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큐슈에서 만난 오오무라 꿈의 농장 ‘슈슈 팜’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3. 21:10

본문

[일본농장 방문]


큐슈에서 만난 오오무라 꿈의 농장 ‘슈슈 팜’



저에게 일본은‘먼 나라 이웃 나라’만화책 제목과도 같은 나라였습니다. 가까이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왜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주고받는 것보다 늘 경쟁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잘 되면 배가 아픈, 일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문화 인류학적 관점으로 쓴「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을 읽고 간단한 일본어를 외우고 일본사를 공부하는 등 3월 말

부터 6주에 걸쳐 준비를 했습니다.

일본 농업의 현장을 보고 싶어 독수리 타법의 인터넷으로 큐슈지역을 검색하다 나가사키현의‘오오무라 꿈 농장 슈슈’(おおむら夢のファーム・シュシュ)를 발견하고는 가보기로 결심했죠. 통역자도 없이 홀로 낯선 곳을 과감하게 찾아가야 하다니! 아~ 떠나기도 전에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 같았지만‘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나에 대한 소개글을 미리 준비하고, 나의 황홀한 기록인‘2016년 춘천 마라톤완주’한 것에 대한 글을 일본어와 영어로 번역해 프린트해서 가져가기로 했지요. 언어가 짧으니 저를 알리기에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죠. 슈슈 팜 농장이 머물던 숙소와 가까운 줄도 몰랐는데, 와서 보니 숙소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슈슈 팜으로 가는 날, 택시를 타고 가면 2000엔에 갈 수 있다는 숙소 주인인 유코상의 말을 듣고 택시를 불러 타고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슈슈 팜에 도착했을 때는 미터기로 2800엔이 나왔습니다. 서투른 영어와 안 되는 일본어를 섞어가며 내가 아는 유일한 일본인인 유코상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택시기사에게“유코 상~, 2000엔 ~”외치며택시요금을 흥정했지요. 결국 기사가“오케이”하면서 요금을 깎아주었지요!

이렇게 도착한 슈슈 팜에는 샵이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농산물 야채를 파는 곳, 갓 구운 빵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야채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비닐하우스 속의 딸기를 직접 따며 사갈 수 있는 체험장까지 있었지요. 저는 먼저 입장료 200엔을 주고 딸기 하우스에 들어갔습니다. 들어서니 딸기의 향긋한 냄새가 확 풍겼고, 일본인 가족들이 바구니를 들고 딸기를 따고 있었습니다. 갓 수확한 딸기는 싱싱하고 맛있어 보였죠. 딸기를 따는 일본 아이에게 사진 포즈도 부탁하며 일본인 가족에게 일어로 번역한 마라톤 완주글을 자랑스럽게(?) 나누어주고, 서투른 일본어로 쬐끔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일본인 가족은 사진을 함께 찍으며,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자 하는 이방인의 노력을 알아주는 듯했습니다. 




[일본농장 방문]

슈슈 팜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에 인기가 높은‘쌀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맛보면서 도착하면‘뭐라고 나를 설명할까?’암담했지요. 그런데 제가 미리 보낸 페이스북 메세지를 본 여직원이 사무장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야마구치 나루미’회사 대표를 만나고, 친절히 한국어로 설명된 슈슈 팜 소개 비디오도 보았습니다. 바쁜 중에 도 시간을 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글로도 쓰고, (구글)번역기도 들이대고, 짧은 영어, 급할 땐 한국어도 섞어가며 대표에게 질문하고 답도 들었죠.

슈슈 팜은 140여 개의 농가로 조합된, 생산과 가공, 유통, 서비스(판매, 체험, 교육)가 어우러진 6차 산업을 하는 유한회사였습니다. 이윤은 농부들에게 85%, 슈슈 팜은 15% 로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파격적 분배로 놀랐지요. 직원의 수는 72명, 2000년도 설립하여 3차례나 로컬푸드 운동인‘지산지소’地産地消와‘직매소’直売所로 최우수회사 1위를 했다고 합니다.‘연중몽구’ 年中夢求 사훈이 보여주듯, 매일 꿈을 정하여 최고를 향한 노력, 서로를 향한 배려, 신뢰 등으로 농가들과 노력하는 슈슈 팜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배워야 할 것이 많았죠.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유기농 야채를 재배하는 유코 상의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밭에 있던 철근을 제거하고, 밭의 흙을 퍼서 밭둑에 덮으며 삐죽 나온 풀들을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뽑아서 풀을 잡는데, 일본은 흙으로 덮어 풀을 잡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밭둑이 한국의 것보다 훨씬 높았죠. 오랜만에 작업을 하니 힘들었지만, 혼자 농사짓는 어려움을 아는지라 슬슬 할 수가 없었는데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유코 상은“원더풀~원더풀~”을 연발하며 삽질과 수고에 격려해 주었지요. 대신에 저는 그날 저녁 밤새 끙끙거리며 잠을 자야 했습니다.


한국도 6차 산업 농업으로 가는 흐름에 있긴 합니다. 일본의 농업회사 슈슈 팜을 보며 규모나 깔끔한 매장, 농가들과의 신뢰, 17년간 이어지는 꾸준함 등 일본인의 장인정신은 분명히 배워야할 점이었고, 앞으로 내가 지을 농사에도 적용하고 싶은 농업이며 회사였습니다.


나경희

road17@naver.com


위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92호>에 실린 글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