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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물어봐!”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2022년 10월호(15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 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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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물어봐!”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비록 오랜 시간 인류가 5대양 6대주의 정복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할지라도, 그것은 ‘2차원적 평면운동’(대상: 땅과 바다)에 불과합니다. 지난 500년 동안 서양은 땅을 중심으로 한 ‘대륙문화’를 떠나, 더 광활하고 위험한 대양을 터전 삼아 ‘해양문화’를 이뤄갔지만, ‘2차원’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어 익숙한 평면을 떠나 ‘3차원의 입체운동’(대상: 하늘)을 시작한 건 100여 년이 채 안 되는 20세기입니다. 이제 인류는 이런 짧은 ‘항공문화’의 시간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4차원적 우주운동’(대상: 우주)‘우주문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에 놓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무중력과 다양한 중력들을 가진 우주에서 이룰 삶의 예비단계로서의 ‘3차원적 삶의 방식’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런 가운데 우주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하늘을 나는 것이 일상인 삶을 살아온 새들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3차원적 삶이라도 제대로 배워야 할 우리에게 있어 놀라운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우주를 향했던 눈을 조금 낮추어 이 놀라운 창조물인 새들에게 집중해 볼까요?

새란 어떤 존재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새를 다시 정의해보는’겁니다. 사전적으로 새는 ‘몸에 깃털이 있고 다리가 둘이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 수 있는 짐승’을 말합니다. 이것을 좀 더 넓고 근본적인 문화적 관점에서는 ‘오랫동안 하늘을 무대로 3차원적 입체운동을 통해 항공문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놓고 보니 3차원 세계의 새들이야말로 4차원 우주시대를 앞에 둔, 땅과 바다를 무대로 2차원적 삶을 너무나 오랫동안 살아 온 인간의 스승쯤 될 수 있겠다 싶지 않나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새는 1만 종이 넘고, 우리나라에만 450여 종이 있는데다, 종마다 특징이 다르고 상반되는 모습도 있기에 일반화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1)모두가 알고 있는 새의 전체적 특성과 2)몇 종류의 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모습 속에서, 인간인 우리가 문화적 삶을 형성하는데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볼까 합니다.

1.새의 일반적 특성에서 배워봅시다
1)날개 - 중력을 극복하는 자유로운 삶
‘삶은 쉼 없는 중력과의 싸움’이라는 문구는, 다이어트를 위한 무거운 몸뿐 아니라, 무거운 인생의 짐들로부터 훨훨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잘 드러냅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오랫동안 새를 동경해 왔는데, 새가 가진 자유로움의 핵심인 ‘날개’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날개로 ‘매’는 최대 시속 480km가 넘는 속도로 날 수 있으며, 27G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구의 중력은 1G이며, 전투기 조종사가 낼 수 있는 최대 중력 가속도인 9G에 이르면 인간은 의식을 잃습니다. 또한 ‘나그네앨버트로스’는 커다란 날개로 남반구의 해양을 돌아다니며 1년에 평균 18만km, 지구를 4바퀴 반이나 돌 정도의 거리를 날아가는 장거리 비행 챔피언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23g 밖에 되지 않는 ‘검은머리솔새’도 작은 날개로 캐나다에서 날아올라 꼬박 3일을 쉬지 않고 대서양을 지나 남아메리카 북동부 해안까지에 이르는 4000km를 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주개척과 우주에서 인간이 살아야 하는 삶은, 작고 확실한 것에만 집중하는 ‘소확행’의 중력이나, 일본보다는 낫지만 묻혀가기 좋아하는 ‘안전빵’의 중력으로도 결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날개’대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손’을 가진 인간이, 대륙과 바다를 넘어 이제 우주로 힘차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주와 편안함의 중력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먼 길을 떠나는 새들의 과감한 날개짓이 필요할 겁니다.


2)둥우리 - 부동산 투자가 아닌 양육을 위한 보금자리
모든 새는 저마다의 환경 적응 방식에 따라 둥우리를 배치하는데, 나무에서 활동하는 새는 나무숲에 둥우리를 짓고, 지상에서 활동하는 새는 대개 풀숲이나 바위 틈새에 둥우리를 숨겨둡니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새가 높은 산에 올라가 둥우리를 짓는 일은 없고, 어떤 새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보이게끔 수면 위에 둥우리를 짓고, 어떤 새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도록 튼튼한 나무 구멍 속에 둥우리를 짓습니다. 아예 둥우리가 없이 알을 낳는 새도 제법 많습니다. 둥우리의 재료 역시 주변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대부분 소박하기 이를 데 없어 자기의 침(제비집요리의 재료)과 털부터 시작해, 흙과 식물, 심지어 우리가 버린 쓰레기까지 둥지의 재료가 됩니다. 이렇게 새들은 집을 짓는데 쏟는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대신, 더 중요한 요소인 새끼를 양육하고 비행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합니다. 
인간이 집과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영끌과 빚투로 모든 에너지를 쏟는 가운데, 더 중요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에 소홀하거나, 아예 포기해 아이를 낳지 않고 개와 고양이를 안고 살아가는 것을 새들이 안다면 우리를 칭찬할까요? 어리석다고 비난할까요?


3)양육 - 떠나보냄, 독립을 목표로 하는 돌봄
몇몇 새들은 알을 낳고 방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정성스레 먹이를 물어와 새끼를 보살핍니다. 어떤 새는 쓰레기에서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지만, 새끼들에게는 언제나 신선한 자연의 음식을 준비해 공급하죠. 또한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침입자와 싸우기도 하고, 어떤 새는 부상당한 흉내를 내어 적의 시선을 돌리는 지혜도 발휘합니다. 목표는 단 하나, 자식들이 둥지와 부모를 떠나 건강한 몸과 날개로 비행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어미새는 심지어 과감하게 새끼를 둥지에서 내쫓아 날개짓을 배우도록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자식을 자신의 품 안에 두기 위해 군대 간 아들까지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이 되거나, 자식과 남편만 철저히 바라보다 결국 텅 빈 집에 남아 외로움에 어쩔 줄 모르는 ‘빈집증후군’을 앓기도 하는데, 이 버릇은 새들에게 있을 수 없습니다.

2.개별 새들에게 배워봅시다
1)까마귀의 놀라운 기억력 - 역사를 잊지 말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가장 먼저 철저하게 실천한 건 아마 ‘까마귀’들인지 모릅니다. 까마귀는 자기가 만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데, 각 사람을 좋거나 나쁜 경험과 결부시켜 기억합니다. 자신을 위협했던 사람은 옷을 바꿔 입고 변장해도 귀신같이 알아본다고 하죠. 게다가 그 정보를 다른 까마귀들에게 전달해 서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어느 연구자가 덫으로 까마귀를 잡았는데, 붙잡히지 않은 다른 까마귀들도 거의 1.5km에서도, 심지어 5년이 지난 뒤에도 그를 알아보고 경계태세를 취했으며 그 정확도가 보통이 아니었답니다. 반대로 자신에게 선행을 베푼 사람을 기억하고 반짝이는 멋진 선물을 물어다 주는 신통함도 가지고 있으니, 기억을 조작하고 심지어 역사를 왜곡하려 드는 인간을 부끄럽게 만드는 놀라운 존재입니다.


2)도요새와 찌르레기 무리의 놀라운 군무 - 모두가 지도자 되기
‘도요새’와 ‘찌르레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며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찌르레기의 경우 많게는 100만 마리까지 군집을 이루어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그 일사불란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은 스케일과 변화무쌍한 군무 디자인에 있어 BTS를 능가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이 새들의 군무에 있어 흥미로운 사실은 무리에 특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리 중 어떤 새든지 새로운 회전을 제안할 수 있으며, 그가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다른 새들이 따라서 회전하면 그 반응이 신속하게 무리 전체에 전달됩니다. 새 무리의 크기가 축구 경기장과 비슷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방향을 바꾸는 데 3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지요. 물론 이들의 행동은 천적으로부터 노출된 가장자리의 새들이 안전을 위해 안쪽으로 이동하며 벌어지는 일종의 ‘정신 줄 빼놓기 작전’이 가능합니다. 
새들의 이러한 점들을 인간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워, 민주주의를 최선의 결과로 만드는, ‘모두가 지도자가 되는 길’을 이룰 수는 없을까요? 푸틴과 시진핑과 같은 엉터리 지도자로 전 세계가 고통하는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맞게 될 우주에서의 삶에서 꼭 필요한, 동양인들에게 익숙한 ‘지도자 바라기’와 같은 무책임한 국민의 자세가 아닌, 모두가 앞장서고 책임지려는 지도자 의식 가지기를 새들에게서 배운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요?


3)힐라딱다구리와 좋은 세입자 - 공동운명체로 함께 협력하기
자원이 제한되고 환경이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힐라딱다구리’와 ‘요정올빼미’와의 관계는 특이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미국 텍사스주부터 멕시코까지 그 일대 사막 지역은 천연 나무 구멍이 부족하기 때문에 둥우리가 매우 귀합니다. 구멍을 뚫지 못하는 요정올빼미는 힐라딱따구리의 구멍 둥우리에 들어가 같이 생활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힐라딱다구리는 요정올빼미의 입주를 왜 용인해 주는 것일까요? 요정올빼미는 낮에 둥지를 지켜줄 뿐 아니라 장님뱀을 생포해 둥우리 안에 넣어 놓는 센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님뱀은 세상에 가장 작은 뱀으로 곤충을 먹이로 하는데, 둥우리 밑바닥에는 장님뱀의 먹이가 되는 수많은 조류 기생충과 작은 곤충들이 숨어 있습니다. 장님뱀은 요정올빼기가 고용한 둥지청소부인 셈이죠. 딱다구리는 요정올빼미에게 둥우리를 세 주고, 요정올빼미는 장님뱀을 잡아 임대료를 내면서 기생충의 침입을 막아주는 기묘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오염과 자원의 고갈로 지구 전체가 공동운명체이며, 또 우주개발이 인류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초지구적 공동과제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동안 자기만 살자고 싸워온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합니다. 나누기 좋아하고, 다른 나라를 빼앗아 본적이 없는 우리 한국만의 장점을 발전시킨다면, 우주시대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에게 잘못 부여된, ‘새대가리’라든지, ‘새가슴’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얼마나 새들에게 어울리지 않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 나가 오랫동안 2차원적 삶에 익숙한 인간보다 우주에 더 가깝게 살아온 새들이 얼마나 훨씬 자유롭고 단순하며 지혜로운 3차원적 삶을 사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2차원적 삶에 몰입하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녹아버린 ‘이카루스의 날개’대신, 겸손하게 새들에게서 배운 지혜로운 삶의 날개를 단다면, 지구와 전혀 다른 4차원의 우주에서의 삶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메이징 스페이스 고종훈
dyl815@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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