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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과 장수의 꽃 복수초(福壽草)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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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7]

복과 장수의 꽃

복수초(福壽草)


  정유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언 땅을 녹이고 새해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복수초’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복수초는 옛 선비들이 정원에 심어 복(福)과 장수(壽)를 기원하는 꽃이기도 했습니다. 미나리아제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복수초는 2월부터 눈 속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피는 모습이 연꽃과 같다하여 ‘설연화’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는 우리 선조들의 언 마음을 녹이며 희망을 가져다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뿌리에서 언 땅을 녹일 만큼 열을 내어 눈을 녹이면서 꽃이 핀다하여, ‘눈색이꽃’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 꽃은, 겨울에 일찍 활동하는 곤충들을 위해 미리 꽃을 피워 꿀과 따뜻한 집을 제공하지요. 복수초는 향기와 꿀은 물론, 태양열을 모으는 집열 접시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곤충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답니다. 인간들은 화석 연료를 거의 다 써 가는 오늘날에서야 태양열을 활용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복수초는 어떻게 오래전부터 이것을 알았을까요? 겨우내 굶주렸던 곤충들이나, 혹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곤충들에게 먹이와 따뜻한 휴식처를 제공하여 추운 춘궁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돕는 복수초를 보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연의 질서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신비스러운 식물의 세계입니다. 물론 따뜻한 열과 식량을 곤충들에게 제공하는 식물은 복수초 뿐이 아닙니다.‘앉은부채꽃’도 유기호흡으로 열을 발산한답니다. 복수초는 약 2주의 개화기 동안 불염포(佛焰苞) 안을 따뜻하게 하여 곤충들에게 먹이와 쉴 곳을 제공하는 대신 곤충들을 통해 꽃가루를 옮기게 되어,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 곧 자신의 생존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복수초는 전 세계에 분포하는 꽃입니다. 꽃잎은 아침에 연꽃처럼 열리고 저녁이 되면 닫힙니다. 신기하게도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꽃잎을 열지 않죠. 태양열을 집열하기 위해 햇살이 좋은 날을 선택해야 되기 때문일 겁니다.



  티벳의 산악지방에는 복수초와 비슷한 ‘노드바’라는 희귀한 약초가 있습니다. 이 약초는 히말라야 산속 만년설의 바위틈에서 돋아나 꽃을 피우며, 꽃이 필 무렵 열을 뿜어내기 때문에 주변의 눈을 녹입니다. ‘식물난로’로도 불리는 이 꽃은 신장, 방광,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병에 특효라 여겨 민간요법에서 귀하게 쓰여 진다고 합니다. 복수초도 한방에서 쓰이는 중요한 약재 중의 하나입니다. 심장질환에 특효약일 뿐만 아니라 이뇨작용을 도와주며 신장 강화에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올해는 눈 속에서 새로운 기운을 가져다주는 복수초와 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품고 사는 새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장병연(시인, 숲해설사)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8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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