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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가 지켜준 60대 아줌마의 자전거 여행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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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가 지켜준 
60대 아줌마의 자전거 여행

 

5박 6일 동해안 자전거 도로 종주 여행! 그것도 혼자서가 아닌 남녀노소가 다 포함된 가운데 60대인 나 자신도 끼여서 11명을 이룬 팀원들과의 여행!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러한 여행을 또 다시 할 수 있을까 질문한 결과,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여건임에도 강행하기로 작정했지요. 그러나 5일 동안 매일 같이 60km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하는 체력적 부담감과 특히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첫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오르막, 그 다음은 여지없이 낭떠러지 수준으로 내리꽂히는 내리막길을 반복하면서, 체력이 모자라 지치기도 해서 미안하게도 젊은이들을 따라잡지 못하여 기다리게 만드는 일을 반복하였지요. 하지만 이틀, 사흘,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고, 힘들지만 인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감정적 여유를 갖게 되었지요. 새벽 6시에 출발하여 20km 이상을 라이딩한 후에 아침식사, 또 다시 20km 가서 점심식사 후에 잠시 휴식하고 출발을 반복하다보니, 점차로 소화가 어찌나 잘되고 기분 또한 얼마나 상쾌했는지 모릅니다. 사실은 자전거 여행을 오기 직전에는 3박4일 정도를 죽은 듯이 쉬고 싶을 정도로 몸이 피곤했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빡쎄게 라이딩하면서 그 속에서 누리는 이 역설적인 휴식은 도대체 뭐지? 막판에는 체력도 짱짱하게 되고 피곤도 말끔하게 가셔버렸고 심지어 정신력도 무지하게 집중되었어요. 나이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해안길은 어찌나 경사가 심한지, 오르막에 이어 내리막으로 치달을 땐 조심조심 브레이크를 잡으며 덜덜 떨면서 완전 긴장한 가운데 가야했었지요.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라이딩하는 내내 나의 앞뒤로 나의 안전을 위해서 젊은 친구들이 호위무사처럼 보살펴주어서 무사했답니다. 
시작할 때는 5박 6일의 여정이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얼마나 빨리 지나가던지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르막을 오를 때면 나만의 고독한 시간을 자연스레 가질 수 있었습니다. 60중반 이후의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 할 것인가? 등등의 의미를 추구하는 질문들을 하는 가운데 오르막의 난관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또 새벽에 출발하기 전에 다짐했던 마음들을 추스르며 포기하지 않으려 속으로‘으싸 으싸 포기는 No!’라고 외치며 집중해서 가다보니 하루가 그냥 뚝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라이딩을 완료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때의 그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활용하며 힘든 현실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보며 먹고 즐기는 관광이 아닌,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휴식과 재충전을 하는 이런 여행 한번 해 보시겠어요?라고 얘기도 하곤 합니다. 이젠 또 다른 꿈을 꿉니다. 동해안 일부를 종주했지만 앞으로는 통일이후 동해안 전체, 그리고 남해안과 서해안을, 이어서 유럽 대륙을 종주하는 꿈들 말이지요. 60대를 보내는 줌마들~ 저처럼 자전거 여행을 도전해 보지 않으실래요? 

 

 

현선효즙 대표 조현선

hyunseon.hy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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