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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장의 공부이야기 #2

2021년 7월호(14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7. 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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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장의 공부이야기 #2

 

 

Grit & 깡 & 몰입으로 거인을 깨운 아이들
“친구 아들 우성이는 머리가 좋아서 한두 번만 읽어도 다 외우더라구요” 상담을 하다 보면 다른 아이들의 뛰어난 두뇌를 부러워하는 학부모들을 종종 보게 된다. 수영 선수 정유인 씨의 집안처럼 체질적으로 근육량이 높은 집안 유전자가 있는 것 같이 이해력, 습득력이 빠른 좋은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타고난 두뇌의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좋은 두뇌가 좋은 성적을 만드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최상위 우등생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좋은 두뇌가 아니라 Grit이라 불리는 끈기다.
 
내신 향상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종종 도전을 시킬 때가 있다. 운이 좋게 고등학교 수석 졸업, 대학교 8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고 우등 졸업을 한 컨설턴트라, 공부에 관해서만은 어떻게 하면 끝까지 목표한 곳까지 오를 수 있는지, 그 과정과 도전 과제를 친구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다. 그 비법은 사실 단순하다. 
고등학교 때 암기하고 익히는 모든 개념을 개별 정보화하여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그 모든 개념들을 머릿속의 장기기억에 저장해 두는 원리다. 고등학교 공부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그 끝을 향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모르는 게 없구나’하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그 깨달음에 도달할 때까지 진력하는 것,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활용해 1등을 했고, 지난 20년간 숱한 1등들을 길러냈던 여러 노하우로 ‘열심히’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쳤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 과정을 따라올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방법들을 제시했을 때 도전하고 Grit을 가지고 따라왔던 친구들은 기실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 적지도 않았다. 걔 중에는 내 오촌 조카 경민이도 있었다. 


고1 후반기까지 방황하던 녀석을 사촌 형수의 부탁으로 만나 진지하게 공부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말해 주었고 경민이는 그 때부터 그 안에 잠자고 있던 거인을 깨우기 시작했다. 서서히 패턴과 에너지를 끌어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있는 루프에 걸릴 때가 있는데, 그 때 완벽한 공부에의 몰입 상태가 된다. 애가 밥 먹으러 자리에 뜨는 시간이 아깝다고 비빔밥을 저녁마다 만들어 달라했다는 형수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녀석, 해냈구나!’하는 생각에 기뻤다. 그렇게 7·8등급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영어, 수학 점수를 3학년 말에 모두 2등급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교육과에 진학해 자신이 바라던 선생님의 꿈을 꾸고 있다. 1학년 4·6등급에서 시작해 서울대에 진학한 민준이, 5등급에서 1등급까지 끌어올려 서울대 심리학과에 진학한 희영이 등 그 도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자기 목표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낸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아이들을 가르친 나도 늘 목말라 하는 지식이 있다. 같은 도전을 시켰는데 왜 누군 가능했고, 누군 실패했는가? 어떻게 하면 모든 친구들에게 이 몰입의 잠재력을 끌어내 줄 수 있을까? 재밌는 부분은 거인을 깨운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부에 관한 부모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는 환경의 친구들이 많았다는 거다. 부모님이 공부에 대해서는 크게 잔소리나 강요를 하지 않고, 누군 잘하고 누군 못하고 하는 주변 눈치를 주지 않았던 친구들이거나 아예 잔소리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환경의 친구들은 오히려 이 도전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하기 가장 싫을 때’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답변의 1위는 ‘책상 앞에 앉아 모처럼 공부하려 하는데, 엄마로부터 왜 공부에 집중 안하니? 혹은 공부 안하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래서 공부해라 마라 하는 이야기는 부모가 하면 안 된다. 당장은 하는 척을 할지라도 길게 보면 의욕이 자라나지 않아 끝까지 공부하는 ‘깡’을 키우기 어렵다. 그렇게 잔소리로 서서히 의욕이 꺾인 친구들은 공부가 아니라 공부하는 ‘척’의 요령을 길러나갔다. 그리고 나의 애쓴 순수한 도전 이야기도 그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잔소리의 하나도 편입되기 쉬웠고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도전하지 않았다. 


도전하는 친구들이 처음 만나는,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할 때 얻는 작은 성취감들이 있다. 그 성취감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다음 이야기로 함께 나눠보도록 하자. 

 

바리에테 창의교육 연구소장 임대균
대학인 입시연구소 대표
keaton70@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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