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계! 한옥의 매력에 빠지다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8. 20:28

본문

 

세계! 한옥의 매력에 빠지다

 

어릴 적에 초가집에 살았다. 방이 두개, 부엌 한개가 있었으니 말 그대로 초가삼간이었다. 다행히 쓰러질듯한 오래된 초가는 아니었다. 마을이름도 ‘웃마’였다. 윗마을을 줄여서 그렇게 부른 듯하다.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힐링촌으로 손색이 없을듯하지만, 아쉽게도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살아온 인생 중,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쉽사리 서울 사람이 되어지지가 않았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일본과 중국에 가서 이방인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어디를 가나 시골정서는 내 삶을 늘 따라다녔고,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2009년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서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혜화동 한옥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10여 년 운영하면서 지내왔다. 세계에서 왔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 여행한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늘 경주를 추천해 주곤 했다. ‘2021 한옥문화박람회’가 [한옥, 공간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한옥 시공 컨퍼런스’ 강연자로 초청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10여 년간 한옥에 살아왔으니 한옥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경주로의 여행이라는 생각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초청에 응했다.

 


신라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를 오랜만에 가는데 발표만 하러 가기에는 아쉬워서 하루 일찍 내려갔다. 강연자로 초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한옥문화박람회가 열린다고 하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관람했다.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옥 건축 및 리모델링은 물론 인테리어와 전통 공예품 등 볼거리가 많았다. 특별히 건축계 종사자와 비전문가를 위한 컨퍼런스도 진행되었다. 한옥문화에 관한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람회로 실수요자 중심의 개인 고객의 관람을 배려한 기획을 하느라 많은 애를 쓴 것 같았다. 부대행사도 한식 꽃 다식 만들기, 나전칠기 그립톡 만들기, 한옥 드로잉 체험 등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양동마을과 운곡서원, 교촌한옥마을을 돌아보는 ‘가을에 마주하는 한옥 투어’가 마음에 들어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두었다가 참여했다. 해설사와 함께 5시간 투어를 하면서 경주 공부를 제대로 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이 사는 도시라는 것이 실감나도록 가는 곳마다 커다란 릉(陵)이 있었다. 왕(王)과 왕비(王妃)의 무덤은 ‘릉(陵)’이라 하고, 그 외의 무덤은 ‘묘(墓)’라고 부르고, 총(塚)’이라고 부르는 것은 왕릉이나 왕비릉이라고 짐작은 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무덤을 ‘총’이라 부른다는 것도 배웠다. 


경주는 한옥이 12,000여 채가 있고, 경상북도에서 한옥이 가장 많이 있어 한옥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각 시대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조선시대의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의 두 가문이 600여 년 동안 이룬 양동마을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재 손중돈과 회재 이언적이 양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두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선시대의 양반사회도 엿볼 수 있었다. 마을이 좀 큰 편으로 오래 걸었는데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돌담길을 돌아가는 길 자체가 아름다웠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를 가나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운곡서원에 가면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였던 서원과 향교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운곡서원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350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온다고 한다. 교촌한옥마을에 있는 최부자댁에서 진짜 부자의 품격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경주의 한옥들을 돌아보는 여행은 한옥문화박람회에서 덤으로 누린 가장 큰 선물이었다. 


‘한옥 시공 컨퍼런스’에서는 한옥관심, 한옥예정, 한옥시공, 한옥거주 네 부분으로 나누어 강연이 마련되었다. 나는 한옥관심 부분에서 [WELCOME 한옥! 한옥의 대문, 세계로 활짝 열자]라는 주제로 맨 처음 발표를 시작했다. 한옥에서 사계절을 직접 느끼면서 살았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는 이야기를 첫 멘트로, 혜화동 도심에 방치되어 있었던 70년 된 한옥을 주변 사람들은 수익성을 따지며 허물고 새로 지으라 했지만, 한옥을 수리해 온전히 지켜낸 일, 한옥의 이름도 딸의 이름을 빌어 ‘유진하우스’로 짓고, 내가 사는 한옥집의 역사가 궁금하던 중, 우리나라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고(故)김태길 교수님께서 사셨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그래서 ‘서울미래유산 김태길 가옥’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도 얻게 된 일, 세계인들의 방문으로 도리어 한옥에서 세계 여행하는 일 등등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발표하니 청중들도 어느새 나와 함께 유진하우스 한옥스토리에 빠져 있었다. 무엇보다 유진하우스가 김태길 기념관이 되어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장소로 오래도록 남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발표를 마무리 했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는 나를 ‘한옥지킴이’라고까지 말해 주었는데, 내가 한옥지킴이로 무엇을 했나?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한옥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 내게는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다.  Thanks! 한옥!

 

 

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12길 36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010-5069-3348
유튜브-한옥유진하우스TV 검색

www.facebook.com/yykim65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