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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년 전통 유럽 비엔나커피하우스 문화를 한국에 가져온, ‘정의석’ 대표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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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340년 전통 유럽 비엔나커피하우스 문화를 
한국에 가져온, ‘정의석’ 대표

 

레드오션 커피시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커피사업을 시작하다
비엔나커피하우스를 하기 전에는 홍삼전문 브랜드인 ㈜천지양 대표 등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평소 커피를 무척 좋아해 관심을 갖고 임원진들과 머리를 맞대며 커피사업 구상 중에 본격적으로 2013년 3월 커피사업에 뛰어들었죠. 유럽 HoReCa(Hotel, Restaurant, Cafe를 포함하는 식품서비스 산업지칭)시장에서 No.1 브랜드인 ‘율리어스마이늘’ 브랜드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권도 2014년 5월 어렵게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카노 위주의 국내 커피시장에서 유럽 전통 시그니처 메뉴로 차별화를 한다면 레드오션 시장이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죠.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비엔나커피하우스’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무엇보다 국내 독점권을 갖고 있는 ‘율리어스마이늘’이라는 글로벌 브랜드가 있었지만,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인 ‘비엔나커피하우스’라는 상표도 같이 사용할 수 있다면 유럽 전통성과 역사성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특화된 컨텐츠를 상품과 결합시킴으로써 무한한 경쟁력을 갖게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바로 ‘비엔나커피하우스’상표를 출원하기로 결심했죠. ‘비엔나커피하우스’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스트리아 커피 문화를 일컫는 말입니다. 오스트리아 수도인 비엔나 도시 곳곳에 자리한 카페하우스와 커피를 즐기는 문화를 총칭하죠. 저희는 이 상표로 커피 시장을 차별화시키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나갈 생각을 처음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비엔나커피하우스 상표등록은 불가능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상표 출원 이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며 수차례 행정소송 등을 거쳐 4년 이상의 어려운 작업을 견뎌내었죠. 어려움은 처음부터 각오했던 것이었지만, 모든 임원진들이 상표등록에 총력전을 폈음에도 사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2021년 8월 21일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은 ‘비엔나커피하우스’ 상표를 텍스트로 획득했다는 것에 대한 무형자산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고 계십니다. 이에 저희 임직원들도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있지요. 현재는 ‘율리어스마이늘’과 협력하며 메뉴개발뿐 아니라 원두 수입을 하고 있어요. 각각의 매장에서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모든 과정을 매뉴얼화해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져 만 2년 이상 발목을 잡히고 있네요.  

 

 

‘비엔나커피하우스’의 공간철학 
먼저 하드웨어 측면에서 카페 내부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로바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오래가는 실내 공간을 고집하죠. 그런 오래된 공간은 찾는 이들을 어느 때든지 편안한 느낌으로 반겨주니까요. 유럽에서는 100년 된 건물을 바꾸기 위해 도시심의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00년밖에 안 되었는데 좀 잘 닦아 쓰면 되지’하는 개념인 거죠. 한국에 있는 비엔나커피하우스는 그런 면에서 감성적이고 빈티지한 구성으로 새것 같지 않은 편안함과 오래 지났으나 진부하지 않은 안락함을 줌으로써 유럽 카페문화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인테리어 컨셉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스트리아에는 화가 에곤 쉴레, 음악가 베토벤, 모차르트가 커피와 차를 마셨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비엔나커피하우스가 바로 이런 오래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 면에서 유럽의 비엔나커피하우스는 1683년 출발해 지금까지 약340년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죠.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교와 문화를 누리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 전통을 따라 저희도 이 공간에서 수십 회에 걸쳐 현악기, 피아노, 재즈 등의 다양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비어페스티벌과 시를 쓰는 포에트리 데이를 정해 손님이 시로 커피값을 대신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의 꽃을 피우는 것이죠.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 공간인 사랑방과 같은 곳이라 할까요. 하지만 코로나로 이런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아쉽습니다. 

 

문화(뮤직 페스티벌)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시그니처 메뉴들
진한 커피에 달콤한 크림이 올라간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전통 커피인 ‘아인슈패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커피의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아인슈패너’는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아인슈패너를 모는 마부들이 마차에서 한 손에 커피를 잡고 우유 크림을 올려 마셨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진한 연유 맛에서 나오는 달콤함과 커피의 감미로움이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떠올리게 하는 비엔나클래식커피 ‘레체레체 멜랑즈’와 ‘프란친스카너’ 등이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유럽의 전통 메뉴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요. 아메리카노 시장이 전체 50%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아메리카노가 아닌, 희소성이 높은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시그니처 메뉴를 선택한 것이죠.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코로나 전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회사 창립 후 매년 70%이상 성장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를 너무 얕보았죠.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2년을 꽉 채우고 올해까지 계속될 줄 몰랐으니까요. 앞으로 2~3년이 더 간다고 하니 투자를 받지 않으면 회사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는 직영점 매각과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했는데, 마음이 무척 무거웠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이었지만, 직원들도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11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작년에 큰 수술을 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병원에 들어가면서 ‘내가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수술 후, 12일 만에 퇴원하고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힘든 상황이 있다 해도 올해 열심히 새롭게 뛰어보려 합니다. 

원두 가격 폭등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작황이 좋지 않은 등, 여러 이유로 원두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2배 이상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저품종보다 고품종인 아라비카가 더 올라서 문제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소비자가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1,500원 정도의 저가 테이크 아웃 커피를 파는 분들은 팔면 팔수록 적자인 거죠. 그렇다고 저가 커피를 3,000원으로 올릴 수도 없는 거고요. 저희는 4년째 커피값을 올리지 않고 있어요. 처음엔 사악한 가격의 커피라고 했지만, 지금은 적정한 가격이라고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커피숍에, 커피 농사 면적은 그대로이고, 여기에 코로나로 매출은 떨어지고 여러 고충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비엔나커피하우스’
2017년 9월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등록하고 난 뒤, 코로나 전인 2019년까지 2년 동안 매장이 50개 정도 만들어졌어요. 비엔나커피하우스의 경쟁력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죠.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저희는 거의 5년 동안 시장 테스트를 했습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이죠.(시장 테스트를 어떻게 했나요?) 5년 동안 시설과 장비를 매장에 빌려주어 운영하도록 도왔습니다. 프랜차이즈이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죠. 저희 비엔나커피하우스 가맹점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 본사로부터 납품받은 원가비율이 가장 낮은 브랜드가 되도록 하기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매출대비 원가비중이 높으면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니까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본사의 갑질로 말이 많은 상황에서 파격적인 조건이었죠. 말뿐인 상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까를 매번 고민하고 점주들과의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금유동성만 해결이 된다면 앞으로도 가맹점의 매출극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 

‘비엔나커피하우스’의 넓은 공간
저희 매장들은 넓은 편인데, 서울숲점이 40여 평으로 좀 작고 넓은 곳은 100여 평이 넘습니다. 점점 핵가족화되면서 카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정신없이 바글바글한 좁은 카페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즐기고, 그런 손님들이 다시 찾게 되면 오랜 고객이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LTV(Life Time Value; 고객평생가치)는 매장의 이익에 앞서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가운데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강렬한 레드 컬러의 ‘컵부스’
매장 내에 랜드마크로 만들어 놓은 ‘컵부스’는 강렬한 레드 컬러로 임팩트를 주었죠.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숍 안에 이런 상징물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유럽에서는 4m 이상의 크기로 만들기도 하지만, 저희는 이것을 줄여 매장 중심에 위치시켜 비엔나커피하우스에 들어온 느낌을 확실히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컵부스’가 있는 매장을 랜드마크화 한 것인데, 디자인 등록까지 해놓았죠.

 

강렬한 레드 컬러의 컵부스


인생에서 커피가 준 행복
커피는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직장생활에, 사업에,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커피를 대할 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향, 맛, 그리고 제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먹는 표정들… 이런 것들이 참 기쁘더라고요. 무엇보다 커피로 제 삶이 힐링 된 것 같아 비엔나커피하우스를 처음 기획부터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0여종 가까이 되는 메뉴들 하나하나 패널 테스트를 통해 만들었지만, 그 맛을 정의하며 생기는 새로운 느낌들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오픈하는 매장들을 셋팅하고 난 뒤 점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또 우리 커피 맛에 반해 매장을 열고 싶다는 반응이 있을 때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매장 외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는 알마인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들을 기획하고 디테일하게 진행해 보았죠. 하지만 요즘은 생각한대로 안되더라고요.(웃음) 시대의 흐름도 있고, 코로나 같은 예기치 못한 외부의 문제들 앞에서 이 모든 한계들을 넘어서야 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먼저 자금 확보를 한 뒤, 올해는 더 공격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매출은 코로나 전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반대로 좋은 조건으로 나온 점포들이 많아서 이들에 집중 투자해 매장을 좀 더 늘리려는 거지요.


인터뷰에 응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맨 먼저, 수술을 하신 뒤라 인터뷰를 하실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고맙게도 비엔나커피하우스 서울숲점에서 뵐 수 있었죠. 정의석 대표님은 단순 커피전문점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340년 전통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커피숍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는 분이셨죠. 시대의 흐름에 맞춰 키오스크 주문과 아인슈패너(빨간 레드잔에 마셔야 제 맛)같은 커피를 배달해야 하는지 지금도 갈등이라고 하시는 것을 통해 사랑방 같은 카페문화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속히 코로나가 종식되고 중국, 미국, 일본 등에 비엔나커피하우스 매장이 진출해 한국을 통한 비엔나커피하우스의 문화가 역수출되고, 국내에도 새로운 매장들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kss@viennacoffeehouse.co.kr
www.viennacoffeehouse.co.kr  

 

정의석 대표 약력 
1983년 ~ 1989년 삼성전자 & 삼성정밀  
1991년 ㈜웍스/대표이사 
1998년 ㈜게임아이 창업/고문 
2001년 ㈜닉소텔레콤과 ㈜게임아이 합병 
2001년 ㈜닉소텔레콤 ㈜이노츠로 사명 변경/부사장 취임 
2001년 ㈜태원식품/대표이사 ㈜이노츠와 겸임 
2007년 ㈜천지양 전무이사 (창업)
2014년 ㈜제이엠케이 전무이사 (창업)
현  재 ㈜제이엠케이 대표이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7>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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