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주를 담은 꽃 ‘코스모스’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1. 6. 13:15

본문

[숲 해설사 이야기 15]

우주를 담은 꽃 ‘코스모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노래입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공을 뛰어넘어 고향역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요 가을만 되면 소녀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 놓는 꽃 코스모스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두 가지가 연상되죠. 감성이 풍부한 디오니소스적인 요소가 있는 사람에게는 ‘꽃’이, 아폴론적 이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우주’가 연상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코스모스 꽃과 바람,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테마로 과학관 최초의 야외 문화행사인 ‘코스모스 스퀘어’를 개최했는데, 최첨단 과학 기술과 이색적인 식물의 조우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과학 문화행사가 다른 분야들을 흡수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어서 앞으로 이런 문화융합적 행사들이 좀 더 폭 넓게 확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질서 있는,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우주관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왜 유난히도 가녀린 이 식물에 코스모스란 이름을 붙였을까요? 혹자는 바깥쪽에 붙은 꽃잎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어 코스모스라는 이름 붙였다고 하고,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필자는 루페(볼록렌즈를 사용한 디자인 작업용 확대경)의 관찰을 통해서 코스모스 라는 이름의 비밀을 추론해 보았습니다.


  설상화(꽃잎이 합쳐져서 1개의 꽃잎처럼 된 꽃으로 국화과의 두상꽃차례에 달리는 꽃)의 많은 꽃들이 수정하기 위한 작은 꽃들을 내재하고 있는데 코스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모스 꽃을 루페로 자세히 보면 별(Star) 방석에 앉아 있는 많은 처녀 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주의 질서정연한 별처럼 가지런히 앉아 있는 코스모스 꽃들. 그래서 이 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을 법한 탄성! “그래 이게 바로 지구의 코스모스야”라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 본 거지요. 이렇게 별 방석에 고이 앉은 코스모스의 꽃들이 꽃가루받이를 끝내고 나면 까맣고 길쭉한 씨앗으로 성숙하여 후손을 남길 준비를 합니다.


  ‘코스모스’는 신이 만든 최초의 꽃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꽃을 만들었으나 너무 가냘프고 연약하여 마음에 들지 않아 이것, 저것 여러 꽃을 합쳐서 만든 거라지요. 그 덕분에 지구상에는 많은 꽃들이 탄생되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만든 꽃은 국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코스모스는 국화꽃과 뿌리가 같은 ‘국화과’입니다. 처음과 마지막을 같은 뿌리로 연결시켜 놓은 것도 꽃을 만든 신의 치밀한 의도였을까요?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한국에서는 바람이 불면 살랑거린다고 해서 ‘살사리 꽃’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개화기 이후 선교사들에 의해 도입된 코스모스는 외래어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주 친숙해져서 한국에서 대표적인 가을 서정을 나타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꽃잎들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딱 알맞은 아름다움으로 기억된 거지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7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숲해설사 이야기 바로가기 >

[숲해설사 이야기 14]

제 96호 아홉 마디 식물 ‘구절초’


[숲해설사 이야기 13]

제 95호 여름밤을 수놓는 달맞이꽃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