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름밤을 수놓는 달맞이꽃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9. 21. 09:42

본문

[숲해설사 이야기 13]

여름밤을 수놓는 달맞이꽃

 

 

  깊어지는 여름밤에 달빛이 반사되는 강변에 서면 달빛보다 더 환한 꽃무리가 달을 마중이라도 하듯 활짝 벌린 꽃봉오리로 하늘을 향한 채 한들거리며 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밤에 볼 수 있는 이 진 풍경을 연출하는 꽃은 바로 ‘달맞이 꽃’입니다. 4개의 노란 꽃잎을 가진 달맞이꽃은 저녁에 피고 아침이면 꽃잎을 닫아 버리지요. 마치 달에게만 제 모습을 보이고 타인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말이죠.

 


  달맞이꽃은 남미 칠레가 원산지며 바늘꽃과(Onagraceae)의 여러해살이풀로서 귀화식물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산, 들, 길가, 물가, 풀숲에서 자생합니다. 달맞이꽃은 용이한 꽃가루받이를 위해 암술과 수술을 길게 내밀고 깜깜한 밤에도 곤충들에게 눈에 잘 띄게 하려고 환한 노란색 꽃잎을 지니고 있습니다. 밤에는 활짝 피고 아침이 되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속성을 지닌 야행성 꽃입니다. 또 냉이나 민들레처럼 발아한 첫 해엔 원형의 중심에서 꽃잎모양의 문양이 방사상으로 되는 로제트(Rosette)를 형성하고 이듬해에 꽃과 열매를 맺고 생을 마칩니다.

 

< 로제트를 형성한 달맞이꽃 >


  유럽에서는 ‘달맞이꽃종자유’가 거의 만병통치 식품으로 복용되고, 인디언들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진통, 진해약으로 혹은 외상에 사용했다고 하니, 예로부터 달맞이꽃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꽃이었던 셈입니다. 현재에도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한 ‘달맞이꽃종자유’는 민간약품과 건강식품으로 많이 사용되고, 화장품 재료 등 폭넓은 쓰임에 대해 연구 중에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달맞이꽃을 ‘evening primrose’라고 합니다. 밤에 피는 꽃이니만큼 부르는 이름이 우리와 비슷하기는 한데요. ‘primrose’는 방사상칭의 꽃을 피우는 앵초꽃이라는 영어의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달을 맞이한다는 우리의 표현이 더 정감이 갑니다. 여름밤을 수놓는 달맞이꽃의 꽃말이 말없는 사랑, 소원, 기다림이니만큼 달을 향한 꽃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 오기도 합니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에는 다음과 같은 희랍신화가 있습니다.
  요정들 마을에 달의 신 ‘아르테미스’를 사랑하는 님프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님프와 아르테미스는 사랑하였고 님프는 매일 밤, 달로 뜨는 아르테미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테미스와 헤어지기 싫었던 님프는 ‘별이 없으면 매일 달을 볼 수 있을 텐데...’라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때 곁에 있던 다른 님프가 이 말을 듣고 제우스에게 고자질을 했지 뭡니까? 화가 난 제우스는 달이 없는 캄캄한 암흑 속으로 달을 사랑하는 님프를 쫓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이 되어 나타난 아르테미스는 자신을 기다리던 님프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죠. 그 때 다른 님프가 달을 사랑하는 님프는 암흑으로 쫓겨났다는 말을 전해 주었어요. 아르테미스는 쫓겨난 님프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둘의 만남을 방해하는 제우스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달을 사랑한 님프는 달을 볼 수 없음에 절망하고 지친 나머지 병이 들어 죽고 말았지요. 님프가 죽은 후에서야 비로소 재회하게 되자 아르테미스는 매우 슬퍼하면서 죽은 님프를 땅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제우스는 님프의 영혼을 꽃으로 환생시켜 주었고, 이 꽃은 달이 뜨는 밤이나, 달이 뜨지 않는 밤이나 달을 기다려 꽃을 피우고 있답니다.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5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숲해설사 이야기 바로가기 >

[숲해설사 이야기 14]

제 96호 아홉 마디 식물 ‘구절초’


[숲해설사 이야기 12]

제 94호 하늘 향한 절규, 꽃으로 피워내는 능소화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