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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2021년 5월호(13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5.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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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뉴-노멀 엿보기#3]

 

재택근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영구 재택근무라더니, 다시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1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사무실 출퇴근 시대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영구재택근무를 선언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흐름에 대해 직장인들도 “아침마다 지옥철과 콩나물버스 안에서 나는 왜 사는가를 질문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아” “하루 종일 회색 칸막이에 둘러싸인 체 근무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라며 재택근무를 대대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였지요.
하지만, 재택근무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모두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던 기업들은 하나둘씩 그 선언을 철회하며 다시 ‘사무실 근무’를 외치고 있고, 직장인들도 집보단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1) 사람들과 관계하고 싶어요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 10개국, 직장인 총 3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와 관련하여 조사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국가를 막론하고 주기는 다르지만 집보다 사무실 근무를 더 선호했습니다. 그리고 재택근무 유형도 매주 혹은 며칠 중의 하루를 재택근무로 실시하는 것을 가장 선호하였구요. 이런 직장인들의 반응에 대해 87%의 기업 CEO들도 전면적인 재택근무는 아니더라도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형태의 근무유연성 즉, 근무장소와 시간, 방식에 있어서 유연성을 강화할 것이라 응답하였습니다. 근무장소도 사무실과 집, 그리고 출퇴근이 편리한 인근의 코워킹스페이스나 거점오피스를 제3의 근무장소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델이 생겨난 것은 결국 재택근무만으로는 직장인과 기업의 필요가 100%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한 집을 두고, 또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길 원했을까요? 집에서도 사무실처럼 일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동료들과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서로 조언하고 대화할 수 있다’라는 점이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꼽는 사무실 복귀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직장인들은 일보다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것에 훨씬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인간은 일을 위한 도구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함께 의미를 추구하는 관계적 존재’라는 사실을 1년여 재택근무의 결과가 우리에게 교훈하는 듯합니다. 더 나아가서, 관계를 지향하지만 그저 소속되어 있으므로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정감을 누리는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라는 성경의 교훈처럼 서로를 향해 진정한 관심과 배려, 격려, 세움이 있는 관계를 직장 속에서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이 일 만하는 도구로서의 직장이란 인식을 우리 머릿속에서 지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싶어요
최근 해외에서는 재택근무의 일상인 화상회의 업무의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과 무기력감, 우울함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등장하였습니다. 이 기업이 내어놓은 솔루션은 바로 ‘Walk and Talk(산책하며 대화하기)’서비스입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 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서 서로 힐링하는 서비스이지요.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써, 중고상품 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의 ‘함께해요’라는 코너에서, 일과 후 동네 친구처럼 만나서 소소하게 수다 떨고, 밥도 먹고, 산책도 하며 일상을 공유하기 원하는 만남을 찾는 글들이 가끔 올라오곤 합니다. 


이런 예들은 우리가 기술의 발달 덕분에 매일 온라인과 가상세계를 들락거리며 살아가지만,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현재적, 물질적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과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의 극단적인 축소판이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상대방의 상태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또한 서로의 소통이 왜곡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상적으로 이런 오프라인 만남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소소한 대화에서의 일시적인 만족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본질적이고도 근본적인 대화를 통한 만족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만남과 대화가 직장 속에서 만약 이뤄질 수 있다면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의 소소한 만남을 일부러 찾아 헤맬 필요는 없어지겠지요.

 

3)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요
또한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화상회의의 피로도를 줄인 음성회의 서비스가 그것입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자유로움일 것입니다. 이 서비스에서는 이런 자유로움의 장점을 살려 꽉! 막힌 실내가 아닌 탁! 트인 실외에서도 자연과 환경을 즐기며 음성회의를 할 수 있도록 외부 환경의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외 음성회의는 이미 실리콘밸리 CEO들이 외부에서 산책하면서 즐겨 사용하던 경영 노하우의 하나로 알려져 점점 인기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점차 더 많은 자유를 원할 것이고, 그 니즈에 맞춰 기업은 더 많은 자유를 주되, 그 대가로 결과 즉, 생산성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가성의 일의 결과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등식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니 재택근무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하더라도 결국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기대치는 이미 정해져있단 말이지요. 일이 의미가 대가가 아니라 감사함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말입니다.

 

생체신호처리 전문기업 ㈜바딧
CSO/Vice President 추광재

caleb@bodit.co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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