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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2021년 1월호(13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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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2020년이 저물고 2021년의 새해가 떴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새해를 맞이하면서 종각에서 타종행사가 열리면 우리 모두 숫자를 외치면서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는데 올해는 보신각 타종행사를 하지 않았다. 유래없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방역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소방관으로 2021년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는 남다르다. 코로나19로 힘든 한해를 지나 보냈기 때문이다. 1년 전 이맘때가 생각난다. 2019년 마지막 날, 팀장인 나는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해 119안전센터에서 새해맞이 준비를 했다. 밤11시쯤 도착한 야식을 같이 먹으며 한 해 동안 고생한 서로를 위로해주었다. “올해 수고 많이 했어요. 2020년 각자 소원 하나씩 말하기!”라고 운을 띄우자 팀원들은 “진급시험 합격했으면 해요”, “가족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결혼하는데 행복한 결혼식하고 싶어요” 등 각자 자신의 새해 소망을 말했다. 한 해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즐거웠던 일과 슬펐지만 잘 견뎌냈던 일들을 이야기 하다 보니 벽에 걸린 시계 바늘이 밤 11시 50분을 향해가고 있었다. 10분 후면 사무실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구조구급출동, 00동, 00치킨 화장실 입구 피가 흘러있고 문이 잠겨 있음!!”
출동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현장에 출동했다. 차창밖에 보이는 거리와 음식점에는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문을 개방했다. 요구조자는 다행히도 많이 다치지 않아 간단한 응급처치를 했고 귀가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시계바늘은 00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새해를 사무실에서 다함께 맞이하려 했는데 아쉬웠다. 그렇지만 새해를 출동현지에서 맞이하는 것 또한 소방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맞이한 새해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소방관은 혼자서 일할 수 없다. 화재현장, 구조현장에서 팀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동료이다. 회식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함께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기도 한다. 그런데 작년 한해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변했다. 동료들과 함께 따스한 커피를 마시거나 단체로 회식을 하거나 함께 넓은 운동장에서 즐겁게 축구를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일상의 모든 것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되었다. 소방관은 코로나19 대응 필수인력으로 분류된다. 소방관은 소방의 본연의 화재, 구조, 구급 업무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급출동!! 코로나 환자이송 출동!”
사무실에 출동 방송이 울려 퍼졌다. 코로나 전담 구급대원이 급히 출동을 한다. 코로나19 구급 출동은 모든 구급차가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서 구급차 중에서 코로나19 전담 이송구급차로 지정된 차량이 출동한다. 물론 이송 이후 소독을 철저히 하기에 감염에는 안전하다. 이와 더불어 방역당국에서 관리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가 연락이 안 되면 소방관에게 출동 요청을 한다. 소방관이 출동해서 신변 확인을 위해 자가격리자의 장소에 찾아가 문을 개방한다. 구급출동이나 문개방 출동을 할 때에는 감염방지를 위해 반드시 감염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감염보호복은 공기가 순환되지 않고 내부와 외부가 차단되어 내부의 열기를 외부로 보낼 수 없는 구조이다. 감염보호복을 입으면 갑갑하고 화장실도 갈 수 없어 장시간 입고 있으면 힘들다. 감염보호복의 밀폐구조는 자연스럽게 체온을 올라가게 한다. 겨울철에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철에는 보호복 입은 지 1분도 채 안되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소방관에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리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지금도 코로나19 출동을 하는 모든 대한민국 동료소방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호라티우스의 시 <오데즈(Odes)>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침으로써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소방관이라 삶과 죽음의 현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경험하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이 1분 전과 이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일이 많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분이 1분 전에는 지금의 행복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 생각했지 불행한 미래는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 죽음을 생각하면 이 순간이 소중하다. 일분일초가 소중하다. 내 주위 모든 이들이 소중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지금의 이 순간에 충실해진다.  
코로나19 확진에 취약한 계층이 어린이와 어르신들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지켜야할 가장 필요한 행동이다. 
‘지피지기백전백승’.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처럼 어떤 것에 대해 모르면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 알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백신접종을 하게 되면서 코로나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즉,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감염병이 된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이제 코로나가 통제 가능한 전염병으로 정복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우리는 코로나19의 두려움에서 코로나 극복의 희망을 찾았고,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정복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새해에는 다양한 각자의 희망이 현실이 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소방관인 나는 화재가 나지 않고, 큰 재난이 발생하지 않고, 소방관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꿈꿔 본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우리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의 발전과 독자 분들 모두 새해 희망이 현실이 되고 늘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기도해 본다.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소방관

varadori@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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