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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이 이렇게 신나는 거였어?”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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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이 
이렇게 신나는 거였어?”

 

 

바보야, 문제는 허벅지야
“정말 허벅지가 아프지 않단 말이야?” 가평을 지나 강촌 강변의 긴 갈대밭 길을 지나면서 허벅지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죠. 믿었던 신상 33단 카본 자전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아플까 해서,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죠. 하지만 나처럼 허벅지가 아픈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맴버 중에 가장 얇은 허벅지를 가진 저의 체력이었던 것이죠. 그날따라 동료들의 굵직한 허벅지가 정말 부러웠습니다. 신매대교를 넘으면서부터, 동료들과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다리에 쥐까지 났습니다. 저만치 소양댐으로 올라가는 자전거도로를 찾아가는 맴버들을 뒤로하고 저는 신호등에 멈춰 섰습니다. 이래서는 완주는 커녕 자동차 신세를 져야 할 판이었죠. ‘뭔가 수를 내야지, 이대로는 안 되겠어!’ 고향인 춘천의 도로가 손바닥 보듯 훤했던 저는 당장에 지름길로 들어섰습니다. 여전히 다리는 끊어질 듯 아팠지만, 낑낑대며 조금씩 전진해 나갔습니다. 드디어 목적지까지 100여 미터! 마지막 힘을 다 짜내고 있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밀치고 들어오는 자동차에 저는 자전거와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허벅지 단련을 시작하다
전치 8주의 손목 골절! 육체훈련을 게을리한 결과는 참담했죠. 재활 기간까지 생각하면, 목표로 한 9월의 동해안 300km 자전거 여행은 도무지 불가능했습니다. 절망적이었지만, 일단 체력을 만들어 놓고 손목이 낫기를 기다리자는 계산으로 하체단련부터 시작했습니다. 하루 300개 이상의 스쿼트를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9월에 들어서면서는 좀 더 실전과 같은 단련을 위해 실내자전거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분 이상 탔습니다. 튼실한 허벅지를 위해 단백질 보충제도 함께 곁들였죠. 덕분에 조금씩 허벅지가 굵어지고 힘이 붙기 시작했죠. 하지만 주말마다 장거리 자전거 훈련을 거뜬히 해내는 동료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동료들의 점점 더 강해지는 체력뿐 아니라, 힘들고 기쁜 순간들을 함께 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좋아 보였기 때문이죠.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해낼 수 있을까?’ 방바닥에 흩어진 땀방울들이 유일한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이 이렇게 신나는 거였어?
칭칭 손목 붕대를 감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공동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실전에서는 손목이 어떨지 몰라 후발대에서 조심스럽게 라이딩을 시작했죠. 시작부터 거세게 불어오는 맞바람이 혼자 했던 그동안의 훈련을 점검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거셀수록 더욱 자유롭게 움직이는 파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자전거가 주는 자유로움에 저는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자전거를 오래 타면 계속 발을 저어야 하는 단순함과 고질적인 허벅지 통증, 그리고 엉덩이를 파고드는 안장통에 늘 힘들어했죠. 오죽했으면 차라리 뛰어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체력이 준비되니 라이딩에 여유도 생기고, 엉덩이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습니다. 물론 허벅지도 너끈했죠. 그러다 보니 맴버들과 시종 보조를 맞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경쟁도 하고, 때로는 좀 더 힘든 맴버를 도울 수 있었죠. 손목부상으로 혼자 준비해야 했던 자전거 훈련의 시간. 조금은 외롭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자전거의 자유로움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이렇게 신나는 공동체 자전거 여행은 저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어메이징 스페이스 대표 고종훈
dyl815@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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