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자생식물원을 다녀와서]
4계절 변화를 맘껏 누리고, 찔레꽃 차를 마시며, 매일 매일 야생화의 미세한 변화 또한 경험할 수 있는 식물원 겸 꽃차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분을 소개합니다. 바로 숲 해설가, 꽃차 전문가, 야생화 전문가인 조명자 대표입니다.
평창자생식물원을 만들기까지
이곳에 오게 된 해는 2002년입니다. 을지로에서 오랫동안 고급 실크(silk) 인쇄 사업을 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는 중,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이 콕 찍어서 마음에 담아 두었던)지금의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꽃들을 좋아하는 터라, 이곳에 온 후로 하나씩 하나씩 일구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네요.
평창자생식물원은
평창자생식물원은 1~2년 사이에 조성된 곳이 아니라, 2002년 정착할 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 가까이 조성된 곳이에요. 지금은 다양한 식물들로 가득 차 있지만, 처음에는 잣나무 군락지를 이룬 곳이었죠. 2천여 평 정도에 400여종의 식물들이 있고 이중 99%는 순수 국내종이랍니다. 조개 나물과 같은 원예종이 10가지 정도이고, 나머지는 순수 야생화인데 식물원 이곳저곳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야생화들도 많답니다.
다른 자생식물원과의 차이
많은 분들이 저희 식물원을 방문하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소박하다’, ‘인위적이지 않다’, ‘마치 내 집 마당과 같다’라고 말이지요. 진짜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원 하면 커다란 간판과 입장료, 들어서자마자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틀이 짜여 있는 것이 연상되지만, 이곳에 들어선 순간 그런 고정관념이 싹 사라지거든요. 발길 닫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보이는 꽃과 식물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 새 너무나 다양한 꽃과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맛보게 됩니다. 요즘에 방문하신 분들이 ‘금꿩의다리’라는 녀석을 만나면 흠뻑 빠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달맞이’라는 작은 꽃차 카페가 있어서 찔레꽃차, 펜지꽃차, 산목련꽃차등 다양한 야생화 차를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 한 잎 한 잎 따서 정성껏 덖고 숙성시킨 꽃차들이지요. 눈으로 아름다움을 감상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꽃의 맛 또한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 평창자생식물원만의 장점이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함께 오신 분들과 찻집 창밖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들을 보면서 맘껏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도 금상첨화이구요.
평창자생식물원의 가장 좋은 방문 시기
평창자생식물원의 4계절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계절이 있다면 당연히 봄이겠지요. 다양한 꽃들이 자기의 아름다움을 서로 경쟁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7월의 방문도 추천할 수 있답니다. 많은 꽃들이 피지는 않았지만 보라색 자태를 맘껏 뽐내는 ‘금꿩의다리’와 푸르름 그 자체를 맛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경을 볼 수 있는 겨울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잣나무 위에 내린 눈들이 마치 푸들강아지 수십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너무 아름답거든요.
어려움이 있었다면
자생식물원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식물원을 조성하는 일들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한 꽃 한 꽃들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 자랐는지의 과정들이 생각나면서 싹 사라지거든요. 물론 외적인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이곳에 정착한지 거의 15년여 만에 전기가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새롭게 시골에 정착한 분들을 향한 시골의 문화 차이(?) 때문인지 전기가 들어오는데 까지 긴 시간이 걸렸네요. 그동안 작은 태양광을 설치해서 가장 간단한 것만 잠깐잠깐 해결하고, 촛불을 켜고 사는 긴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맘껏 꽃차를 덖고, 냉장고 등을 아무 제약 없이 돌릴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움보다 아쉬움이 있다면 큰 주자창이 없고,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등의 시설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차원 때문에 아쉬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과 식물들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맛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내손에서 자라는 꽃들과 대화하는 기쁨
식물원 곳곳을 걸을 때마다 꽃들을 보며 ‘내가 이렇게 조성했구나!’, ‘내 손에서 이만큼 자라났구나!’, ‘이 녀석들은 언제, 어디서,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잘 뿌리내리고 있구나!’등등의 생각하는 것이 즐거워요. 어떤 때는 손길이 미치지 못한 꽃들이 가뭄으로 고개 숙이고 있을 때 “미안해”하면서 물을 줄 때도 있답니다. 이렇게 모든 식물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올라옵니다. 무엇보다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뿌듯합니다.
소박한 바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야생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다양한 꽃차도 맛보며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지금보다 더 마음을 쏟아 꾸미려 합니다. 식물원 안에 있는 달맞이 카페가 그런 곳이었으면 해요. 코로나 이전에 했었던 ‘꽃차 만드는 모임’도 다시 하고 싶고요.
평창자생식물원/카페 달맞이 대표 조명자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방림2길 79-66
010-3262-0155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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