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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 한 통화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자원봉사자 되다

2022년 2월호(14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2. 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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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 한 통화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자원봉사자 되다

2021년 6월 29일 새벽 2시가 될 무렵, 새벽에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죠. 얼떨결에 받은 스마트폰 너머에 낯이 익은 지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달 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는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신문 있잖나. 그간 봉사했던 분이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못하시는데, 어떤가? 한 달에 한 번 경기도 ‘광명’ 지역 도서관에 비치하는 일을 해 줄 수 있는지 편집장님이 물어보시네” 전화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간절함이 묻어있었고, 뭐든 신중하게 결정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하게 되었죠.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바로 답변이 끝나자마자 “응 조만간 연락이 올 테니까, 기다리다 전화 오면 잘해 보시게!” 단 몇 분 만에 나는 국제통화로 자원봉사자가 되었고, 그날은 정신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봉사할 일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국제적으로 부탁을 받다 보니,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 마치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처럼 은근히 긴장이 되고, 언제 전화가 오나 하며 스마트폰을 평소보다 자주 보게 되더군요. 마침 인사동에서 기다리던 전화가 왔는데 강좌 모임 중이라 바로 받지 못했죠. 강의 끝나는 대로 전화하려는데 “아~넵!^^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이 문자를 보니 마치 칠판에 시험 보는 날이 변경되었다는 공지를 본 기분이랄까요? 긴장감이 하루 더 늘어나는 바람에, 그날은 어서 빨리 면접을 봐야겠다는 초조감 같은 의욕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사회 초년생이 느낄법한 작은 설렘을 맛본지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제 저를 ‘행복한동네문화 이야기’에 싣고 싶다고 하시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떨립니다.


첫 면 상단에 보이는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호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따뜻함과 공동체 희망이 전달되는 가슴 벅찬 것임에도 불구하고, 적막한 도시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오랫동안 잊었던 ‘동네’, ‘문화’ 거기에다 ‘행복’이라는 어감이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행복’에 대해서 어떤 시인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라고 표현했으며, 시대를 훨씬 더 거슬러 2000년 전에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낫다’라고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잠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문득 한 청년이 떠오르더군요. 20대 초로 기억되는 젊은 청년은 지금 사는 게 너무 행복한데, 한편으론 이 행복이 잘못되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왔고, 넉넉한 가정환경으로 질 높은 교육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학에도 다니고, 가족과 함께 가고 싶은 여행도 다니면서 항상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늘 없이 멈추지 않는데 말이죠. 이런 기쁨을 잃을까봐 늘 불안함을 동반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했던 청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네요. 혼자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같이 사는 가족공동체에 대한 걱정은 그 청년 혼자만의 고민이 아닐 거라 여겨집니다. 사람이 혼자서만 살지 않고, 가정도 이루고, 다 같이 모여 사는 사회적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며, 소통하려 노력하고 상대를 알아가면서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일상생활 속 권태감에 빠지려는 중에 이렇게나마 나에게 불쑥 손을 내민‘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가 내 인생에 새로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연인 듯 필연적 인연으로 만나게 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는 어떤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마음과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모여 있는 곳이며, 지금을 사는 이야기(소식)들을 실어내고 공감하며 분별하도록 전달하는 일들을 하고 있더군요. 현시대에 작은 숨이라도 내쉴 수 있는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 ‘문화 매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와 만남은 특별한 인연으로 내게 다가온 뜻 깊은 사건이자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람향기’ 나는 삶의 현장들이 담긴 글들을 접할 때면, 나 자신이 어떤 마을과 같은 ‘공동체’에 뭔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 감사함까지 가지게 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분들이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광명’이라는 것을 모르고 요청하셨다는 겁니다. 물론 저는 광명에 사는 것을 이미 알고 이 지역에 필요한 사람으로 추천하신 줄 알았죠. 광명시도서관 배송을 처음 시작한 날, 편집장님은 제가 광명시민이라는 것을 알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광명시민이 직접 배송을 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면서요. 6개월째 봉사를 하는 동안 사실 제가 받은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봉사를 마친 후 융숭한 점심식사와 매번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선물로 가져오고,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줄 어찌 아시고, 음악회 초청 등등 봉사한다는 느낌보다는 ‘공동체문화’를 같이 누린다고 할까요? 갈 때마다 내려놓는 이야기보따리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뭔가를 풀며 나누는 시간들로 채워지는 즐거움이 있었더군요. 이제는 ‘부릉~’하고 광명시 도서관 배송 봉사 출발과 함께 마칠 때 아쉬움이 남지 않기만을 바란답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자원봉사자 박경환
chunkug@empas.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8>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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