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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작은 곳에 마음을 두는 새해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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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작은 곳에 마음을 두는 새해

 

몇 해 전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작은 농경지를 구했습니다. 어릴 때 농사지으시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손쉬운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지요. 처음 시작할 때의 생각은 심기만 하면 쑥쑥 자라기만 하던 부모님의 농사가 쉬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모종만 심으면 잘 자랄 것 같은 상추, 고추보다 심지도 않은 온갖 잡풀들이 더 웃자랐고, 그렇게 두 해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농작물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농사짓는 실력이 더 늘어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빨간불이 켜졌고, 퇴근 후나 주말 가릴 것 없이 많았던 모임들이 자연스레 줄어들어 시간 날 때마다 손바닥만 한 농경지로 더 많은 걸음을 하게 된 것이지요.


드디어 심어두었던 농작물이 눈에 들어오고 허리를 숙이고 웃자란 풀을 뽑고 나니 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두 해를 보내는 동안 나의 농작물은 엄청난 수확을 하게 되었지요.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었던 수많은 어려움으로 변명의 여지와 삶의 어처구니를 핑계 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회가 되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가던 일상의 멈춤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던 일들을 돌아보라는 기회임에 분명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염병에 대해 이강국 교수(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이러스는 평등하다. 바이러스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세포막에 달라붙고 침투하여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전염병은 평등하지 않다. 똑같은 바이러스지만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사망에 이르는 정도는 소득과 직업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소매업, 간호사나 요양사 등 이들의 일자리는 재택근무가 어렵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들은 주로 금융계나 정보기술 등의 고임금 일자리로 재택근무 비율과 소득은 정반대의 관계를 보인다.”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사는 나 또한 의료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치과 치료가 더욱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방역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더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빠지게 마련입니다. 결국, 제도나 사회 구조의 탓으로 돌리거나 기다리기에는 시급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누구일까요? 코로나19가 퍼지고 급식소, 의료봉사 운영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소외계층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홀로 사는 어르신들입니다. 많은 친구와 봉사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었던 따뜻한 공간이 사라지고 만 것이지요.

 

 

2022년의 새해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팡파르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가치를 다시 새겨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낮고 작은 곳에 마음을 둘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의 한 해가 되도록, 스스로 몇 가지 약속을 해봅니다.


 |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방문진료
 | 남수단 및 아이티병원설립
 | 코로나로 인한 긴급구호활동(국외 7개 병원)

이러한 사업은 ‘공윤수’라는 한 사람의 실천으로 오늘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함께한 수많은 이웃이 있었지요. 새해에도 여러분들과 함께 선한 사업을 즐거움으로 동참해주실 것을 요청해 봅니다. 그리하여 웃는 자와 같이 웃고 우는 자와 같이 울어줄 수 있는 뜻깊은 새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성북구 석관동 미보치과 
원장 공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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