번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는데 팀원들이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팀장에게 연락도 되지 않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코스가 변경된 가운데 하필이면 그때 팀장의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버렸던 거였죠. 덕분에 1시간 이상을 기다렸는데 팀원들은 이미 다른 길로 지나가버려, 많이 섭섭했죠. 그러다가 제대로 일이 터졌습니다. 
 

 팀원들을 만나 중간 보급을 하고 자동차에 연료를 채운 후, 점심을 먹을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장소가 평소 피서객들이 많은 지역이라 조심하며 굴다리를 빠져나오는 중, 갑자기 ‘빵!’하며 차 한 대가 제 차 앞을 스치듯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 아닙니까? ‘굴다리 앞을 저렇게 빨리 달리다니!’ 너무 화도 나고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은 다리가 허벅지까지 덜덜 떨리고 가슴은 쿵쾅거렸습니다. 빨리 팀원들을 만나 놀란 마음을 토로하고 위로받고 싶었죠. 그런데 한참 후에 만난 자전거 팀장은 왜 마음대로 식당을 바꿨냐며 만나자마자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순간, ‘내가 얼마나 여기저기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차 사고가 날 뻔 하면서 말이야’라는 섭섭함에 마음이 상해 밥을 먹다 결국 체하고 말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자전거 팀도 오다가 타이어 펑크가 나고,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느라 늦게 도착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도 여러 일들이 생기니 예민해져 있었던 거였죠. 내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위해 마음을 맞춰 함께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팀원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
 여행 중간에 이런저런 사소한 갈등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성취해 나간 것은 정말 멋진 기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지만 날씨와 도로 상황을 인터넷으로 살피고, 갑작스러운 빗길 라이딩에서는 팀원들이 미끄러져 넘어지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도 했죠.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강한 바람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는데,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팀원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참여했기 때문에 불평도 거의 없었고, 누구도 억지로 하지 않고, 서로를 진심으로 챙겼던 여행이었죠. 매일 밤마다 진동하는 파스냄새 속에 서로를 위로하고, 자신도 힘들지만 더 챙겨주고 양보하는 태도에 감사하고, 이런 멋진 팀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웹디자이너 고경명

joyfuloil@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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