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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너와 나의 이웃으로

2022년 2월호(14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2.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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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너와 나의 이웃으로

-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

 

경남 김해 ‘장유’, 첫걸음을 내딛다 
1996년. 경남 김해시 ‘장유’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산업연수생이었습니다. 당시는 외국인력 관련법이나 제도, 정책이 수립되기 전이었고, 관련기관들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연수생이라 한 달 평균 월급이 30만 원대로 매우 적었고,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무시와 차별, 욕설, 폭행 등을 당해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했죠. 또 회사를 뛰쳐나오면 불법체류자가 되니 그런 점을 이용해서 착취하는 악덕업자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주변상황은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이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낯선 이들에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인 사장님께 당부하는 일을 시작으로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한국문화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법이나 정책 및 제도가 건전하게 잘 수립될 수 있도록 대정부활동도 하기 시작했죠.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시작된 다문화 사회
88올림픽 전후로 시작된 건설 붐과 더불어 92년 중국과의 수교가 재개되면서 많은 동포들이 들어왔어요. 국가개발을 위한 인력수급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일단 받아들인 거죠. 게다가 지자체들은 농촌을 살리는 방편으로 나이든 농촌 청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국제결혼을 지원했었죠. 그 당시에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예상하지 못했어요.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 생각을 했었죠. 한국어도 못하고, 문화적응도 되지 않은 가운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부부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이혼율이 급증했어요. 가장 핵심은 의사소통에서 오는 갈등이었죠. 결혼이주여성의 46~48%가 한부모가정이 되었어요. 두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었습니다. 


퍼주기식의 무분별했던 다문화 초기 정책들
결혼이주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도 초기에는 무분별한 퍼주기식 정책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졌지만,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쇼핑’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여기저기에서 지원을 해주니 관련기관을 돌며 중복지원을 받는 거죠. 이러한 결과가 그들만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래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에 있어서 국가적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던 것과 손님처럼 대하며 선심을 베풀면 쉬이 정착할 것이라 여겼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요, 저출산고령화로 빚어지는 인구감소문제와 노동력 해소를 위한 대안을 다문화사회 진입으로 보았던 것이죠. 그래서 다문화 가정 외에 국내 다른 복지사각지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한국인의 아이를 낳아주는 다문화가정을 이슈화하면서 많은 예산을 집행했어요. 현재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많은 체계를 갖추다 보니, 초기의 입법과정을 거칠 때 활발했던 민관 논의의 장들이 많이 협소해졌고 top-down 방식의 실행이 많이 아쉬운 실정입니다. 정부는 조직과 지원체계를 더 성숙하게 갖추어 나가면서도 항상 현장의 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단체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 교실 개강식


한국어만? NO! 이민자의 삶도 함께 품어야
지금은 다문화를 하나의 수익 방편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느는 것 같아요. 작은 예를 들어 한국어 교사라 해도 한국어만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왜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지, 이민자로서의 삶의 문제는 무엇인지 즉,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런 자세로 이민자들을 대할 때 내국인과 외국인 간‘통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발생 가능한 사회갈등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다문화사회의 틀을 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글로벌 역량, 다시 말해 다문화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다문화역량은 이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통합을 이끌어내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속적인 인식개선의 노력, 세계시민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법은 한 번 정해지면 바뀌기가 어려운데 다문화 법이나 정책은 계속해서 변화해 가고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죠. 그래서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인 사고는 늘 필요합니다.


이중언어가 되지 않는 실제적인 고충
다문화 자녀들 중에는 해외출생 중도입국 자녀들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태어난 6세 이하의 자녀들은 한국에 왔을 때 모국어를 빨리 잊어버리고 오히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기에 들어온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워도 한자어로 된 고급어휘에 있어서는 어려워하고요. 이중언어는 가정의 교육방침이 어떠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집니다. 특히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며느리가 집에서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 못할까봐 외국인 엄마가 스스로 모국어를 쓰지 않고 서툰 한국말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자랄수록 엄마와 깊은 대화가 어렵게 되고, 한국말을 잘 못 하는 엄마를 무시하는 등의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마인드와 체계적인 교육방법이 없다면 이중언어를 가르친다 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이에요. 엄마는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아빠도 늦게 귀가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니 이중언어교육은 언감생심인거죠.

다문화가정 어머니교실


도움의 손길이 없이는 불가능 한 일
외국인 근로자들과 이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총 26년, 군포에서는 13년째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 노동자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당장의 수술비가 2천 만 원이 필요했어요. 그때는 병원에서도 사회복지 부서가 없던 때라 여러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모금을 해서 수술을 시킨 적이 있습니다. 매일 병원에 들러 쓰다듬어주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는데 그 시간들을 거치며 거의 가족과 같아졌어요. 이후 온전히 회복되어 귀국하게 되었을 때는 생명을 살렸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보람되었죠. 한 해 산재로 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200여명 됩니다. 먼 타국에 와서 크게 다쳤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그냥 죽을 수밖에 없는 현장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수용’과 ‘융합’이라는 과제
제가 외부에서 다문화 강의를 할 때의 키워드는 ‘존중, 이해, 다양성 수용’ 등 입니다. 그럼, 우리가 어디까지 다양성을 수용해야 되는가? 그게 큰 과제입니다. 이주민이 들어온다는 것은 노동력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이 들어오는 거니까요. 비슷한 문화권이면 그나마 낫지만 이슬람권 같이 문화적 거리가 아주 먼 나라는 실제로 큰 문제이죠.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결과 이제는 우리 한국의 전통, 가치관, 윤리관을 저해하지 않는 한해서 수용하자라고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면, 너무나 가부장적인 이슬람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여성의 인권이 없어요. 가족 간의 명예살인이라든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들이 있는데 아무리 그들의 문화라 해도 인간존중의 고유정신과 위배되는 이런 것들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극단적인 예를 들었습니다만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와 윤리관이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여야 합니다. 

마을축제 때 인도네시아 악기 앙끌룽 소개


각국의 다양한 차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브런치 카페 ‘망고나무아래’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시민단체다보니 월세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가 제일 큰 이유이고요.(웃음) 두 번째는 외국인들 중에도 요즘 한국인들처럼 투잡을 뛰는 사람들이 있어요. 페이스북이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일을 잘합니다.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취·창업 교육도 하고 있는데요, 이들 중에는 미용, 네일 아트에도 소질이 있지만, 한국어로 보는 자격시험을 어려워해서 그 업종의 강의는 제외되었죠. 앞으로 한국이나 자기 고향에 돌아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요식업이 꽤 많았어요. 우리 센터는 각국에서 모이다 보니 나라별 차와 커피를 들고 오는 친구들도 많은데, 저도 반평생을 외국인들과 함께 해왔으니 글로벌 메뉴로 브런치 카페를 하면 좋겠다 싶어 운영하게 됐지요.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올해의 바람은 코로나가 빨리 잠식 되어 대면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한국어 수업, 문화 수업이 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상담도 전화로 하다보니 소통의 폭이 대폭 줄었습니다. 법무부 산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 통합이 안 되는 거죠. 코로나 전에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일요일만 130명 정도 모였는데 지금은 20~30명 정도 방문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했는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스마트 폰 사용시간이 일평균 5시간, 최대 8시간으로 조사 되었죠. 그래서 더욱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실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김강남 사무국장의 간절함이 눈빛에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김강남 사무국장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경기도 군포시 산본천로 188-1 2,3층
070-4155-7979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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