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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2021년 1월호(13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2. 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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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환경칼럼]

 

수소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친환경전기차의 대두, 하지만 리튬배터리의 한계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이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네덜란드 2030년, 영국 2035년, 스페인·프랑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생산을 중단하고 친환경차만 파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각광 받는 것이 리튬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입니다. 
그런데 현재 내연기관 차량을 50%만, 아니 30%만을 전기차로 바꾼다 해도 엄청난 양의 리튬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전 세계 리튬배터리의 선두주자 LG Chem, Samsung SDI, SK이노베이션 3개의 업체를 가진, 배터리 강국 대한민국은 이제 앉아서 큰 돈을 벌 기회가 된 것일까요?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진실이 있는데, 그것은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면 더 많은 환경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리튬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 전세계 매장량의 70% 이상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리튬 생산을 위해서는 강한 화학물질를 투여하여 플랜트를 돌려야 하는데, 이때 배출되는 오폐수를 정화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합니다. 그나마 자연적으로 태양열에 의해 증발시키는 방식이 있지만,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게 됩니다. 1톤의 리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50만 갤론(1,890㎘)의 물이 소요됩니다. 20년 전 20개의 리튬광산이 있었던 남미의 칠레는 현재 80개의 광산을 개발했습니다. 리튬광산 하나의 크기는 축구장 20배 규모입니다. 이런 거대한 광산들에서 리튬을 생산하려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광산 근처의 땅들은 사막으로 변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자연히 농부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도 540만 톤의 리튬이 매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광산이 개발되고 리튬이 생산된다면, 유리면과 같은 얕은 호수로 유명한 우유니 사막의 멋진 풍광도 다시는 볼 수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튬을 생산하는 나라들은 자국의 환경 파괴보다, 당장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저개발국가이거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전략물자로 사용하려는 국가들에서만 생산이 됩니다. 따라서 전 세계의 리튬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당장에 리튬의 소요가 천문학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친환경자동차를 사용함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수자원과 토양의 오염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튬배터리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대안으로 수소에너지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리튬광산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 수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수소는 원소기호 1번으로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입니다. 그러기에 어찌 보면 무한한 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조차도 수소의 핵융합반응으로 빛을 비추고 있으며, 그 태양으로 인해 태양계가 존재하죠. 이런 수소를 에너지의 원천으로 사용한다면 에너지 효율의 향상과 친환경적 에너지 사용으로 깨끗한 환경이 될 것 같습니다. 과학시간에 배운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소와 함께 산소까지 만들어지니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포집하는 기술과 보관하는 기술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한, 물을 전기 분해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의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소에너지를 얻고자 전기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만 따지고 보면 전기를 사용하는 편이 지구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것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친환경적인 수소라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관건인 것이죠.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로 분리해 부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정말 친환경적으로 만든 수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는 전체 생산량의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수소를 일컫습니다. 여기에 다른 물질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수소를 부생수소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그레이수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화석연료로 생산했으나 여기에 탄소 저감장치(CCS)를 부착한 블루 수소가 중간단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블루수소는 가격경쟁력이 없습니다.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누누이 강조한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원자력은 폐기물은 문제이나 에너지 생산 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청정에너지입니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원자력’의‘원’자만 꺼내면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이전에 전체에너지원 중 30%를 차지하던 원자력 에너지 비율을 현재 20% 초반대로 하향시켜 에너지 단가를 올리는 한편, 이로 인한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세우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죠.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달렸는데, 해안을 깎아내어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그리고 일관되고 통일성을 가진 환경,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는지 의문이 되는 현장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정부의 수소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수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소를 생산해야 하는데 친환경 에너지를 표방하기위해서는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수소생산설비 근처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 수가 없으니 기존의 한전 전기, 즉 일반 전기를 가지고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내는 수전해 설비(electrolyser)를 이용해 설비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기를 생산해서 그냥 써도 되는데, 그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다시 수소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어 그 전기를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방식이죠. 즉 시원한 냉수를 먹기 위해 냉장고에 있던 생수를 꺼내 그 생수를 정수기에 넣고 정수기 필터를 거쳐, 정수기 냉각장치에서 냉각시킨 생수를 마시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필요한 과정을 보여주기를 위해 한 번 더 하고 있는 셈입니다.

눈앞에 다가온 ‘수소경제’?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되고, 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이상 화석연료사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소가 주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를 말합니다. 2002년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수소경제 The Hydrogen Economy》에서 언급되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환경오염의 경각심이 점점 커지면서 수소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수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수소 경제 로드맵이 발표되었습니다. 수소 경제 로드맵의 비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입니다. 수소차 620만대를 생산하고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구축합니다. 그리고 친환경 분산전원인 발전용 연료전지를 수소 생산과 연계하여 2040년까지 15GW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또한 가정 건물용 연료전지도 2040년까지 2.1GW(약94만가구)를 보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1톤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 11톤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이 현 상황이고, 당장 적용 가능한 것들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인데 충전소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소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해야 하며, 어떤 결정을 할지 제대로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양문명이 만들어 놓은 답 없는 현재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린휠(주)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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