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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이지만 처음 만난 한국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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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기]

다섯 번째이지만 처음 만난 한국

 

  홀로 여권을 쥐고 한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여행은 늘 여행사에서 알선해 준 패키지여행이 전부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출발 전에도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특히 말이 통하지 않아 걱정했고, 더구나 행선지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르는 가운데, 76세라는 나이와 장마철 날씨에 컨디션 불량으로 건강이 괜찮을지... 하지만 단 3일이고, 무엇보다 여러분의 “우리 동네에 놀러 오세요~”하는 목소리와 미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거야’라고 생각하며, 한국을 향한 비행기에 올랐지요.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해 지혜씨와 동숙씨를 만났습니다. 사실 만나기 전까지 극도로 불안했지만, 만나는 순간 지금까지의 불안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분의 환대에 감사, 감사, 감사한 3일이었어요.
  3일 동안 저는 처음 겪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경복궁’ 방문과 ‘제암리 교회’의 방문은 가장 마음에 남아서 그 일에 대해서 적어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방문은 다섯 번째이지만, 경복궁은 처음 간 장소였어요. 치마저고리를 입고 아이처럼 떠들며 걷고 다니면서 얼핏 북경의 자금성이 생각났습니다. 청나라에 조공했던 조선 왕조니까 비슷한 느낌이 온 것이 당연했지요. 무엇보다 세 명의 중학생이 자신들이 조사한 것을 제게 소개하고자 열심히 설명해 주었는데 그 모습에 저는 너무 감동했어요.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향토의 역사와 자연의 특색에 대해 공부한 것을 관광객에게 설명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만 학습하고 그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더 깊게 학습할 수 있어서 그들에게 너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경복궁의 가장 후미진 곳에 있는 ‘명성황후의 거처’에서 제가 받았던 충격에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했던 명성황후가 일본군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듣고서 말입니다. 그것도 황후를 모시고 있는 궁녀와 황후가 구별이 힘들어 거기에 있던 전원을 살해했다니... 대형 스크린 속에 비치는 밝은 꽃의 낭자한 슬픈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날, 제암리라는 작은 시골에 있는 ‘제암리 교회’에 갔습니다. 이 교회에서는 일본어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었지요. 한국의 항일운동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작은 마을 안에서 그처럼 잔혹하기 짝이 없는 살육이 이뤄진 것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초가지붕의 작은 교회로 지역의 주민(성인 남자 전원)을 가두어 불을 붙이는 등의 행위는 도저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고통을 받은 민족임을 알고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저에게 베풀어 주신 친절에 정말 감격했고 감사했습니다.

 

< 제암리 기념관에서 설명드는 후미오상 >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긴 사흘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후쿠오카로 돌아왔습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나가사키 행 버스를 기다리는 30분, 갑자기 제 앞에 있던 여성이 레분 섬(홋카이도 서북쪽 위에 있는 섬)에 가서 너무 추웠다는 얘기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당신은 어디 갔습니까?”라고 물었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경복궁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큰소리로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더 공부하고 가야합니다. 나는 한류 드라마를 좋아해서 몇 번이나 한국에 갔습니다만, 그런 곳에 간 적도 없고, 만약 그런 곳에 가면 항의할 만한 공부를 하고 가야합니다. 그 황후는 일본에서 시집간 사람이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라고 말이죠. 전 ‘아닙니다. 그것은 만주국의 일이잖아요’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큰소리를 내면 큰일이 나겠다는 찰나에, 버스가 오자 저희의 대화는 끊어진 채 각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만약 그 사람이 한국침략 전쟁을 기억하는 80대였다면 이 일이 화낼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60대였습니다. 저도 한국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일본인이 얼마나 자기가 한 일을 모르지에 더욱 놀라웠지요.

 

  저는 이 두 장소 경복궁과 제암리 교회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그 곳에 갔던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후쿠오카에서처럼의 반응은 아직 겪어 보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안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전쟁 중에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일본 사람이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가해자는 죽을 때까지 그 일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요. 전쟁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그만큼 고통스러웠을 것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나쁜 일을 했던 우리가 이제 이 세상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작은 노력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나가사키현 히가시소노기 文代(후미요)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4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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