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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무네아키의 시선을 따라 걷다  도쿄 2박 3일, 츠타야 산책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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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츠타야 서점을 다녀와서]


마스다 무네아키의 시선을 따라 걷다 

도쿄 2박 3일, 츠타야 산책 



 2018년 3월, 책으로만 읽고 궁금했던‘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를 직접 만나기 위해 도쿄에 갔습니다. 츠타야를 조금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 2박 3일간 걷고 또 걸으며 5개의 츠타야 지점을 방문해,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만난‘츠타야’의 모습을 나누고자 합니다.  

도쿄 시부야의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 다이칸야마에는 츠타야의 대표인 마스다 무네아키가‘다이칸야마 프로젝트’라 부르며 자신의 기획을 집대성한‘다이칸야마 츠타야T-Site’가 있습니다. 2011년에 오픈한 이곳은 4,000평의 넓은 부지에 2층 높이 건물 3개 규모의 츠타야 서점이 있고 레스토랑과 갤러리, 자전거 전문점, 애견용품점 등이 독립된 건물로 어우러져 있어 하나의 문화거리 같은 풍경을 보여줍니다. 건물 사이는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나무들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곳을 기획하면서 수 없이 이 지역을 방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시간에 고객이 어떤‘풍경’으로 이 장소에 있을 것인가를 집요하게 고민했습니다. 

 

 서점의 재해석 :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콘텐츠(제안)라는 점에 주목해 기획되었습니다. 서점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상은 그동안 책 속에 있는 콘텐츠(제안)를 무시하고 책 자체만을 판매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모든 것이 책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의 책 배치(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의 분류)를 따르지 않고, 여행과 음식, 인문학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등 장르에 따라 구분해 이곳을 방문한 고객이“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보는 게 어떤가요?”라는 제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실제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여행 코너에는 지역별 여행 관련 책과 함께 여행 상담을 할 수 있는 데스크가 있어 그 자리에서 티켓을 끊는 등 바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이라는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콘텐츠-서비스를 판매하는 관점의 차이가‘서점 이노베이션’을 이룬 것입니다. 


다이칸야마 |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스타벅스 풍경. 츠타야 서점에는 늘 스타벅스가 함께 들어가 있고, 

그곳에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잡지가 구비되어 카페와 서점의 경계가 사라진다.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에게 팔리는 기획


 타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실 많은 기사와 책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놀라운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피로한 도시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지만, 이런 공간들은 한국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책 속에서 만났던 츠타야 서점의 모습을 기억해내며 유심히 살펴본 츠타야  서점은‘그저 분위기 좋은 공간’정도에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츠타야 서점에서 소비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니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과 여기저기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그리고 라운지에서 미팅하는 사람이나 산책 혹은 식사를 하러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정작 책을 구입하는 모습은 흔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머물지만 정작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츠타야 서점에 고객이 머무르면, 이곳은 다른 기업 및 브랜드가 그들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됩니다. 즉, 츠타야는 고객에게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동시에 브랜드 및 제품(기업)에게는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하므로 서로 양쪽에서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이 고객과 기업 양쪽에 쉽게 판매를 하고 있다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기획’을 실현한 것입니다. 

  

 획을 위한 집요함과 섬세함이 담긴 공간   


 소비자와 브랜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획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집요한 기획’입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공간의 배치였습니다. 이곳에는 앉아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모두 창가 쪽으로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창밖을 보거나, 창을 등지거나 창을 옆에 두고 앉아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 공간들은 혼자 앉아 사색하기에 딱 좋은 공간의 크기였습니다. 지나치게 크지도, 협소하지도 않았죠. 책을 진열하는 책장 등으로 메인통로와 개인이 앉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해,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처럼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또한‘건물 밖을 거니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츠타야 서점과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 모습으로 느껴져‘나도 저곳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 공간의 매력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수많은 서점도 츠타야를 따라했지만, 츠타야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은 집요한 기획의 차이였습니다. 물론 눈으로 볼 때 그 차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공간 구석구석을 보면서 츠타야가 구현한 디테일을 발견할 때마다 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공간의 폭, 배치,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 들리는 소리(사람의 소음, 들려오는 음악의 종류와 크기까지), 조명과 채광뿐 아니라 그 공간이 위치한 자리를 고려해‘격을 갖춘 고객이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오감을 통해‘함께 있으면서 또한 사색할 수 있는’공간을 구성한 것이죠.‘상대를 얼마나 생각하는가, 배려하는가’그리고‘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읽는가’를 철저하게 고민한 가운데 만들어졌기에 그 형태를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깊이를 담아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츠타야 아파트먼트 | 편안한 소파와 책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서점, 상업 이노베이션을 넘어 

        도서관, 가전제품 이노베이션으로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2011년‘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으로 서점 이노베이션을 이룸과 동시에 이곳에 레스토랑 등 상업 시설을 함께 구성해‘다이칸야마 T-Site’를 만듦으로써 상업 시설의 이노베이션을 이루었습니다. 이 같은 하나의 이노베이션은 또 다른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져 2013년 4월에는 다케오 시의‘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지정관리자가 되면서 공공영역의 이노베이션을 실행하였지요. 연이어 2015년에는 한국의 판교와 유사한 후타코타마가와 지역에‘츠타야 가전’을 오픈해 가전제품의 이노베이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가전제품은 기존의 상품 분류 기준을 초월해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상품만 선별 진열하여 제안됩니다. 실제로 매장은 고객이 가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무심코 사용한 화장실 세면대에는 손 씻기와 건조대가 결합된 다이슨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는 등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전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츠타야는 신주쿠점을 리뉴얼해 2017년 12월‘신주쿠 츠타야 아파트먼트’를 오픈했습니다. 신주쿠 도심에 위치한 이곳은 잡지나 책을 보면서 쉴 수 있는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사무를 볼 수 있는 공간과 회의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샤워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시 츠타야 서점을 다니느라 하루 20만보씩 걸으며 강행군을 하던 터라, 이곳에서의 짧은 휴식은 깊은 피로를 해소해 주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츠타야 | 다른 츠타야 매장과 마찬가지로 츠타야 가전에도 스타벅스 커피와 서적이 어우러져 있다.



 츠타야를 보고 이해하며 실제 느끼기에는 도쿄에서의 2박 3일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집요하리만치 디테일을 고민하고 기획하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정신과 실행력’이었지요.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 좋다고 느끼기는 쉽지만, 그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하나 하나 생각하고 고민하며 실현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멋진 츠타야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장해 온 결과입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츠타야를 시작한 것은 32살, 그 형태가‘서적·음반·비디오 렌탈샵’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우리도 분명 이보다 멋진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한 인터뷰에서‘지금의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마스다의 대답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그 답은 그들의 마음에 있어요. 세상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중략) 

지금의 20~30대 젊은이들이 몸소 겪으면서 이상하다 싶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쳐 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그들이 가야 할 방향 아닐까요?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려온 이미지를 실현하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아주 단순하죠!”



이한나 blog.naver.com/icantata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츠타야에 직접 방문해 느낀 경험과 
관련된 도서 3권을 읽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츠타야는?
 1983년 오사카에서 창업가인 마스다 무네아키가‘비디오 및 레코드, 책’을 빌려주는 렌탈샵의 형태로 시작해 현재는 일본 전국에 1,4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가인 마스다 무네아키는‘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철학을 가지고, 이를 집대성한 공간으로 2011년 도쿄 시부야에‘츠타야 T-Site’를 오픈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의 한계를 뒤집는 서점 이노베이션과 상업 시설의 이노베이션을 이룬다.

 이후 2014년에는 다케오 시와 함께‘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운영해 도서관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2017년에는 가전제품 상점을 만들어 가전제품의 이노베이션을 이루는 등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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