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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일 무휴가, 나의 꿈은?

2021년 4월호(13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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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인 이야기] 

월~일 무휴가, 나의 꿈은?

 

일본에서 지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놀라운 것 하나는 일본 여성들은 결혼 후 오로지 가사와 육아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진국이면서도 오히려 한국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일본 문화가 신기하고, 일본 여성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사문제로 시청에 갔다가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한국 사람인 저를 무척 반가워했던 시청 직원‘시라하마상’을 인터뷰하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 찾게 되었습니다.
 
일본 엄마들 주말에도 자녀들을 위한 활동으로 눈코뜰새 없어
일본 여성들은 결혼한 순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전업주부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명이랄까요? 결혼 후 자녀를 가지게 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쉴 수가 없습니다. 자녀들의 학교, 학원 등하교 시 픽업을 해야 하고, 아침마다 도시락 챙기기, 각종 학교 행사, 학부모 활동으로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는 학급의 임원이 아니더라도 1년에 한 번씩은 학급행사 담당을 반드시 돌아가면서 해야 합니다. 그 행사들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 학부모들 심지어 선생님들까지 ‘주말은 쉬는 날이다’라기보다 학교 활동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행사들은 주로 아이들의 운동(대회)과 문화 활동(연주회)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죠. 매년 학년이 바뀌게 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한 주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주말 행사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엄마들은 주말에도 도시락을 싸고, 자녀들의 활동에 참여해야 하니 결혼을 하면 당연히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희소식은 급식이 중학교까지 늘어난다고 하니, 후배 엄마들은 곧 편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여전히 고등학생을 둔 엄마들은 도시락 싸는 수고를 감당해야겠지요.

자녀를 공립학교가 아닌 특수사립학교에 보낸 이유
일본의 주입식 교육 때문이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교육을 개혁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말이지요. 여전히 객관식 시험을 치르고 심지어 교복조차 전쟁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검정 세라복을 입고 있습니다. 
교육시스템이 관료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딸아이의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공립학교가 아닌 특수사립학교(대안학교)에 보냈습니다. 사립 고등학교는 학교 시설, 공부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의무를 강조하기보다 자유롭게 학생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잘 돌봐준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생활규칙을 정해주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책임지도록 가르치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 딸은 몸집이 작지만 드럼을 배워 학교에서 연주회도 가졌지요. 또 학교에서는 교내 이지메를 방지하기 위해 홀로 있는 아이가 없도록 두 명씩 짝을 지어 과제를 하게 하거나, 특별 활동을 하도록 지도합니다. 이 점이 특수사립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어요. 
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학교생활이 아닌 사회에 나가기 전, 미리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함께 협력해야 된다’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주정신과 자립’을 내걸고 있는 학교를 택하고 딱딱한 교칙이 없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키운 딸을 대학에 합격시켜 놓고 보니 이제야 저를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일본 엄마 본인의 꿈
 딸을 대학에 보내고, 얼마 전 아들의 고입시험도 끝이 나서야 이제 한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의 유익한 낙은 한국 드라마와 K팝을 들으며 한국어를 조금씩 배워 가는 것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솔직한 표현들이 좋았고, 음악은 섬세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듯하고, 춤과 선율은 스트레스를 풀게 만들어 주지요. 그리고 결혼 전 전공했던 미술 관련 전시회도 가보고 싶습니다. 늘 자녀들에게는 ‘너희들만의 꿈을 가져라’고 말하며 자녀들에게 나의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꿈과 이상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막상 저는 꿈이 없었네요. 이제 엄마로서 그리고 남편 이름(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 꿈을 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막연하지만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공무원 일을 계속하고 싶고, 나와 관계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계속 노력하고,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에 도전하여 후회하지 않는 삶을 만들고 싶네요. 그 첫 출발이 지금 배우고 있는 한글 공부로 시작해 한국 여행도 가고, 다른 문화(음식, 음악, 그림 등)를 접해보고, 조금씩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만이 아닌 외국 친구들도 사귀는 소소한 즐거움을 이제 누리고 싶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시라하마상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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