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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모두가 언덕을 오르는 희열을 경험하다.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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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모두가 언덕을 오르는 희열을 경험하다.

 

 

104km 언덕을 모두 정복하다
첫날 오전 10시경 경상북도 울진군 나곡해수욕장이 있는 나곡3리를 지나 나곡4리부터 시작되는 언덕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곳은 첫째 날에 100m 높이의 언덕 4개를 넘어야 하는데, 그중 첫 번째 언덕이자 고도가 가장 높은 104m 업힐 구간이었습니다. 팀원 모두가 이 순간을 위해 봄부터 노력했고, 이제는 실력으로 보여야 할 시간이었죠. 아침에 이미 작은 높이의 언덕을 통과하며 팀워크를 다졌습니다. 누가 먼저 올라야 할지, 후미 팀은 누가 함께 할지, 중간 팀은 선두와 끊이지 않고 길을 따라 올라야 하는, 각자의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습니다. 물론 언덕을 오르는 것은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각자의 훈련정도를 입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저는 길잡이로 선두를 맡았으나 전기자전거 키트의 무게와 여행용 각종 장비와 짐을 실은 무거운 자전거로 인해 속도가 떨어져, 로드바이크 팀을 앞서 보내야 했습니다. 
굽이굽이 도는 코너를 힘겹게 페달링해 오르면, 또 다시 나타나는 경사로 인해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버프를 내려 거친 호흡을 해야했습니다. 앞쪽 크랭크 기어는 저단 1단에 뒤쪽 스프라켓도 1단 저단기어를 걸고 페달링을 했습니다. 이미 남은 기어는 없었습니다. 고도는 높아가나 끝이 보이지 않았고 이제 남은 것은 제 두다리로 페달을 밟아 돌파하는 것 뿐이였습니다. 위급 상황 이외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다른 자전거들에 비해 7kg이나 더 나가는 자전거를 끌고 말이죠. 마침내 거의 정상부근인 언덕의 갈림길에 오르고 보니, 보급차량과 만날 장소가 정해지지 않아 긴급하게 통화해 장소를 준비했고, 미리 도착한 팀원들과 후미팀을 갈림길 우측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굽이돌아 산 쪽으로 이어지는 언덕위에 쉴 수 있는 장소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이 언덕을 정복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누님도 도착하고 팀원 모두가 가장 높은 언덕을 오른 것에 감격하며 즐거운 소리로 크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간식과 물을 마시며, 힘들겠지만 이제 오늘 남은 3개의 100m 짜리 언덕도 이렇게 넘으면 되겠다고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참가한 모든 팀원들은 언덕을 하나, 하나 정복하며 라이딩이 주는 짜릿한 경험을 하나씩 가지고 하루, 하루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훈련의 목표들
우리는 이번에 팀원들과 함께 가장 못 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언덕을 넘는 짜릿한 성취감을 경험 할 수 있도록 훈련하였습니다. 동해안 자전거라이딩의 훈련을 준비하며 첫째 목표는 팀원들의 실력을 5일 동안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00m 높이의 언덕을 쉽게 넘고, 매일 70~80km 거리를 지속할 수 있는 훈련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동해안 라이딩에서 훈련성과를 각자가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을 맞아 기뻤습니다. 둘째 목표는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이 개인행동을 하거나 도로 밖으로 나갈 때면, 신경이 예민해져서 큰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셋째 목표는 안전한 길을 찾기 위해 가능하면 자전거 길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한 두 번 길을 놓쳐서 위험한 적도 있었고, 계획과 다르게 태풍피해로 인해 도로가 유실된 구간에서 빠르게 공도를 통해 이동하는 것 또한 어려움 중에 하나였습니다. 물론 위의 목표들은 외적인 것에 불과하며 더 중요한 목표는‘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팀원들의 관점에서 보면 제가 못한다고 너무 몰아붙이거나, 제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았고, 또 제가 코스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자세하게 설명해도 팀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또 제가 말을 너무 빨리해서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팀원들이 이해했겠지 하고 대충 넘어가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전달과 상호이해에 대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약조건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지도를 제대로 보거나(독도법) 길을 잘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팀원들이 많았고, 제가 각 팀원들의 육체적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요소들이었습니다. 3일째인가 핸드폰 충전케이블 이상으로 배터리가 방전되어 중간에 연락이 되지 않는 실수를 해서 지원팀과의 약속을 그냥 지나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코스와 일정의 계획
이번에 다녀온 코스는 울진 망양정부터 고성의 통일전망대 입구까지의 296km (가진-고성 왕복코스포함) 입니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경북과 강원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경북의 영덕부터 시작해서 울진까지 이르는 76km의 구간과, 태백의 고포항부터 시작해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242km의 강원도 코스입니다. 저희가 간 곳은 울진 망양정부터 시작해서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코스로 현재 동해안코스가 완전 정비되지 않아 중간에 떨어진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자전거 도로를 잘 표시해주어 저희팀이 달리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더 있었다면 영덕부터 시작하는 코스를 진행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96km는 자전거를 잘 타시는 분들은 2~3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남녀노소의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체력 차이 등을 모두 고려하였고,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라이더들도 함께 팀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안전문제를 고려하여 4박5일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동해안의 경치를 보지 않고 길바닥만 바라보거나 앞사람 등만 보고 달린다면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겠지요. 첫째날은 경북 울진에서 삼척 신남항까지 48.3km로, 100m 높이 언덕이 중반 이후에 4개나 있습니다. 둘째날은 초반에 90m 높이의 언덕이 4개가 있는 코스로 삼척 신남항에서 동해 망상까지 62.4km입니다. 셋째날은 망상에서 양양 현남면까지 65.1km로 경포대가 있는 강릉을 관통하는 코스입니다. 넷째날은 69km로 양양 현남에서 고성 가진까지 입니다. 이들은 거의 평지코스였습니다. 다만 태풍피해를 입은 곳이 많았던 곳입니다. 마지막날은 오전만 진행하였는데 가진에서 통일전망대 입구까지 찍고 왕복하는 코스로 52km였습니다.
동해안 자전거도로는 남에서 북으로 가느냐 북에서 남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남에서 북으로 갈때는 자전거 도로가 우측에 있어 바다쪽과 가까운 것이 장점입니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갈 때는 도로가 내부에 있어 안전한 면이 있습니다. 울진부터 시작해 고성에 이르기까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이번 라이딩의 묘미였죠. 수도권에 계신 분들은 복귀할 때 저희처럼 편리하게 남에서 북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 이렇게 한바탕 달리고 나니 팀원들도 다른 코스도 달려보고 싶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다음에는 전국을 돌고나서 다른 나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실내운동을 못하시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자전거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린휠(주) 대표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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