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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익어가요

2023년 1월호(15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6. 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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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익어가요

 

 2022년 11월 15일 <충주 문해 한마당> 잔치가 충주시 호암체육관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리는 행사였다. 이날 <충주시 문해 교육 시화전>도 함께 열렸는데 나는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그분들이 보낸 지나간 이야기를 모두 듣는 듯 했다.

딸 아들 눈으로 보던 세상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하네
지금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밝은 세상 한 번 살아보자!

한글을 배우니 즐겁습니다.
배우지 못한 한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충주문화학교
오늘도 같은 반 친구들과
하하호호 정말 재미있다

버스 앞에 쓰인 행선지를 읽을 줄 몰라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낯익은 운전기사 얼굴만 보고 탔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였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제일 부러웠다면서 꼭 책가방 메고 다니시던 모습, 길거리에서 간판을 읽었다고 자랑하시던 모습 등이 작품 위로 떠올라서 남다른 감회와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2000년 8월에 명예퇴직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글을 모르는 분들을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함께 봉사하자”는 권유를 받고 ‘그래 이제부터는 가르치는 봉사를 하자’라는 마음으로 2001년부터 한글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늦은 공부를 시작한 학습자분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힘으로 살아간다고 하신다. 새벽에 모종을 심고 첫차를 간신히 타고 지각을 안 했다고 자랑을 하시고, 몸이 아파서 간신히 왔는데 읽고 쓰고 웃다 보니 다 나았다며 학교가 병원이라 하시고, 집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여봐란듯이 썼다고 자랑을 하신다. 색칠 공부, 율동, 노래 부르기, 체육활동 등을 할 때마다 평생 처음 해 본다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함께 하면서 나도 젊었을 때의 열정으로 다시 돌아가곤 하였다.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문해 교사 경력이 20년을 넘고 보니 내 나이도 80을 넘게 되었는데 이제는 내가 학습자들로부터 힘을 얻고 즐거움을 얻고 있다.
‘책을 줄줄 읽고 하고 싶은 말도 술술 다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 학습자들의 소원이다. 곧잘 읽고 쓰면서도 머릿속에 쏙쏙 안 들어간다고 안타까워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나는 우리 반 어르신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소망반 여러분! 여러분의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그 꿈을 향해 우리 함께 가요.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우리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요.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예쁘게 익은 모습으로 함께 웃어요”

충주문화학교 교사 백춘자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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