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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같이 따뜻하고 향긋한 전통의 맛 이야기 담소, 맹이네 수제 발효청

2021년 1월호(13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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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겨울 햇살같이 따뜻하고 향긋한 전통의 맛 이야기
담소, 맹이네 수제 발효청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 오순도순 모여서 잘 익은 홍시라도 먹노라면, 행복했을 우리 부모님들의 겨울이야기 그리고 볕이 잘 드는 카페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잔이 좋았던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작은 도시 통영의 한 귀퉁이를 달콤하고 향긋하게 만들어 가는 소박한 저의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맹이네 수제 발효청이 탄생하기까지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때 이전에는 없었던 세상, SNS를 통해 내가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SNS 세상 속에서 알록달록 병 속에 예쁘게 담겨있는 과일들이 오래 보관될 뿐 아니라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을 보며 참 신기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과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과도로 깍아 먹거나 좀 더 부지런한 엄마의 경우 건조기에 말려 식구들을 먹이는 정도이지요. 그런데 좀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과일청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고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으로 시작된 과일 사랑이 과일 수제 발효청이 되어 ‘맹이네’ 가게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생각할 때 세련된 이름보다는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싶어 어릴 적 엄마가 날 부르던 것처럼 순수 통영의 소리를 살려 저의 이름에서 ‘맹이네 수제 발효청’이 탄생했습니다. 
거의 10년 전 매주 토요일이면 취미로 수제 발효청을 배우려 창원까지 다녔지요. 처음에는 가장 흔한 매실부터 시작하여 유기농발효식초, 조청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내 입맛보다는 고객의 입맛을 생각하게 되고, 대중의 맛을 알아가기 위해 배움의 시간들을 쏟아 붓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고객과의 떨리는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는 것들을 주위의 권유와 배움의 열정으로 한 품목 한 품목 늘려 가고 있습니다. 전통의 맛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는 폐백음식을 배우면서 전통과자들과 한과도 만들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맛있는 음식을 자신 있게 내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뿌듯했지요. 하나를 배우면 여러 가지를 응용할 수 있는 전통과자들과 수제청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고민은 그러면 어떻게 이것들을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알릴 것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일은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에 지나가던 한 분 한 분이 들어와 고객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분들의 입소문으로 통영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지인들의 홍보 덕분에 맹이네 수제 발효청이 작은 통영에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담소 나누러 오이소’
맹이네 수제 발효청의 특별한 점은 신선한 재료들만 골라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곡물들은 거의 직접 농사지은 것을 공수해서 한과를 만들고 전통과자들을 빚어냅니다. 시댁이 통영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그곳에서 농사 지은 것을 사용하기에 다른 이들과는 약간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과일이나 품목을 제외하고는 국산 재료만 사용하지요. 통영이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수제 발효청’하면 고객들이 저희 가게를 주로 많이 찾아 주십니다. 얼마 전 집을 이사하면서 1층에 가게를 오픈하였습니다. 가게의 월세가 나가지 않아 부담없이 고객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저의 작은 행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제품을 만들어 판매만하는 것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이들이나, 슬픈 일, 즐거운 일, 기쁜 일이 있을 때 누구든 와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자 작은 공간 ‘담소’를 마련하였습니다. 통영을 방문하거나 관광오시는 분들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통영오시면 ‘담소’나누러 오이소. 


작은 행복의 순간, 짧은 담담한 순간들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다보니 고객분들이 “어찌 이리 맛이 좋습니까? 맛이 매력적입니다. 친구한테 선물 할라고요. 한 셋트 보내주이소”하는 재 주문이 들어올 때나, 다른 고객을 소개 해 주실 때 참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 중 한 분은 매일 오셔서 ‘대추고’를 2통씩 사 가십니다. 대추고 1통은 15일 분량인데 이분은 너무 맛있다고 간식으로 하루에 2통씩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건강을 생각해 맛있다고 해서 너무 많이 드시는 것을 자제하시라고 권해 드렸어요.(웃음) 제가 만든 제품을 인정받은 것이 좋았고 고객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즐거웠지요. 새벽까지 일을 하면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맛으로 행복을 전하는 일이 참 기쁩니다. 
하지만 고객 중에 자신의 맛을 강요할 때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품의 특성상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설탕을 넣기 보다는 본연의 단맛을 많이 살려 건강한 맛을 내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고객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개인적인 취향을 강요하는 듯 할 때는 할 말을 못하고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맹이네 가게 제품들을 정직하게 만들고,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고,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자 하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고객분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수제청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맹이네 
저희 가게에는 지금 겨울이라 생강과 유자맛이 어우러져 달콤한 향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가게에 들어오는 이들마다 이 향기로 얼굴이 환해집니다. 무엇보다 맹이네 가게는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저희 제품을 혼자사시는 노인분들의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고객이신 요리학원장님이 독거노인을 돌아보는 일에 함께 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게는 지역 여성 협의회 단체 행사에 선물로 기증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담소와 맹이네 수제 발효청이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위로가 되어지고 쉼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또 다른 프로젝트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게 가까운 곳 장애인 센터의 장애인 친구들에게 본인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주고 새로운 삶의 도전을 주는 체험학습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가게를 이전하면서 부엌에 화덕을 굳이 설치했지요.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쉽지 않지만 장애인 센터와 잘 협의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도 사용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담소가 일주일의 지친 삶에 쉼이 되고, 충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작은 음악회’나 무명 작가들의 작은 발판 무대로 활용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담소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누는 것 뿐 아니라 소망과 희망의 장소가 되길 꿈꾸어봅니다.

담소, 맹이네 수제 발효청 최명희 
경남 통영시 안개4길 46
010-9553-8803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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