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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한옥 북캉스

2023년 9월호(16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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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한옥 북캉스

 

그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은 진짜 누구였지?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주인공과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었다. 유명한 고전이니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의 하나라는 이유로 오래전에 읽어 두기만 했다. 늙은 어부가 고기를 잡느라 온갖 힘을 다했다는 지루한 이야기로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고,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라는 교훈을 새기고만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주에서 활동 중인 이수정 작가가 《 노인과 바다》북토크를 열어 주기로 했기에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수정 작가는 《노인과 바다》를 번역한 번역작가이고 독서지도사다. 미국 현지 공공 도서관 등에서 명작소설을 깊이 있게 읽는 북클럽을 수년간 진행해 왔기에 좋은 기회였다. 단편소설 《타이거마스크》로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내 편 돼 줄래요?》라는 책도 출간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만나다’라는 제목을 걸고 주변 지인들과 SNS를 통해 광고를 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읽는다고 뭐 특별할 리도 없지만, 굳어진 감성을 다시 깨워 보려고, 필요한 문구들을 다 동원했다. “《노인과 바다》에 풍덩! 명작소설로 무더위를 날리세요!”라고까지 하면서 “더워도 꼭 오셔야 해요!”라는 간절함을 담았다. 그래도 날짜가 가까워지니 더 덥고, 장마도 오락가락해서 몇 사람이나 올까 걱정이 되었다. 모두가 피서를 가는 8월 1일이니 북토크에 진짜 관심 있는 사람만 오겠거니 하면서 몇 사람만 모여서라도 진행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명작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인지, 이수정 작가의 명강의가 궁금했던 이유인지 무려 17명이나 참석했다. 한국에 와서 사는 일본사람으로 한일문화교류 잡지를 만드는 분들도 왔고, 이란 사람까지 참석한 국제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그만큼 《노인과 바다》는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작이었고, 누구나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이었는지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린 가슴까지 시원해진 날이었다. 

이수정 작가는 책을 읽으며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꼭꼭 집어서 다양한 물음을 던졌다. 질문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북토크를 진행했다. 명작을 읽고 줄거리만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처 의문을 가지지 못하고 지나쳤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게 한 것이다. ‘오호~ 그런 의미도 있었구나!’ 마치 명작 속에서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는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작을 읽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명작이 왜 명작인지를 느지막이 깨달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노인은 이미 가족도 없고, 육신도 늙었고, 재산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노인이 소년에게 보여 주었던 행동들은 진정한 어부가 되는 길이 무엇인가를 은연중에 가르쳐 주게 된 셈이었다. 결국 소년은 노인의 뒤를 이어 제대로 된 어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소년이 할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의지를 꺾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으로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언제가 죽게 될 죽음에 대해서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던 한 참가자는 이번에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면서 답을 얻었다고 했다. 우리 모두도 ‘내 인생의 스승이 누구였지? 좋은 스승에게서 어떤 것을 보고 배웠나?’를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발 더 나아가‘그럼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가지고 있나?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더해야 하나?’를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단지 험난한 현실을 불굴의 의지로 맞서 싸우는 노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온 시야를 더 확대하면서 우리의 눈빛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바다 아래에 잠긴 소설의 진짜 텍스트를 길어 올리는 특별한 시간’, 한여름밤 유진하우스에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는 더위와 함께한 북캉스였다. 다른 명작도 이런 시각으로 좀 더 예리한 눈으로 읽으면 훨씬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저절로 명작에도 손길이 뻗어졌다.

혜화동 유진하우스 김영연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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