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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인들과 친구될수 있을까요?

2021년 3월호(13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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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인들과 친구될수 있을까요?

 

2006년 10% 미만 → 2021년 50% 이상
15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 수치는 2006년과 현재, 제가 다니는 중국어관련 대학원에 함께 공부하는 중국인의 비율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나겠지요.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같은 동북아 문화권에 속하기에 비슷할 줄 알았던 그들의 사고가 우리와는 정말 다르다는 사실에 매번 놀랍니다.


꽌시의 동심원
한국 사람은 오지랖 스타일로 관계를 맺지만(물론 요즘 젊은 세대는 좀 다르긴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철저히 꽌시 중심으로 관계를 합니다. 여러 개 동심원의 한가운데에 내가 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바깥의 원, 그리고 그 다음 원… 이런 식으로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국 꽌시의 개념입니다. 같은 동양이라 국가안의 공동체적 개념이 강할 것 같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더 강해서 개인 중심의 중요도에 따른 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혈연, 지연, 학연이 있지만 중국의 꽌시는 주로 혈연관계에 의해 형성되며 나중에 그 꽌시의 원 안으로 외부인이 들어가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외국 사람이 중국에 수십 년 살아도 그 꽌시 속에 들어가지 못해 중국 사람이 되지 못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우리가 중국인과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할 경우, 한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관계의 개념으로 중국의 꽌시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한국인인 나와 관계가 있다거나 혹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중국인 입장에서는 꽌시의 원 밖에 있는 관계이므로 그들의 필요에 의해 일시적 관계를 맺고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꽌시의 대표적 예를 들면, 중국 내에서 국제적인 소송을 할 경우 외국인은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저하게 중국 중심, 꽌시 중심이기에 중국인을 상대로 중국에서 재판을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리고 중국에는 굉장히 특이한 법률이 있습니다. 바로‘너희가 알아서 조율해라’라는 판결입니다. 서로 조율이 되지 않아 재판까지 갔는데 그걸 또 알아서 조율하라고 하니… 그러니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이 꽌시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중국인 혹은 중국기업에게 승소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국 중심적인 중화사상의 일면
중국 내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대한민국이 되기 이전의 ‘조선’이라는 국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그럴지라도 한국인과 대화를 할 때에는 대한민국의 ‘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중국 친구들은 한국인인 저에게도 조선, 남조선, 북조선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서 1:17로 몇 주 동안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단어들도 북미회담(北美会谈)을 조미회담(朝美会谈), 한국전쟁은 조선전쟁(朝鲜战争)등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직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선족 교수가 한국전쟁을 조선전쟁이라고 해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그 이유는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써야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통역할 때에는 상대측을 존중해 단어 사용을 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명과 같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이야기 할 때에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입니다. 몇 주간 벌였던 논쟁의 결론은 주임교수에게까지 가서야 끝이 났습니다. “한국 학교에서, 한국을 대표해 통역하는 것을 전제로 배우고 있고,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 국제적인 예의이기에 중국인들이 ‘조선’이라고 말해도 상대방이 ‘한국’이라고 사용한다면 그 자리에서는 ‘한국’이라고 사용해야 한다.”고요. 그 결론 이후에야 저는 그 논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답니다.(웃음)

 

중국인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가능한가?
중국어 통번역을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은 공산당을 찬양하는 글과, 공산당을 옹호하는 글들을 읽어야하는 것입니다. 중국인 친구들을 잘 모를 때에는 우리나라의 정치나 제도, 체제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듯, 중국에 관련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화를 했다가 싸움이 난 적도 몇 번 있습니다. 한국과 동일하게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비판적인 이야기 자체를 공격으로 받고, 제가 하려는 말 자체를 전혀 듣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무언가를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해보지 않은, 생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들 속에는 홍콩시위와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위챗에 올렸음에도 홍콩 관련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아이디가 제명되기도 하는 등, 그런 제한을 받는 면에서는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국가를 향한 애국심에 이러한 제약도 옹호하고자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다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처음엔 한국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꺾고 부정하며, 자신들의 체제가 옳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오래 살거나 대화를 꾸준하게 하다보면 처음엔 귓등으로 듣다가도 나중에는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전에 같이 헬스장을 다니고,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한 친구들에게 밥, 과일 등을 사서 집 앞에 놓아두며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친구의 입에서 “중국 공산당은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조직조차도 한국의 공무원과는 다르게 토너먼트식으로 3년마다 시험을 보고, 실적을 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굉장히 치열하다고 합니다. 철저히 실력위주의 실적주의로,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중국 공산당을 두고 자본주의라고 표현하더군요.


중국에 오래 살고, 중국을 잘 아는 교수님들은 중국인들과 예민한 화두의 이야기는 위험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니 꺼내지도 말라고 조언을 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통역사로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입니다. 내 안에는 생각이 가득 차 있을지라도 꺼내놓지 않는 것이 통역사로서 자세인 듯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통역을 하는 객관적인 자리에서는 당연히 제 개인적 의견을 이야기하면 안 되겠지만, 중국친구들을 만날 때에는 대화를 계속 시도해봅니다. 물론, 그들에 대해 다른 점들을 더 세밀하고 깊게 알고, 옳고 그름에 있어 명확하게 인식한 가운데 행동하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때는 그것이 공격이 되지 않도록 하되,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지요. 나중엔 언젠가, 중국인 친구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그 때를 꿈꾸어 봅니다. 

 

 

서울시 송파구 김송희

zulu7979@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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