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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의 재발견, 가치의 재탄생 ‘쓸킷’

2021년 4월호(13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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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적기업 스토리] 

쓸모의 재발견, 가치의 재탄생 ‘쓸킷’

 

‘쓸킷’은 생활 속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쓸모’를 연구합니다.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는 엄마들이 만나, 버려지는 것들에 생명을 넣어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손으로 꼼지락 작업을 합니다. 쓸킷의 제품들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감성과 위트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쓸킷 매니저 류지아, 이준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쓸킷의 시작, 두 엄마의 접점, 제로 웨이스트
 ● 이준희 매니저- 아이들의 입학 시즌인 3월, 저희 아이도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자연친화적인 어린이집으로 보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나들이 한 번 가지 못하게 되었죠.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연을 누리지 못하고 불편하게 살게 되었구나 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제로 웨이스트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죠.
● 류지아 매니저-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정도의 작은 것들만 실천했고 직접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희 아파트 동 대표가 되었을 때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플라스틱을 수출하던 통로가 막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거대한‘플라스틱산’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성남의 제로 웨이스트 모임을 가졌고, 여기서 이준희 매니저를 만나 사회적기업 육성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두꺼비 프로젝트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차용해왔습니다. 저희가 다른 업사이클링 기업들과의 차이점은 ‘자원을 어디에서 수집하는가?’입니다. 세상에 잉여자본은 굉장히 많고 이것을 재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가 사용하다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한 것들을 재순환한다면 훨씬 더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그래서 저희의 원칙은 ‘누구나 쉽게 수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 주변의 친숙한 것들을 자원으로 사용하자! 분리배출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원을 사용하자!’입니다. 예를 들어 양파망 같은 경우, 비닐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망에 붙어있는 실이나 라벨, 노끈 때문에 복합재질이 되어 쓰레기로 버려야 하고, 크레파스는 케이스만 분리배출 대상이기 때문에 이 재료들을 먼저 선택했습니다.


양파망 주렴, ‘쓰루백’ 줄게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공급, 디자인적 요소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고, 또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판매까지 되어야 수익이 납니다. 그런데 저희는 재료 공급부터 안정적인 통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되었죠. 처음에는 동네 슈퍼에 쭈뼛거리며 “양파망 하나만 주세요”라고 부탁해 한 장, 두 장씩 모아 만들었죠.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흔쾌히 도와주시는 분들도 곳곳에 생겨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중화요리점같이 양파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큰 양파망을 가져와 쓰루백을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 볼 수도 있었습니다.


몽당 크레파스 주렴, ‘리크레용’ 줄게
저희가 둘 다 아이가 있는 엄마다 보니 집에 쌓이는 문구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리크레용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습니다. ‘크레용은 손에 묻지 않는 게 짱이다’라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죠. 일반 크레파스를 사용할 때 펜처럼 얇은 쪽으로 주로 그림을 그리게 되고, 저나 저희 자녀들도 종이 껍데기를 벗겨 옆면으로 그려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잘 부러진다는 단점도 있었죠.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리크레용은 다양한 색깔이 한 번에 나오는 창의적인 제품이라, 굳이 일반 크레파스처럼 길쭉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물방울 모양으로 제조해 다양한 면으로 그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자연순환 기부처로
자원을 모으기 위해 처음으로 성남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인‘동그라미 리필러리’와 오프라인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대안생활 공기’와 ‘한살림’ 매장과도 연결이 되어 저희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고, 시민들의 양파망, 크레파스 택배 기부도 시작해 리워드를 직접 보내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택배 기부 대신 제로 웨이스트 매장들과 협업해 매장이 자연순환 기부처의 역할을 담당하고 기부자들도 리워드를 바로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장들도 같이 상승할 수 있게 되겠죠. 전국 어디서든지 시민들이 편안하게 자원을 기부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저희가 열심히 발굴하고 있습니다.


자원 수집을 하며 가장 인상적인 기억
중학교에 올라가는 한 학생이 손편지와 함께 크레파스를 색깔별로 분류해 종이컵에 담아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저희를 배려해 본인이 생각한 최적의 방법으로 보내준 거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이컵도 쓰레기 아니냐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도 저희의 활동에 자극을 받고 스스로 생각해 방법을 찾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환경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한다면 실천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께서 ‘동그라미 리필러리’에 크레파스 한 상자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대부분 80~90년대 크레파스였는데, 크레파스 변천사를 볼 수 있었죠. 우리나라의 크레파스는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재료나 모양은 변하지 않고 케이스만 바뀌었는데, 플라스틱 통에 담는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쓰레기 종량제 분리배출이 처음 시도되면서 디자인이 바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 크레파스들은 고이 모셔뒀습니다. 나중에 교육프로그램으로 크레파스의 역사에 대해 설명할 때 활용하면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죠.


‘쓸킷’의 바람
먼저는 일과 가정을 밸런스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3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벌크 매장 몇 곳에 쓰루백(프로듀스백)을 제공하는 시도가 성공적인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벌크 매장 특성상 상자 째 갖다 놓고 원하는 만큼 담아 가라고 기본적으로 롤 비닐이나 종이백을 비치하죠. 그래서 중소형 사이즈 양파망으로 쓰루백을 만들어 비치하고 여기에 담아갔다 쓸킷 기부함에 넣어주면 세척해 다시 자리에 갖다 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자원순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꼭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경험해보며 스스로 환경에 관심을 더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지구친구 쓸모있는 꾸러미 ‘쓸킷’

매니저 류지아, 이준희

sslkit.modoo.at

sslkit@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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