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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ng is life!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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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있지만 함께한 시간]

Riding is life!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일본 리포터 김지혜입니다. 멀리서 멤버 전체가 동해안으로 자전거 여행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동참하고자 일본에서 홀로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과 늦은 퇴근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실내자전거를 구입하고, 주말이면 도쿄 외지로 나가 자전거를 빌려 타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한-일간의 출입국은 금지되었고, 결국 멤버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쉬웠지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데 말입니다. 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시간대에 여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비록 예전에 함께 갔던 제주도 자전거 여행처럼, 힘들 때 서로를 끌어주고 같이 목표를 달성했던 경험은 이제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멤버들과 함께 하기 위해 강원도와 비슷한 장소를 선택하였지요. 그곳은 도쿄에서 동남쪽에 위치한 치바현입니다. 공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 편한 이곳은 반도로 되어 있어, 동쪽에서는 일출을 서쪽에서는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지금도 생생한 것은 일출의 경이로움은 마치 모든 생명이 태어나 숨 쉬는 듯하였고, 반대로 일몰은 주변을 붉게 만든 후 아쉽게 사라지는, 마치 인생의 마지막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아! 인생이 일출, 일몰과 같구나’라는 감정이 확 들었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은 모두가 함께 한 기쁨보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극복하고 이루어야 하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겁과 두려움이 많은 나, 홀로 위험을 감수하자.
그렇게 홀로 시작된 자전거 여행은 첫날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바람에 자전거가 흔들렸습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애써 넘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넘어지고 말았고, 사고날까봐 무서웠습니다. 두 번째 날은 숙소를 잡았는데 알고 보니 공동묘지 옆에 있는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였지요. 옆방은 불경을 외우는 스님까지 계셨습니다. 하지만 피곤했는지 이런 것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셋째 날, 캄캄한 터널 앞에서 였습니다. 일본의 시골터널은 한국과 다르게 희미한 불빛만 있을 뿐 사실상 암흑 자체였습니다. 좁은 1차선은 사고나기 쉬워보였고 무엇보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동굴이라 지나가는 차들이 라이트를 켜주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지요. 오로지 자전거 앞에 달린 라이트에만 의지하여 힘껏 페달을 밟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터널이 세 번이나 연속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공포는 저를 테스트했지요. 그럴 때마다 매번 터널 앞에 멈춰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인생에서도 이런 터널이 계속 나올 거야. 지금 넘어가지 않으면 인생에 있어서도 헤쳐 나갈 수 없을 거야. 그러니 가자!’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스스로에게 외치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통과한 이 경험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외로움을 싫어하는 나, 사람 의지하지 말고 내가 누군가에게 줄 것을 생각하자.
이렇게 홀로 된 라이딩 속에 이번에는‘무서움’이 아닌 다른 유혹이 찾아왔습니다. 숙소를 이동하는데 한 역에서 매우 호의적인 아줌마를 만났지요. 길을 묻는 저에게 “혼자 하는 여행이라니 외로울 텐데...”하며 저녁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유행하는 남묘호렌게쿄라는 이단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자신을 위해서 호토케사마(부처)를 섬겨야 한다고 찌라시를 내밀었지요. 하지만 저는 제가 믿고 있는 하나님과 그들이 신으로 믿고 있는 인간을 비교하며 말하였습니다. 그녀는 저와의 논쟁에서 점점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지요. 그러고는 돌아오는데 무조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신을 찾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제 솔직한 모습도 엿보았습니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틈만 나면 의지할 사람을 찾는구나.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나눠주기보다 받기 위해 사람을 찾는구나’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앞으로 인생에서 고독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즐기지 못하면 유혹에 넘어가 잘못된 길로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대충 살았던 나,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자.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고독한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구체적 목표’였습니다. 첫날에는 태풍 영향으로 30km밖에 타지 못했지만, 둘째 날은 50km를 목표로 타 보았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늘리기로 작정하였지요. 그런데 셋째 날은 70km를 목표로 하였으나 60km 밖에 타지 못했습니다. ‘왜 일까?’ 물론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엔 목표를 km(거리)로 잡지 않고, 구체적 실물인 등대(위치)를 잡았더니 80km씩이나 달린 겁니다. 100년 된 등대는 전망이 보이는 높은 언덕에 있었음에도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정하고 달리다보니 예상과 달리 더 멀리 달리게 되었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조건을 걸었습니다. 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도착하면 점심을 먹겠다’라고 저와 약속을 한 것이지요. 그렇게 배고픔을 참고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등대에 도착했고 그 위의 선선한 바람은 아주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 후 등대 입구의 허름한 슈퍼에서 먹은 라면 맛은 최고였지요. 할머니의 손맛은 일품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잡지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라면집이었습니다.) 한참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저를 보시곤 갑자기 “혼자서 너무 잘했다”며 등대 100주년을 기념한 스탬프를 찍어주셨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인생에 있어서 제대로 된 목표가 없었고, 계획을 세워봤자 늘 단기적으로 세운 것이 전부였습니다. 좋은 대학, 행복한 결혼으로 내 인생을 설계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통해 배운 대로 후회없는 인생을 살고 싶어졌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잘했다’며 찍어주는 스탬프(도장)를 받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최종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선명한 목표일수록 그걸 달성하기 위해 달리다보면, 내가 몰랐던 힘도 나오게 되고 숨겨진 인내와 능력도 발휘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멤버들이 울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갔다면, 저는 온주쿠에서 다테야마까지 총 220km 자전거를 탔습니다. 저는 비록 혼자였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페달링을 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지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의 멤버들과 화상으로 여행의 경험을 같이 나누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항상 옳은것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한건 몸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마음으로 작정하고 행동하는가’입니다. 저는 비록 일본에서 자전거여행을 했지만 한국의 멤버들과 같은 마음으로 대화하고 경험을 공유했을 때 결코 마음이 멀어지지 않았거든요.

 

 

(주)funlead Data Scientist 김지혜

kim.jihye@funlead.co.jp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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