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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보다 좋은 슈퍼푸드는 없다! 

2021년 3월호(13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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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스토리 13]

 

책읽기보다 좋은 슈퍼푸드는 없다! 

 

우리 뇌에 좋은 음식으로는 뇌의 모양을 닮은 호두에서부터, 뇌가 에너지로 사용하는 단백질원으로써 좋은 계란, 그리고, 의사들이 건강에 너무 좋은 음식이라 싫어한다는(?) 토마토 등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건뇌(健腦) 음식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나면서 뇌과학의 여러 연구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는 슈퍼푸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책읽기’입니다.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지는건 상식적인 얘기 아니야’라고 하시겠지요. 뇌과학자들이 왜 좋은 음식들을 제쳐두고 뇌를 위해 책읽기만큼 좋은 슈퍼푸드는 없다라고 하는지 들어보실래요?

미국 에모리 대학의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약30페이지의 소설을 읽게한 뒤, 5일동안 연속해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뇌의 활동을 찍어보았습니다. 5일 동안, 피험자들의 측두엽 피질(temporal cortex)에서 높은 활동을 보였는데, 이 부분은 우리 뇌가 언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핵심영역에 해당합니다. 단 하루만 소설을 읽어도 그 후 5일 동안 언어 능력과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근육기억과 같은 뇌의 그림자활동이라고 얘기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에 문자를 해독 할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된 뇌의 다른 부분도 활성화됩니다. 예를 들면 달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뇌의 중앙고랑(central sulcus)에 위치한 운동 피질이 같이 활성화되지요. 마치 뇌가 활기넘치는 연극배우인냥 실제 달릴 때처럼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달리기와 관련된 뇌의 움직임을 거치는 경우, 평범한 내용의 이야기보다 훨씬 쉽게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읽기는 구어에 비해 우리 뇌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듭니다. 그 이유는 구두 언어를 사용하는 영화를 보거나 오디오방송을 들을 때에는 뇌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읽을 때에는 뇌에서 고유한 일시정지버튼을 제공하여 이해와 통찰을 돕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을 때 더 많이 사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또 다른 연구는 책 중에서도 문학 소설이 공감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국 New School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의 그룹을 나누어 각각 문학소설, 인기소설, 논픽션을 읽게 하고 나머지 그룹은 전혀 읽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얼마나 잘 추론 할 수 있는지 실험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무것도 읽지 않거나 논픽션을 읽은 그룹과 인기소설을 읽은 그룹은 이전과 거의 동일하였습니다. 하지만 문학소설을 읽은 그룹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상당히 증가하였습니다. 그 이유로는 문학소설이 스토리의 구성과 긴장, 그리고 캐릭터의 깊은 심리묘사, 반응의 일관성, 예측 가능성 등의 요소들이 다른 장르에 비해 뛰어나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책의 요약본이나 정리된 내용을 읽는 것은 시간절약과 정보습득의 목적이라는 제한된 역할만 할뿐 뇌의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문학소설과 함께 다양한 양서들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책읽기라는 슈퍼푸드가 우리 뇌를 슈퍼지능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창조적 책읽기’입니다. 보통 책읽기라고 하면 책의 내용에 푹 빠져서 그 내용에 심취하는 것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그 작품이 가진 한계와 그 작품을 쓴 저자 개인의 철학적, 사상적, 문화적 한계에 갇힐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위험을 넘어 균형있는 시각의 창조적 책읽기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3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선은, 저자의 의도 제대로 파악하기입니다. 저자의 뇌 속에 들어가 보는거죠. 책의 서문에서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맺음말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왜 이런 목차의 구성을 하였는지 살펴본 다음, 한 챕터씩 읽어 내려가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생각 속을 함께 거닐어 보는 겁니다. 책과 저자의 생각속에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가 충분히 파악되었다면, 이제는 밖에 나와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비판적으로 읽기입니다. 저자의 고민과 주장이 무엇이고,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저자 자신만의 생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사고의 사상적인 기초와 시대적인 배경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책과 저자의 한계,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반응을 글로 적어봅니다. 저자의 생각과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았다면, 이제는 나와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사람과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가치있는 대화를 해보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공동체적으로 읽고 대화하기입니다. 나의 비판적 책읽기가 완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서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나 말잔치처럼 자기의 주장만 늘어놓고 끝나는 토론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책임있는 말을 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고 제시하고, 또, 가치있는 행동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저는 컴퓨터전공자로서 AI를 비롯한 최신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술개발 자체에만 몰입하다보면 그것의 기초가 되어야하는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간과하거나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되어 결국 내가 사는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무지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뜻이 맞는 일본과 한국의 개발자들과 AI윤리 관련 최신도서를 선정해서 창조적 책읽기를 실천해보고 있습니다. 결과가 궁금하시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금천구 갈렙추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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