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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시각으로 귀농 현실 들여다보기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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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농부 이야기 7] 

 

농부의 시각으로  귀농 현실  들여다보기

 

2018년 겨울, 버섯 농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지 어느새 새해로 5년이 되어 새삼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지난 5년의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버섯 재배에 익숙해지는 것과 생산한 농산물을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판매하는 기초적인 사업의 틀을 놓고, 동시에 지역 농부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농촌 문화를 조성해 갈 수 있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해 이웃 농가들과 서로 소식을 주고받았던 타 지역 농가들의 많은 재배사가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농가 부채라는 시한폭탄이 드디어 터지는 전조를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수억이라는 빚을 내어 재배사를 짓고 버섯 등 다양한 농사를 시작했지만 그에 걸맞는 수익을 내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고 이런 농가들이 한두 농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문제들이 수익을 내지 못한 농가들만의 책임일까요? 나아가 짚고 가야 할 더 중요한 문제들은 없을까요? 


잘못된 첫 단추 
귀농, 즉 농사를 통해 수익을 내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귀농교육입니다. 인구감소 문제가 겹쳐서인지 각 지자체마다 위탁해서 귀농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만 소위 귀농창업 자금(3억 정도)을 저리로 받을 수 있는 정부시책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합니다. 이 과정 속에는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고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창업자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대부분의 교육 내용은 피상적인 것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령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거래 등 판매 루트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정도로 말이지요. 물론 각 작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나 실력을 쌓는 것, 마케팅 등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한 사례들을 통해 진짜 고민하고 점검해 볼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성공 사례만을 소개함으로서 냉정한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첫 단계부터 치명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뚤어진 결과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농업을 통한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뛰어듭니다. 게다가 충분한 개인 자금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창업 자금을 받아서 출발합니다. 말이 창업 자금이지 실상은 몇 년 뒤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할 ‘빚’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수익을 내고 갚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쉽게 융자를 받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떨까요? 현실은 녹녹치 않습니다.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상품이 그에 걸맞게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합니다. 결국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임에도 돈을 벌지 못하니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재배사 또는 농지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빚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로 돌아가고요. 이런 악순환이 지금 제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결과들은 어설픈 국가적 농업 활성화 정책, 지자체의 인구증가 정책, 현실성 없는 교육 기관들의 커리큘럼과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개인들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인 위기들 
실제로 함께 하는 농가들 중 수익이 나지 않아 농사를 그만두신 분들이 절반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대부분은 경매 처분되거나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제가 있는 이곳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귀농 교육들이 진행됩니다. 조금은 까다로워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억대의 융자도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마치 때가 되면 터질 시한폭탄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작은 것부터 바꾸려는 운동
이제는 농업의 현실을 알지 못하고 탁상공론식으로 밀어 붙이는 정부의 농업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귀농을 유도하는 지자체들의 단편적 사고방식도 변해야 하며 이런 정책에 편승해서 피상적 교육을 하고 각종 교육비를 맘껏 챙기고 있는 교육기관들의 무책임함도 없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변화를 위해 함께 하는 농부들과 연합해서 작은 운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귀농 교육기관에 어떤 교육들을 해야 할 것인지 작은 조언들을 하는 것부터 말입니다. 가령 소수의 성공 케이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수많은 실패의 경우들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 처음부터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 말이지요. 그리고 창업자금도 몇 년 내에 갚아야할 ‘빚’이며, 이것 또한 제 때 갚는 사람들이 소수라고 정확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해서요.

 

 상상농부 한상기
010-4592-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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