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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고 열정적인 그 이름... '니키'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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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13]

치열하고 열정적인 그 이름... '니키'

 

 

  예술의 도시 파리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유명 미술관 중 현대미술을 취급하는퐁피두 센터가 있습니다. 그 앞에 자리 잡은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분수가 있는데요. 바로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여류 조각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이 그의 남편 장 팅겔리(Jesn Tinguely)와 함께 만든 예술작품입니다.

 

니키 드 생팔은 조부모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유년시절에 겪은 아버지의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차원에서 미술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녀는 모든 억압, 폭력, 권력 등 저항을 표현한사격 페인팅으로 첫 명성을 얻습니다. 사격 페인팅은 캔버스에 물감 주머니를 배치하고 그것을 사격하여 물감을 흐르게 하는 채색 방식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그 결과로 탄생하는 색채의 향연이 묘한 감흥을 불러오는 행위예술입니다.

 

니키는 두 번째 남편인 조각가 장 팅 겔리를 만나 그녀의 작품세계의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그의 영향으로 그녀의 작품은 조각적 요소가 더해졌고 두 명의 예술가는 1991년 팅겔 리가 먼저 작고하기까지 예술의 동지이자 평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현재 그의 아이콘인 화려한 색채와 과장된 형태의 조각작품 나나입니다. ‘나나는 근원적 여성상으로 여성의 성적 요소를 감추지 않고 숨김없이 드러내는 순수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나나 시리즈 앞에서, 그 호쾌한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는 기꺼이 그녀에게 환호와 찬사를 보냅니다. 과장되게 부풀려진 압도적인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이 나나들의탱글탱글한 아름다움은 확실히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신하는 자의, 그러나 경박한 나르시시즘이나 자기 연민으로 빠져들지 않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할 것입니다. 니키는 패션지 모델을 할 정도의 눈부신 외모의 소유자인데 보통 미모의 덕으로 실제 이상의 평가와 주목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미모에 가려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억울한 사태도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니키 드 생팔에게는 이처럼 탁월한 아름다움이, 공연한 과대평가의 요인이 된다거나 반대로 진정한 평가의 걸림돌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그녀의 작품과 분리될 수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5,60년대 파리에서 그녀의 아름다움과 대담한 행동들이 당시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을 얼마나 사로잡았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녀는 중년을 넘기며 오랜 소원이었던 자신만의 공원 만들기에 착수 합니다. 마침 그녀에게 대지를 제공해 주겠다는 친구가 있어, 이탈리아 남부 카파비오라는 작은 도시에 거대한 조각공원을 만들게 됩니다. 스페인에 있는 가우디의 구엘 공원을 보고 영감을 받은 그녀는 한창 빠져있던 타로 카드에 등장하는 22개의 형상을 자신의 해석에 따라 구체화하여 공사기간 20년을 거쳐 그녀가 건설하고자 한꿈을 꾸는 장소, 기쁨과 상상의 공원을 완성합니다. 작품을 작가의 삶과 연계하여 판단하는 태도는 별로 달갑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갖가지 기행과 우울증으로 잦은 퇴학과 정신병원 생활을 전전해야 했던 그녀가 이처럼 빛나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데에는 확실히 어떤 감동스런 면이 있습니다. 1988년에 개장한타로 조각공원은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모았고, 니키 드 생팔은 작품 중 하나인(Queen)'내부에 거처와 작업실을 마련해 살다가 2002년 자신이 꿈꿔온 그 장소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러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 간 여성 조각가의 작품을 올 여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630일부터 925일 까지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 될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들은 니키의 친구였던 일본의 재벌 요코 마즈다 시즈에 여사의 콜렉션으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요코 여사는 젊은 시절 니키의 작품과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수많은 서신으로 우정을 키워나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두 명의 여성이 주고받은 편지들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요코 여사의 아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전시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운반하고 포장하는 과정부터 비행기에 실어 한국에 도착하는 과정까지 엄청난 제재와 감시(?) 속에 전시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한 이래 가장 까다로운 소장자로 등극될 듯 합니다. 그 모든 간섭은 아마도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기신 소중한 작품을 잘 지키려는 노력이겠지요. 올 여름 여러 사람들의 애정과 노고가 담긴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치유와 환희의 순간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예술의전당 미술부 과장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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